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기영 ⓒ 두산 베어스
▲ 권기영과 같은 날 트레이드로 두산 베어스에 이적해 필승조로 성장한 이승진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 포수 권기영(22)은 어리석은 선택으로 유니폼을 벗을 위기에 놓였다.

두산은 13일 '권기영이 부적절한 사행성 사이트에 접속한 사실을 확인해 KBO에 자격정지선수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알렸다. 두산은 먼저 투수 정현욱이 불법 스포츠토토를 한 사실을 확인했고, 선수단 전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권기영이 해당 사실을 인정했다. 

권기영이 한 온라인 도박은 KBO 야구규약 제14장 151조 품위손상행위로 '도박'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받을 수 있다. KBO의 징계 수위는 경찰 조사 뒤에 정해지겠지만, KBO는 불법 도박 근절을 위해 강경 대응할 뜻을 밝힌 상태다. 권기영은 현재 구단과 언제 경찰 조사를 받을지 협의 중이다.

권기영은 제물포고를 졸업하고 2017년 2차 3라운드 26위로 SK 와이번스에 지명된 포수 유망주였다. 고교 2학년부터 주전 포수 자리를 꿰차며 수준급 수비력을 갖춘 선수로 평가받았다. 강한 어깨에 힘입어 도루 저지에 강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지난해 5월 두산으로 트레이드됐다. SK는 포수 이흥련과 외야수 김경호를 받고 두산에 권기영과 투수 이승진을 내줬다. 권기영은 트레이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당황스러웠다" 표현했다. 

두산이 권기영을 선택한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어리지만 군필 선수고, 한번 키워볼 가치가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권기영은 포수왕국 두산에서 안방마님의 계보를 잇고 싶다며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보겠다. 두산에서는 잘하는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자신의 가치를 조금도 보여주지 못하고 불미스러운 일로 꿈을 접을 위기에 놓였다. 권기영은 SK 시절부터 품행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고는 하나 사행성 게임을 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현장에서는 고등학교 때부터 재미로 한 게 지금까지 이어졌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같은 운명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이승진과 전혀 다른 행보다. 두산은 이승진을 불펜에서 힘을 실어줄 강속구 투수로 평가했는데, 이적 초반 구속이 140km 초반대에 머물렀다. 이승진은 2군 투수 코치진의 지도 아래 독하게 구슬땀을 흘렸고 2개월 만에 1군 마운드에서 시속 150km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로 재탄생한다. 이승진은 그렇게 스스로 기회를 잡아 꿈에 그리던 한국시리즈 마운드까지 밟았다.

권기영은 승승장구하는 이승진을 보며 느끼는 게 없었을까. 권기영은 야구도 품행도 어느 하나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두산에서 잘하는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다"던 그는 포수왕국이 준 기회를 제대로 걷어찼다. 

이승진처럼 트레이드 성공 사례로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좋았겠지만, 권기영은 프로야구의 미래들이 절대 닮아선 안 되는 본보기로 남았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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