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 배정호 영상 기자] 대한당구연맹 차기 회장을 뽑는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향후 4년간 당구연맹을 이끌 수장을 뽑는 선거다. 기업인 2명, 정치인 1명이 최종 입후보해 3파전을 형성했다.

지난 8일 후보자 기호 추첨을 통해 박보환 전 국회의원(65)이 기호 1번, 파워풀엑스 박인철(50) 대표가 2번, 오콘 김일호 대표(53)가 3번을 배정받았다.

스포티비뉴스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후보 3인의 출사표와 공약, 구체적 로드맵을 물었다. 세계 최고 인프라를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한국당구 차기 수장에 도전장을 던진 그들의 생각을 들여다봤다.

◆수평 리더십 강조한 박보환…"당구계 대화합 적임자"

박보환 후보는 '수평'을 강조했다. 선수와 동호인, 심판, 지도자 등 당구연맹 모든 성원과 수평적 관계를 맺고 소통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시절 노조위원장과 주마다 2~3회씩 만나 대화하고 갈등 요소를 줄여 잡음 없이 4년 임기를 채웠음을 언급했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 당구를 자주 즐기게 됐다. 그 과정에서 여러 연맹 관계자를 만났고 대화합이 필요한 상황임을 알게 됐다. 당구연맹은 하루빨리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 전 구성원이 한마음 한뜻이 될 수 있다. 전체 당구계 발전도 그때부터 가능해진다. 과거 국회의원과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을 역임하면서 쌓은 경험으로 (연맹 안팎으로) 신뢰를 재구축할 자신이 있다."

이번 선거 입후보자 가운데 유일한 정치인 출신이다. 이 탓에 일각에선 경쟁자인 두 후보의 배경(기업인)을 거론하며 재정 자립 분야에선 할 수 있는 게 상대적으로 적지 않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단체에 돈을 끌어오는 역할은 열세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 박보환 후보는 당구계 화합과 상생을 강조했다.
박 후보는 이 같은 우려에 동의하지 않았다. 자신의 재정 확충안도 탄탄한 로드맵을 갖췄을 뿐더러 기업인 출신 회장이 지닌 암면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기업인이 연맹 회장을 맡는 것도 분명 좋은 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있다. 특정 기업 대표가 공공 체육단체 수장이 됐을 때 기업 투자 유치에 과연 큰 도움이 될는지 의문이다. (누구도) 확신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부정적인 면도 분명 존재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시절 디지털 관련 강의를 많이 했다. 미래전략 TF 팀도 구성해 운영했다. 그만큼 시대 변화에 민감히 반응해왔다. 당구연맹 회장에 당선된다면 콘텐츠 사업을 활성화해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외부 영향을 일체 안 받는, 당구인만을 위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을 만들 것이다. 한국의 당구 인프라를 고려할 때 (해당 플랫폼은) '넷플릭스'처럼 세계인이 즐기는 당구 콘텐츠 보급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기업 투자도 활발히 유치할 수 있다."

박 후보는 당구연맹 제1 화두로 화합과 상생, 단결을 꼽았다.

국회에서 늘 반대 진영과 대화를 모색한 정치인 시절 경험과 노조와 원만한 스킨십을 이어 갔던 공공기관장 때 경력을 두루 살려 한국당구가 마주한 갈등 국면을 해결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자신이 갈등 해결 적임자라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박 후보는 당선 후 선거 경쟁자를 끌어안는 인사(人事)를 약속했다.

