▲ 정효근이 골밑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 KBL
[스포티비뉴스=인천, 맹봉주 기자] 인천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실에 앉자마자 정효근 얘기를 꺼냈다. 그만큼 정효근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정효근은 202cm의 빅맨이다. 골밑 플레이에 치중하는 정통 센터는 아니다. 고교시절까지 가드로 뛰었다. 탄력과 스피드가 뛰어나 한양대 시절 속공에 능한 달리는 빅맨으로 유명했다. 프로 와서는 외곽슛까지 장착했다.

스몰포워드와 파워포워드를 오가며 내외곽에서 플레이할 줄 안다. 요즘 현대농구에 가장 적합한 유형의 선수다.

정효근은 12일 상무(국군체육부대) 제대 후 첫 경기를 치렀다. 안양 KGC를 상대로 3점슛 2개 포함 7득점 7리바운드 4블록슛으로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다. 경기도 전자랜드가 79-61로 크게 이겼다.

전자랜드는 천군만마를 얻었다. 이번 시즌 전자랜드 4번은 사실상 이대헌 혼자 지켰다. 국내선수들의 높이가 낮다는 게 전자랜드 약점이었는데 정효근 합류로 지워졌다.

정확히는 오히려 강점으로 바뀌었다. 이날 정효근이 기록한 4블록슛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중엔 KGC 김경원의 완벽한 골밑 찬스를 뒤에서 쳐낸 블록슛도 있었다. 헨리 심스-이대헌-정효근이 동시에 뛸 때 전자랜드는 리그 최고 높이를 자랑한다. 이날 리바운드 싸움에서 전자랜드는 KGC를 43-32로 압도했다.

공격에서도 유연하다. 정효근과 이대헌은 3점슛 능력이 좋은 포워드다. 같이 코트에 있더라도 공격이 뻑뻑하지 않다.

2쿼터 막판 장면이 대표적이다. 전자랜드는 골밑에 있는 심스에게 공을 주고 나머지 4명이 외곽에 서서 공간을 벌렸다. KGC 수비가 안쪽으로 몰리자 심스가 외곽으로 뺐다.

외곽에 있는 선수들은 패스를 돌렸고 마지막에 공을 받은 김낙현이 왼쪽 사이드라인에서 3점슛을 넣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공 흐름이 인상적이었다.

정효근이 전자랜드에 가져오는 파급효과는 크다. 중요한 순간마다 발목을 잡았던 리바운드를 잡아주고 공격에서 다양한 옵션을 제공한다.

▲ 정효근 합류로 전자랜드 골밑은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 됐다 ⓒ KBL
이제 올 시즌 첫 경기지만 정효근으로 인해 전자랜드 선수들은 득점력이 크게 올랐다. KGC전에서 김낙현은 3점슛 5개 포함 21득점 6리바운드 7어시스트, 심스는 15득점 12리바운드 4어시스트 더블 더블을 올렸다. 이대헌도 10득점 6리바운드로 두 자릿수 점수를 올렸다.

경기 후 김낙현은 정효근 효과를 직접 설명했다. 리바운드 수치 상승은 단지 골밑 싸움 우위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속공으로 이어져 자신의 득점이 수월해진다는 것이다.

"리바운드 때문에 진 경기가 많았다. 화가 나고 짜증이 생기더라. 매일 운동하면서 (정)효근이 형을 기다렸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니 오늘(12일)이 왔다. 리바운드가 안 밀리니까 속공을 쉽게 나갈 수 있어 정말 좋다. 이전보다 공격을 편하게 했다. 체력을 많이 쓰지 않고도 이길 수 있었다."

정효근은 자신감이 넘쳤다. 이날 경기는 예고편에 불과하다며 앞으로의 경기를 더 기대하게 했다.

"상무에서 전자랜드 경기를 보면 가장 큰 문제점이 리바운드더라. 리바운드를 뺏기니까 속공을 못하고 상대에게 2, 3번 더 공격을 허용한다. 그렇게 해서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팀에 득점원들은 많다. 리바운드 싸움만 비등하게 가도 더 높은 곳에 갈 수 있다. 또 내가 제일 잘하는 건 미스매치를 활용한 공격이다. 다방면에서 자신이 있다. 하나의 플레이에 얽메이지 않겠다. 우리 팀은 워낙 잘하는 선수들이 많다. 팀 샐러리캡은 소진율 60%지만 실력이 60%는 아니다."

가장 중요한 첫 단추를 잘 뀄다. 전자랜드는 KGC전 승리로 단독 5위가 됐다. 3위 팀과는 2경기 차다. KGC전에서 보여준 정효근 효과가 계속된다면, 전자랜드는 상위권을 넘어 남은 시즌 가장 눈여겨봐야할 팀으로 올라설 것이다.

스포티비뉴스=인천, 맹봉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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