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서건창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다. 최근 3년간 팀 내 연봉 순위 4위로 B등급이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2021년 시즌을 앞둔 스토브리그의 주인공은 두산 베어스였다. FA 자격을 얻은 선수만 무려 9명에, 은퇴한 권혁과 자격 신청을 미룬 장원준을 빼도 7명이 FA 시장에 나왔다. 한때 복잡한 모기업 사정 탓에 대량 유출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때도 있었지만 기우였다. 두산은 허경민 정수빈 김재호를 잡는데 거액을 투자했다.

그럼에도 모두 잡을 수는 없었다. 최주환이 SK로, 오재일이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장타력 있는 내야수를 잃었다. 두 선수가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점은 계약 규모 밖에서도 드러난다. 신설된 FA 등급제에서 A등급을 받아 보상 규모가 가장 큰데도 이적에 성공했다. 

2021년 시즌이 끝난 뒤는 어떨까.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지만 이번에는 키움 히어로즈가 중심에 설 가능성이 매우 크다. 키움은 12일 발표한 2021년 연봉 재계약 결과에서 다음 스토브리그의 주인공을 예고했다. 두산과는 상황이 또 다르다. 두산은 B등급 김재호를 제외한 6명의 FA가 A등급이었지만, 키움의 예비 FA는 모두 B등급 C등급에 해당한다 . 그렇다고 선수 가치까지 B, C급은 아니다. 모두 주전급이다.

▲ 키움 한현희. ⓒ 곽혜미 기자

등록일수를 모두 채운다는 가정 아래 2021년 시즌이 끝나면 서건창과 박병호, 한현희가 FA 자격을 얻는다. 여기서 A등급은 아무도 없다.

키움의 최근 3년간 평균 연봉 순위는 박병호(총액 50억원) 이정후(총액 11억 7000만원) 최원태(9억 3000만원) 순서다. 서건창(9억 2500만원) 한현희(9억원)가 4, 5위로 밀려 B등급이 된다. 박병호는 팀 내 최고 연봉 선수지만 35세 이상 신규 FA 신분이라 C등급이다.

A등급이 즐비했던 두산과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이적 가능성이 커졌다. 다른 팀 소속이었던 A등급 FA를 영입하는 팀은 해당 선수의 직전 연봉 200%와 20명 보호선수 외 1명 혹은 직전 연봉 300%를 보상해야 한다. 20인외 보상선수는 지금까지의 FA 시장이 역동성을 잃은 가장 큰 원인이다. 

B등급만 돼도 보상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직전 연봉 100%와 25명 보호선수 외 1명 혹은 직전 연봉 200%만 내주면 된다. C등급은 직전 연봉의 150%가 보상의 전부다. 예를들어 나머지 9개 구단이 박병호를 영입하려면 키움에 선수 없이 22억 5000만원을 보상하면 된다. 

연봉 계약부터 정교했다. 서건창은 무려 1억 2500만원을 삭감하면서 3년간 총액 500만원 차이로 최원태 뒷순위가 됐다. 한현희도 연봉 동결을 받아들여 서건창 뒤로 밀렸다. 두 선수는 모두 리코스포츠에이전시 소속이다. FA 계약을 염두에 둔 전략적인 1보 후퇴로 볼 수 있다. 

물론 키움이 이 선수들을 모두 놓친다고는 볼 수 없다. 키움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도 몇몇 외부 FA 영입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 시즌이 끝난 뒤에는 내부 FA 단속을 위해 지갑을 열 수도 있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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