"세종대왕은 자신의 세자 책봉을 반대한 황희를 18년간 영의정으로 기용해 태평성대를 이뤘다.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도 정적을 국무장관에 앉히면서 남북전쟁 이후 혼란상을 (빠르게) 수습했다. 나 역시 선거에서 경쟁한 인사를 끌어안고 함께 갈 생각이다. 개인 욕심은 없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한국당구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요 공약>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구축을 통한 재정 안정
-불합리한 코로나 규제 시정
-실업리그 창설
-국군체육부대 종목 편입
-포켓볼과 스누커 육성

◆자강론 앞세운 박인철…"당구만으로 200억 수익 가능"

스포츠뷰티 브랜드 '파워풀엑스' 대표인 박인철 후보는 세대교체를 언급했다. 현 당구연맹의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 간 반목의 극복과 건강한 세대교체를 꼽았다. 그래야 당구가 '평생 스포츠' 지위를 획득할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세대교체가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이 통합을 이룬 지 벌써 5년이 흘렀다. 이제 더는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에 몰두하지 않는,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할 때다. 한국은 당구장 2만2000개, 동호인만 1000만 명에 이르는 세계 최고 인프라를 갖춘 나라다. 이 땅의 당구인이 당구를 평생 스포츠로 여기고 (당구만으로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환경 조성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그 고민이 (주도권 싸움보다) 우선이다."

▲ 박인철 후보는 건강한 세대교체와 자강론을 내세웠다. ⓒ 파워풀엑스
재원 마련과 프로화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박 후보는 "기업 스폰서 유치를 일순위로 삼아선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구 명승부, 베스트 샷, 스타플레이어 경기 운용 등 종목 자체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면 유튜브 구독자 100만 명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선이 된다면 미디어분과를 신설할 계획이다. 미디어분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 등 뉴미디어에서 구독자 증가를 목표로 한다. '당구왕김빠따' '도아TV' 등 파워 유튜버 영상만 봐도 당구는 자생력이 충분히 있다. 흥미로운 기획과 편집으로 유튜브 구독자 100만 명을 유치해 (수익은 물론) 매체력을 확보할 생각이다."

"컨텐츠분과도 따로 만들 것이다. 연맹이 내놓는 콘텐츠 질을 전방위적으로 개선하고 싶다. '세이그너 따라잡기' '이상천 따라잡기' 영상만 해도 조회수가 5~60만 안팎이다. '2017년 포켓볼 하이라이트 베스트 샷' 영상은 7분 짜리임에도 조회수 4600만을 거뒀다. 그런데 당구연맹의 대회 결승전 조회수는 6000이 채 안 된다."

"컨텐츠분과가 할 일은 명확하다. 유튜브 구독자 100만 명과 10억 페이지뷰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성공하면 당구연맹은 (유튜브 수익만) 연간 100억 원을 수확할 수 있다. 기업에 손 빌리지 않아도 재정 확충에 성공하는 것이다. 영상이 호응을 얻으면 광고는 자연스레 따라온다. 수익 창출 루트와 규모가 훨씬 다양해지고 커지는 것"이라며 뉴미디어가 지닌 힘을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박 후보는 당구연맹 정회원 100만 명 유치를 자신했다. 연맹 로고가 새겨진 장갑과 초크 케이스, 마스크, 고무 그립을 제공하고 동호인들의 숙원인 정확한 핸디 측정 서비스를 제공하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공약이라고 밝혔다. 뉴미디어 수입과 정회원의 연회비 1만 원 납부를 통해 곳간을 살찌우면 탄탄한 재정 자립을 이룰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그러면서 박 후보는 "연맹은 뉴미디어 수익 10%, 연회비 수입의 50%만 갖고 나머지는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 17개 시도 연맹과 동호인 등에게 균등히 나눠줄 것"이라고 했다. 당구 콘텐츠는 연맹만이 아닌 당구계 전체가 힘써 가꿔온 것이기에 이를 통한 수익 분배는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아시아 최대 규모의 당구전용경기장 건립과 소년체전 정식종목 편입, 동호인의 이사회 등재, 심판진의 공정한 경기 일정 분배를 약속했다. 당구전용경기장은 춘천에 이미 부지를 확보했고, 선거인단에도 이름을 올린 동호인계의 이사 등록을 통해 보다 균형 잡힌 현장 목소리를 들을 것임을 공약했다.

