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욱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철없는 22살 유망주가 할 말은 '죄송하다'뿐이었다. 두산 베어스 투수 정현욱은 지난 13일 야구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두산은 정현욱의 개인 채무 문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스포츠토토 베팅을 한 사실을 확인해 KBO에 자격정지선수 요청을 했다. 정현욱과 함께 조사 과정에서 사행성 게임 사이트에 접속했다고 밝힌 포수 권기영(22)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정현욱은 14일 두산 관계자와 함께 경찰에 자진 출석해 사건 접수를 마쳤다. 두산 관계자는 "정현욱이 경찰에 자수해 사건 접수가 됐고, 추후 수사관이 배정되면 그때 다시 경찰에서 정현욱을 불러 조사한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커진 뒤 정현욱은 두산 유니폼을 입은 SNS 프로필 사진을 삭제했다. 그리고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는 문구를 남겼다. 

하지만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본인도 잘 알 것이다. KBO는 2016년 승부조작 사건이 KBO리그를 뒤흔들고 난 뒤 불법 스포츠토토의 심각성을 선수들에게 심어주는 데 주력해왔다. 클린베이스볼센터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KBO는 물론이고 10개 구단도 각자의 방법으로 선수단을 교육하며 재발 방지에 힘썼다. 2018년 두산 이영하가 승부조작 제의를 거부하고 구단에 자진 신고하면서 자정 노력이 결실을 보는 듯했다. 그런데 정현욱과 권기영 사건이 또 터지면서 야구계는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정금조 KBO 클린베이스볼 센터장은 "수사 결과가 나오면 최종적으로 상벌위원회에서 심의할 것이다. 불법 스포츠 도박 참여는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이고 중대한 범법 행위기 때문에 실격 처분까지 가능하다"며 중징계를 예고했다. 유기 또는 무기 실격 처분을 받으면 총재 허락이 있기 전에는 선수로 복귀할 수 없다. 영구 실격선수가 되면 절대 선수로 돌아올 수 없다.

두산발 폭탄이 터진 뒤 다른 구단들도 바빠졌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이미 전수조사를 시작한 구단이 있다. 일대일 면담을 진행하는 구단도 있고, 메신저로 선수단에 정현욱과 권기영 사건을 알리며 관련 규정과 함께 어떤 처벌을 받는지 다시 공지하는 방법을 선택한 구단도 있다. KBO에 역으로 혹시 추가 적발된 선수가 있는지 문의한 구단도 있었다.

대부분 구단이 선택한 방법은 '재교육'이다. 비활동 기간이 끝나고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면 강도 높은 교육을 진행하겠다는 것. 그런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이제는 의구심이 생긴다. 

정현욱과 권기영은 실제로 고등학생 때부터 스포츠토토와 사행성 게임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시작은 용돈 벌이 정도였겠지만, 이제는 사채를 끌어다 써야 하는 지경이 됐다. 어린 시절 이미 불법 도박을 '놀이'로 받아들인 겁없는 선수에게 교육을 해도 효과가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구단 관계자는 "고등학생 때부터 시작했다는 사실에 충격이 크다. 아마추어야구부터 스포츠토토 베팅, 인터넷 도박 등 불법 도박 행위와 관련해 교육을 시작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의견을 냈다.

지난 5년의 자정 노력이 무색해진 지금, 야구계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뿌리를 뽑아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22살 유망주들의 상상을 초월한 일탈은 야구계에 큰 숙제를 남겼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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