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아쉬움을 잊고 다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롯데 안치홍. ⓒ롯데 자이언츠
-지난해 이적 후 아쉬움 남긴 ‘롯데맨’ 안치홍
-“느낌 달랐던 친정 KIA전 부진, 올해에는…”
-“지금은 열심히 뛰어야 할 롯데 2년차 신예”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지난해 이맘때 안치홍(31·롯데 자이언츠)은 이적시장의 ‘뜨거운 감자’였다. 2009년 데뷔 후 줄곧 KIA 타이거즈 유니폼만 입은 프랜차이즈 스타였지만, 롯데와 깜짝 FA 계약을 맺으며 둥지를 옮겼기 때문이다. 더불어 KBO리그에선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상호옵션이 포함된 2+2년 최대 56억 원이라는 이색 계약이라 더욱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안치홍은 100% 만족스러운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전체적인 지표는 나쁘지 않았지만, 당초 롯데가 바랐던 핵심 2루수로서의 모습은 아니었다.

지난해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안치홍을 13일 전화로 만났다. 최근 사직구장으로 꼬박꼬박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는 안치홍은 “비시즌마다 하던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체력도 보강하고 웨이트트레이닝 강도도 조금씩 늘리는 중이다”고 근황을 전한 뒤 “사실 지난해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너무나 많았다. 내 성적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팀 성적이 좋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준비를 더 잘하려고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해 1월 롯데와 FA 계약을 맺은 안치홍은 곧바로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찼다. 또, 역시 함께 롯데 유니폼을 입은 외국인타자 딕슨 마차도와 키스톤 콤비도 이뤘다.

그러나 롯데가 안치홍에게 기대했던 바를 100% 채워주지는 못했다. 124경기 성적은 타율 0.286 8홈런 54타점 49득점. 잔부상이 겹치면서 20경기를 결장했고, 전반적인 기록은 중대형급 FA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무엇보다 롯데팬들을 사로잡는 결정적인 활약도 많지 않았다.

안치홍은 “공수 모두 아쉬웠다”는 한마디로 자책을 대신했다. 이어 “사실 처음 롯데로 오면서 잘할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잘해야 한다는 강박을 이기지 못했다. 많은 기대를 안은 만큼 과거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고 지난해를 복기했다.

그러면서 “사실 2019년 말 FA가 된 뒤 계약 스트레스로 잠시 입원할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러면서 새 시즌 준비가 잘 되지 않은 점은 있지만, 변명처럼 들릴까 봐 지난해 이러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부진은 결국 내 잘못이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 KIA에서 김선빈(왼쪽 사진 우측)과 키스톤 콤비를 이뤘던 안치홍은 롯데에선 딕슨 마차도(오른쪽 사진 우측)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
친정 KIA와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안치홍은 지난해 유독 KIA전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는 기록으로도 잘 나타난다. KIA와 10차례 경기에서 타율 0.162 1홈런 3타점 2득점으로 침묵했다. 또,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선 6경기 타율 0.087로 부진했다. 9개 구장 성적 중 가장 좋지 않은 기록이 옛 안방에서 나왔다.

안치홍은 “KIA를 처음 상대할 때는 솔직히 기분이 다르긴 했다”면서 “KIA와 첫 3연전 성적(타율 0.100)이 좋지 못했다. 첫 단추를 잘못 꿰매면서 부담감이 더 생겼다. KIA 동료들이 나를 잘 파악하는 점도 작용했겠지만, 이 역시 내가 이겨내야 했던 부분이었다. 올 시즌에는 더 나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서서히 적응도를 높여간 1년차 롯데맨은 롯데에서 보낸 숨 가쁜 2020년도 되돌아봤다.

안치홍은 “무엇보다 롯데팬들께서 너무나 많이 응원해주셔서 놀랐다. 소속을 옮기면서 걱정이 많았는데 예상 밖의 환대를 받아서 정말 감사했다. 또 부산 생활 역시 나는 물론 가족들 모두 만족하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이어 “이제 동료들과도 가까운 사이가 됐다. 특히 경찰청에서 함께 뛰었던 전준우 형과 신본기 형이 많이 도와줬다. 다만 (신)본기 형이 올 시즌을 앞두고 kt 위즈로 가서 너무 아쉽게 됐다”고 덧붙였다.

▲ 지난해 1월 입단식을 통해 롯데 유니폼을 처음 입었던 안치홍. ⓒ롯데 자이언츠
다가온 2021년은 안치홍에게 중요한 한 해다. FA 권리를 앞뒀던 2년 전 이맘때처럼, 자신의 미래가 달린 시기이기 때문이다.

안치홍의 거취는 벌써 내년도 이적시장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와 안치홍이 재계약을 원하면 플러스 2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만, 안치홍의 올 시즌 성적을 따라 이야기는 다양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결국 최고의 시나리오는 본인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성적을 내는 일이다.

다시 선수 생활의 분수령을 맞이한 안치홍은 “일단 내가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해처럼 준비가 미흡한 상태로 새 시즌을 시작할 수는 없다”면서 “2년 전과 상황은 비슷하지만, 내 위치는 다르다. 당시에는 첫 FA를 앞둔 11년차 선수라고 한다면, 지금은 그저 롯데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야 할 2년차 신예라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대신 “팀 성적을 이끌어야 내 가치도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내 첫 목표였던 가을야구행 티켓을 따내지 못했는데 올해에는 좋은 모습으로 롯데팬들에게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선물을 드리고 싶다”는 각오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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