<주요 공약>

-연맹 예산의 생활체육 지원
-심판위원장 선출제 추진
-소년체전 종목 편입
-동호인 핸디 측정 시스템 구축
-당구전용경기장 설립

◆브랜드 전문가 김일호…"뽀로로처럼 당구도 '국민 스포츠'로"

김일호 후보는 국내 인기 애니메이션 '뽀로로' 제작사인 오콘의 대표다. 그는 자신의 강점으로 브랜딩을 꼽았다. 브랜드 전문가로서 당구에 '젊고 친근한' 이미지를 입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벤처 1세대 기업인으로서 브랜딩과 투자 유치에 강점을 지녀 궁극적으로 당구의 국민 스포츠 등극에 이바지할 수 있는 후보라고 어필했다.

당구연맹뿐 아니라 다수의 체육 단체가 재정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 후보는 돌파구로 '이슈성 증대'를 제시했다. 화제가 될 만한 메가 이벤트를 열어 팬들 관심을 촉발하고 이를 통해 기업에 홍보 효과를 부각시켜 투자 유치를 끌어낸다는 것이다.

▲ 김일호 후보는 당구의 '국민 스포츠' 등극 초석을 놓겠다고 약속했다. ⓒ 오콘
"당구 방송 시청률은 결코 낮지 않다. 최고 시청률이 1.2%에 이른다. 동호인 저변도 넓다. 당구는 시장성이 대단히 풍부한 스포츠다. 다만 이 같은 장점을 제대로 활용한 크고 역동적인 대회, 보고 싶은 이벤트는 그리 눈에 띄지 않는 것 같다."

"연맹 역사상 최대 규모 프리미엄 대회 유치를 약속드린다. 아울러 디비전 1~5부 리그 선수와 프로 선수가 함께 출전할 수 있는 '코리아오픈대회'도 열 계획이다. 규모 있는 명문(名門) 대회를 만들고 그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낸다면, 즉 첫 단추만 잘 끼운다면 이후부턴 훨씬 수월하게 스폰서 유치가 가능하다. (당구 바람이 일면) 또 다른 메이저급 대회가 창설되고 기업 참여도 앞다퉈 활발해지는 선순환 사이클이 형성된다. (여러 기업이) 당구계에 기꺼이 돈을 내는 '윤택한 당구계, 부유한 당구계'를 만들 수 있다. 나 또한 벤처 1세대로서 많은 기업인과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좋은 재료도 누가 요리하느냐에 따라 음식 맛이 달라진다. 당구가 지닌 많은 훌륭한 재료를 맛깔스럽게 조리할 자신이 있다."

김 후보는 내부 문제 해결에도 적극성을 보였다. 그는 당구연맹 최대 현안으로 소통 부족을 꼬집었다. 연맹과 선수, 프로 단체와 동호인 간 의견이 다 다른데 이들 목소리를 끝까지 듣고 이견차를 줄이는 '대화 테이블'이 꼭 필요하다는 진단이었다.

"연맹에는 연맹의 사정이 있고 선수와 프로협회, 동호인은 또 그들만의 사정이 있다. 지난 4월 PBA와 상생협악안 부결도 (협약안) 자체의 문제라기보단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더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당선이 된다면 각자가 입장을 차분히 설명하고 (서로가) 들을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당구계가 대화합의 길로 나아가게끔 역할을 하고 싶다. 내게 당구는 '행복'이다. 모두가 해피할 수 있는 당구계, 이를 돕는 당구연맹이 되도록 물밑 물위를 안 가리고 봉사하는 게 (후보로서) 목표"라고 밝혔다.

<주요 공약>

-지역연맹 활성화
-대규모 프리미엄 대회 및 코리아오픈대회 개최
-지도자와 심판 처우 개선
-지방 대회 방송중계 필수화
-스포츠클럽 디비전 시스템 재정비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 배정호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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