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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리뷰]'#아이엠히어', 프렌치 러버가 한국에서 배운 눈치의 미덕

네이버구독_201006 강효진 기자 bestest@spotvnews.co.kr 2021년 01월 19일 화요일

▲ 아이엠히어. 제공ㅣ콘텐츠판다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낯선 누군가와 뭔가를 이용해 교류하다 결국 직접 만나게 되는 이야기는 지금껏 무수히 많은 작품에서 다뤄졌다. 그 연결고리는 시대 흐름에 발맞춰 편지, PC통신, 이메일, 온라인 메신저 등등을 거쳐 2021년에는 인스타그램이 주무대가 됐다. '#아이엠히어'의 첫 인상은 매개체만 '요즘'스럽게 바뀐 전형적인 세대초월 통신 로맨스 혹은 버디물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면 꼭 그렇지는 않았던 점에서 한 번, 배경이 인천공항과 서울 전역이라는 점에서 두 번 흥미를 자극하는 작품이었다.

14일 개봉한 '#아이엠히어'는 SNS를 통해 알게 된 SOO(배두나)를 만나기 위해 무작정 한국행 비행기를 탄 스테판(알랭 샤바)이 한국에서 겪게 되는 좌충우돌 힐링 여행기를 담은 영화다. 프랑스 국민 배우 알랭 샤바가 주연을 맡고 배두나가 출연해 국내 팬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 속 스테판은 프랑스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중년의 셰프다. 두 아들과 전처 사이에서 무기력한 하루를 보내는 그에게 하나의 낙은 SNS를 통해 알게 된 한국 여자 SOO와 일상을 공유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 어느날 그는 "서울에서 같이 벚꽃을 보면 좋을텐데"라는 SOO의 '빈말' 한 마디에 꽂히고 만다. 무작정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탄 스테판은 SOO에게 "내일 오후 8시 반 도착이다. 함께 저녁을 먹자"고 통보하고, SOO는 얼떨결에 "알겠다"고 답한다. 이대로 두 사람이 만났다면 운명적인 영화의 한 장면이 됐겠지만 스테판이 도착한 인천공항에는 SOO가 나타나지 않는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름도 모르고, 연락처도 없고, 아는 거라곤 오로지 얼굴과 'SOO'라는 닉네임 뿐인 상황에서 스테판이 선택한 것은 프랑스로 돌아가거나 홀로 서울 여행을 하는 대신 인천공항에서 대책없이 SOO를 기다리는 '무리수'였다. 이 핑계로 영화는 '노숙하기 좋은 공항'으로 유명한 인천공항의 매력을 알리기 위한 홍보영상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내국인들도 몰랐던 다양한 편의 시설과 서비스들을 낱낱이 보여준다.

열흘 넘게 인천공항에서 먹고자는 사이 스테판은 국내외로 유명인사가 된다. 요즘 세대의 여행 동반자는 다른 누구도 아닌 'SNS'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 이 프랑스 아저씨가 공항에서 먹고 자고 만나는 사람까지, 일거수 일투족을 SNS에 공유했기 때문이다. 결국 의도치 않은 유명세를 견디지 못하고 인천공항을 탈출한 스테판은 SOO가 남긴 단서를 가지고 그의 회사로 직접 찾아가기에 이른다.

영화 초반부터 중·후반까지의 동력은 '스테판이 과연 SOO를 만날 수 있을까?'와 'SOO는 왜 공항에 나오지 않았을까?'의 궁금증이 끌어간다. 그리고 막상 스테판이 SOO를 만난 직후에는 또 다른 설렘이 이어지길 바랐던 기대감이 바람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드는 허탈한 쾌감을 맛볼 수 있다. 스테판의 소망처럼 SOO와 국경과 세대를 넘은 친구가 돼서 서울 곳곳을 여행하는 뻔한 전개 대신, 밑도 끝도 없이 한국으로 날아온 것도 모자라 무려 회사 로비까지 쫓아온 직진남 스테판의 무모함과 눈치없음이 면박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배두나는 이 짧은 장면에서 스테판에게 '눈치' 챙기라는 묵직한 한 방을 날리고 쿨하게 사라진다. 분량은 짧고 굵지만 이 영화의 목적지가 내내 'SOO'로 찍혀있었을 뿐 아니라, SNS로 꾸준히 등장한 덕에 비중은 적지 않게 느껴진다.

배두나의 퇴장과 함께 가장 큰 궁금증이 해소되면서 영화의 후반부는 여행의 목적을 잃은 스테판의 심경처럼 흩어진다는 인상이 있다. 물론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구성이다. 졸지에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기 위해 공항에 노숙하는 '프렌치 러버'로 국제적인 유명인사가 된 스테판. 그리고 이 소식을 접하고 그를 데리러 부랴부랴 날아온 두 아들이 한국 여행을 통해 돈독해지면서 스테판의 공허한 가슴을 가족애가 가득 채우게 된다.

넷플릭스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가 그랬듯, SNS를 낯선 도시와의 소통 매개체로 활용한 것은 시대상을 반영한 '요즘 영화'라는 인상을 주면서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로 작용한다. 다만 스테판과 SOO의 행동과 감정선은 비교적 설득력이 떨어지거나 설명이 부족한 만큼, SNS의 속성을 잘 이해하는 세대가 '지금' 봐야 보다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프랑스 국민 배우가 인천공항과 서울 유명 관광지를 누비는 모습은 국내 관객들에게 익숙지 않은 오묘한 감정을 느끼게 할 듯 하다. 할리우드 영화에 '잠깐' 등장했던 한국 신에도 수많은 영화팬들이 열광했던 것이 불과 몇년 전 임을 떠올린다면, 한국이 주무대가 된 이 프랑스 영화를 지켜보며 어느 순간 훌쩍 성장한 K-컬처의 위상도 체감하게 된다. 더불어, 잘 안다고 생각했던 서울을 스테판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낯선 여행지에서 느꼈던 설렘과 가슴 일렁임을 코로나19 이후 간만에 맛보는 것도 소소한 힐링이 될 것이다.

14일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97분.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bestest@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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