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울' 김재형 애니메이터.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20일 개봉을 앞둔 애니메이션 영화 '소울'(Soul)은 디즈니-픽사의 저력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꿈에 그리던 오디션에 합격, 첫 무대를 앞두고 세상을 떠나 영혼이 된 재즈 피아니스트 조 가드너(제이미 폭스)가 지구로 가기 싫어 '태어나기 전 세상'에 머물고픈 영혼 22(티나 페이)와 만나 벌어지는 특별한 모험을 담는다. '소울'이란 묵직한 제목에서 그 야심이 느껴진달까. 영화는 삶과 그 이전 혹은 이후의 세계를 오가면서 무엇이 삶을 의미있게 하는지를 묻는다. 나를 가슴뛰게 하는 '불꽃'의 소중함 만큼,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 섬세한 작업에 일조한 이가 픽사의 한국인 애니메이텨 김재형이다. 그는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전공을 바꿔 애니메이션을 그리게 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2006년 인턴으로 일했던 픽사 스튜디오에 2008년 정식 입사한 뒤 '라따뚜이', 'UP', '토이스토리3', '카2', '메리다와 마법의 숲', '몬스터 대학교', '인사이드 아웃', '굿 다이노', '카 3', '코코', '인크레더블 2', '토이스토리 4', '온워드' 등 주요 작품에 참여해 왔다. 이번 '소울'에서도 캐릭터 애니메이터를 맡아 조 가드너와 그의 영혼, 그리고 영혼 22의 움직임 등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그에게서 '소울'의 뒷이야기들을 들어봤다.

-한국어 대사, 한글 간판이 등장해 흥미롭더라.

"제가 제안한 것은 아니다. 알기로는 대사 경우 스토리 부서의 한국계 교포 친구가 여러 나라 대사가 나오니까 한국어 대사를 제안한 것으로 안다. 그 친구 목소리를 녹음해 임시로 스토리를 만들었고, 아예 완성본에도 그 친구 목소리를 넣었다더라. 뉴욕 경우는 고증을 많이 했다. 간판 글자가 다르더라도 그 위치에 한국어 간판이 있었을 것 같다. 한국 상점이 많다. 저도 완성된 걸 보고 알아서 깜짝 놀란 부분이 있다."

-가장 신경써서 작업한 대목이 있다면?

"실제 가장 조심스럽게 작업한 부분은 조가 오디션에서 피아노를 치는 장면이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자 힘들었던 장면이기도 하다. 오디션 피아노 연주 중에서도 조가 무아지경에 빠지는 장면이다. 재즈피아니스트가 실제 피아노를 치는 장면이라 보고 참고했다. 피아노 연주를 정확하게 연기하게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 건반도 빨리 눌러야 해서 1초에 24장 들어가는 그림에 거의 한 장 한 장 작업해야 했다. 거기에 장면의 의미, 연기에 맞춰 표현해야 했다. 

실제로 피아노를 치는 몸의 메커니즘 이상으로 감독님이 요구한 게 있었다. '이성적으로 피아노를 치는 게 아니라 뭔가 달라야 한다. 부드럽고 감정적으로 편안하고, 생각으로 치는 게 아니라야 한다' 이야기하니까. 몇 번을 보여주고 다시 수정하고 왔다갔다하면서 장면을 만들었다. 그러고 나서도 마지막에 마음에 조금 안 들어서 다시 수정해서 결국 완성됐다. 굉장히 힘들게 완성된 부분이다."

-재즈가 중요하게 다뤄진다. 공연 장면에 참고한 아티스트는 누구인지?

"많이 듣지만 아직 낯설다. 시장이 줄었다지만 요즘 새로 젊은 세대가 나온다. 이번 재즈 음악을 모두 작곡한 존 바티스트가 있다. 재택근무가 시작하기 전 회사에도 와서 애니메이터를 모아놓고 피아노를 쳐 가면서 '이런 생각을 했고 보통 이렇게 자압한다;고 강의를 했다."

-'소울'에는 '태어나기 전 세계'와 소울 등 전에 없던 공간과 캐릭터가 등장한다.

"모양 자체를 디자인하거나 콘셉트를 만드는 건 다른 부서에서 작업했다. 작업한 부분에 한정해 말씀드리자면, 예전 비슷한 형태의 캐릭터나 형태를 먼저 조사한다. 보고 참고하지만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초반 작업하던 애니메이터들이 오랜 기간 움직임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했다. 특히 제리나 켈리 같은 선으로 된 캐릭터는 처음 시도이고 픽사에서는 해본 적 없는 캐릭터다. 움직임의 형태를 만들어내는 데도 신경을 많이 썼다. 동작 역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놓고 계속 작업하면서 의사소통 했고 살을 붙여가며 만든 기억이 있다."

-코로나19 속에 '소울'이 주는 의미가 남다르다. 본인에게는 '소울'이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

"주인공과 비슷하다면, 원래 하던 일을 그만두고 이 일을 하고 있어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거기서 한단계 나가서 일을 성취한다는 것 외에 그냥 '사는 것'에 대한 의미까지 전달하는 메시지가 있다. 집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여러가지 생각도 많이 들었다. 오히려 이럴 때 이런 메시지가 더 와닿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여러 관객분들도 비슷하게 힐링을 받을 수 있는 포인트가 있지 않을까 한다."

