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스포츠토토 불법베팅을 한 것으로 드러난 정현욱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양중진 객원 칼럼니스트] 여기 도박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한 사람이 있다. 그가 스승에게 묻는다.

“베팅을 할 땐 어떻게 하면 되나요?”

스승은 씨익 웃으며 답한다.

“베팅을 하려면 인생을 걸어야지.”

뭔가 꽤나 멋있어 보인다.

‘짜아식 멋있는데! 싸나이라면 저 정도는 돼야지. 싸나이가 한번 길을 정했으면 끝장을 봐야지.’

이런 느낌마저 든다.

영화 ‘타짜3 : 원 아이드 잭’에 나오는 장면이다.

사실 알고 보면 당연한 말이기도 하다. 일확천금을 통해 꼬질꼬질한 인생이 완전히 바뀌기를 바랐다면 당연히 그 정도의 배수진은 쳐야 했을 것이다.

스승이 한 말은 어떤 뜻일까. 아마도 그만큼 절실하게, 모든 것을 다 건 듯이 심사숙고해서 베팅을 하라는 뜻일 것이다. 당연한 말이다. 100원이 걸렸든 100억 원이 걸렸든 액수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해서 이겨야 하는 게 도박이기 때문이다. 돈을 잃기 위해 도박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나 다 ‘나는 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베팅에 뛰어든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현실 세계로 들어오면 그 뜻과 결과는 생각과는 전혀 달라진다.

최근 전해진 프로야구에 막 입문한 두 젊은 선수의 안타까운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한 선수는 대부업체로부터 돈을 빌려 베팅을 했다가, 다른 한 선수는 불법 사이트에 베팅을 했다가 문제가 된 걸로 보인다.

두 선수는 베팅을 하면서 정말로 인생을 걸었을까. 아마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선수들에게 베팅은 처음엔 장난이나 재미였을 뿐, 그들은 야구에 목숨을 걸었을 것이다.

그러나 베팅에 목숨을 걸지도 않았는데, 도박 대신 정작 자신이 목숨을 걸 정도로 사랑했던,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던 야구 인생이 끝장나게 생겼다. 누구도 의도치 않은, 누구도 바라지 않은 엄청난 결과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베팅이라고 하면 도박죄를 떠올린다. 그런데, 사실 도박죄는 형법상으로 그다지 크게 처벌되는 범죄는 아니다. 법정형이 매우 낮다는 뜻이다. 우선 도박죄에는 징역형이 없다.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뿐이다. 거기에 상습성이 인정되어야 비로소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을 뿐이다. 도박으로 인해 징역형이 선고된다고 하더라도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이 선고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

하지만, 법정형이 낮다고 해서 사회적 의미도 낮은 것은 아니다. 특히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다고 평가 받거나 연예인, 운동선수처럼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직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대중은 사회적 지위나 영향력, 지명도, 인지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높은 수준의 도덕관념을 요구한다. 아무리 운동을 잘 해도, 아무리 인기가 높아도 한 순간의 실수로 대중의 외면을 받는 사례를 우리는 자주 본다.

▲ 2016년 일부 선수의 승부조작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KBO 선수들이 단체로 사과를 하는 등 큰 후폭풍을 만났다. ⓒ곽혜미 기자
베팅이 법적으로 문제되는 또 다른 경우는 자신의 종목과 관련된 곳에 돈을 걸 때다. 이런 곳에 베팅을 하면 불법적으로 발행되는 투표권은 물론 합법적으로 발행되는 스포츠 투표권인 경우에도 처벌된다. 게다가 처벌도 도박죄보다 훨씬 높아진다.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합법적으로 발행된 투표권을 샀는데 처벌되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승부의 공정성에 의심을 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승부 조작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보자. 甲팀에 A라는 투수가 있었다. A는 자신의 선발 등판이 예정된 게임과 관련된 투표권을 구입했다. 물론 스스로는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다짐을 스스로 실천하기도 했다. 그런데 만약 다른 사람이 그 사실을 알았다면 과연 최선을 다했다고 믿어줄까. 길 가는 사람을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자.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현재 문제가 된 두 선수 모두 고등학교 때 재미삼아 했던 베팅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는 그것이 그다지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을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선수들도 그것이 나중에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협회에서 그간 교육과 징계 등을 통해 베팅을 근절하도록 노력했음에도 정작 선수 자신은 그 의미를 제대로 실감하지 못한 듯하다.

더 이상 안타까운 일로 꿈을 망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베팅을 하려면 정말로 인생을 걸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스스로 걸고 싶지 않아도 결과적으로는 인생이 걸리게 된다는 사실을 선수도, 학부모도, 지도자도, 협회도 크게 느껴야 한다.

※양중진 객원 칼럼니스트는?

현 춘천지검 강릉지청장, <검사의 스포츠> 저자, 전 대한축구협회 윤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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