▲ '소울' 김재형 애니메이터.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미국에선 디즈니플러스, 한국에선 극장에서 관객과 만나게 됐다.

"만들 때는 영화관에서 보여드린다는 것을 기준으로 두고 비주얼 사운드 등을 만든다. 미국에서는 개봉을 못하게 됐다. 한국과 몇몇 나라에서 개봉하지만 미국에서는 디즈니 플러스에서 개봉했다. 의외의 반응이 있었다. 아이들끼리 극장가는 경우가 많고 부모는 시간을 놓치는 경우도 있더라. 그런데 집에서 스트리밍 하면 모두 보니까 그(부모) 연령층이 엄청나게 트위터 등에 멘션을 남겼더라. 의도하지 않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됐고 순기능이 있었구나 했다. 어려운 시간에 도움이 됐다고 하니까 뿌듯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작업 방식에 끼닌 영향이 있나. 재택근무를 언급했는데.

"코로나가 미국에서 퍼지면서 집에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회사에 있던 모니터와 컴퓨터를 가져와서 일하기 시작했다. 거의 1년이 다 되어간다. 작업 방식도 바뀌고 생활 방식도 바뀐 것 같다. 한가지 바뀌지 않은 것은, 저희는 아직 영화를 만드는 회사니까 큰 화면에 들어가는 디테일한 퀄리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서로 도와가며 일한다.

개인적으로는 저뿐 아니라 아이들도 다 집에서 온라인으로 학교에 가고 하며 1년을 같이 지냈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돈독해진 것 같고 알게 된 것도 있고 많이 바뀐 것 같다. 되돌아가더라도 어떤 식으로 정상이 될지, 완전히 돌아갈 수 있을지. 일하는 사람들과도 이야기한다. 저희뿐 아니라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굉장히 많은 걸 바꿔놓은 것 같다."

-'소울'엔 '불꽃'이란 개념이 중요하게 등장한다. 김 애니메이터에겐 그 불꽃이 뭐였나.

"즐거운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그 스파크가 아니었을까. 다르게 살아왔지만 그렇게 운명지어져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2017년 인터뷰 당시 배움의 자세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는데, 요즘의 주된 관심사는?

"기본적으로 비슷하다. 하면 할수록 어렵다. 자만하려다가 과절하는 경우도, 더 나아지려 하는 부분도 있다. 지금 시기가 어려워지는 것도 있고,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워졌는데 기술적으로 어떻게 해결하며 작업할 수 있을까 고민이다. 여전히 기본적으로 배워야 할 것이 많다."

-스스로 생각하는 나의 강점은?

"감정선을 보여주는 연기의 세세한 표현을 좋아한다. 그 와중에도 어떻게 특이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믾아 고민한다. 그렇다고 해서 상황에 맞지않게 특이한 부분만 보여주려 하면 결과물이 좋지 않다. 스토리텔링에 맞으면서도 뭔가를 보여줄 부분이 없나 고민하는 것을 재미있어 한다."

▲ '소울'.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픽사 합류 10년이 넘었다. 애니메이션 감독애 도전할 생각은 없는지.

"이전에도 비슷한 질문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제가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언젠가 할 수 있겠다고. 회사에서 우연히 기회가 생겨서 짧은 영상을 감독했다. 1~2주일 있으면 디즈니플러스에서 스트리밍한다. 하지만 제가 원하는 이야기를 준비해 하기엔 부족함이 많은 것 같다. 아직까지는 애니메이터로 많이 배우고 잘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딱히 언제다, 말씀드리기는 쉽지 않다."

-픽사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바깥에서 하는 이야기다. 디즈니 학생은 예쁜데 항상 공주 생각을 한다. 드림웍스 학생은 뒤에서 껄렁껄렁 하는 느낌이고, 픽사 학생은 월반을 해라. 스토리 자체가 뭔가 성숙한 부분을 건드리는 게 있다. 넓은 타깃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영화 영상물을 보면 젊은 분들이 여러 시도를 하고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다. 애니메이션이 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라 상업영화에서 쉽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좋은 결과물을 내 주시는 걸 보면 미래가 밝다 생각한다."

-'소울'을 두고 '픽사 애니의 정점'이란 호평이 나온다. 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정점이라는 게 다양한 의미가 있다. 공감하는 부분 중 하나는 디즈니, 디즈니 픽사 안에서 몇 년 동안 다양성을 위해 노력해 왔다. 구성원뿐 아니라 스토리도 다양성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그 부분에서 정점을 찍은 느낌이 있다.

외부에서보다 미국에서는 더 그렇게 느낀다. 문화적으로 가장 갈등이 심했던 부분(흑백갈등), 그걸 제대로 보여줄 수 있었다고 할까. 이 부분에서 좋은 영향, 화합할 수 있는 좋은 영향을 끼칠 부분이 있었다는 거다. 저도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도 아니고 100% 이해하지 못하지만 고치려 하고 좋은 영향을 끼치려 한다. 이 결과물이 조금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부분에서 정점이 아닐까. 뭔가 시작될만한, 뭔가가 된 것 같다.

-'소울'이 이제 개봉이다.

"고생해서 열심히 만들었다. 지금 한국에서 특히 극장에서 개봉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항상 안전 최우선으로 조심하시고 방역수칙 지키시며 극장에서 보시고 힐링받을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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