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소속 선수의 스포츠토토 및 사행성 사이트 접속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나머지 구단에도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두산 일부 선수들의 불법 행위가 알려지자 KBO리그 전체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 상당수 구단들도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 매년 교육에도 계속해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생기고 있는 가운데 경각심을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두산은 13일 소속선수 두 명(정현욱·권기영)을 자격정지선수로 지정해줄 것을 KBO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두 선수는 구단의 자체 조사에서 불법 행위가 적발됐다. 최근 개인적인 채무 문제가 불거져 구단과 면담을 가진 정현욱은 스포츠토토를 한 사실을 시인했다. 이어진 선수단 전수조사에서는 권기영이 부적절한 사행성 사이트에 접속한 사실도 확인했다.

두산은 전수조사를 마친 만큼 문제를 안고 있는 선수가 추가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다만 이 불똥은 나머지 9개 구단으로 튀었다. 각 구단들은 현재 자체적으로 유사 사례가 있는지 파악 중이다. 수도권 A구단 관계자는 “매년 교육을 하는데 유사 사례가 나오면 전수조사를 하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수도권 B구단 관계자는 “현재 모든 선수들을 상대로 일대일 확인 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 C구단 관계자는 “비활동기간이라 메신저로 선수들에게 관련 내용을 공지했으며 관련 규정 또한 안내했다”고 밝혔다. 이 구단은 일단 KBO에 이슈와 관련된 선수가 있는지 확인했고 “관련된 선수가 없다”는 답을 들었다. 다른 구단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뒷북 처리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선수단 내 경각심 고취 차원도 있다.

문제는 선수들의 진술만으로 모든 것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지방 D구단 관계자는 “구단들이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나 역량을 갖춘 것은 아니고, 일단 선수들을 믿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번 두산의 처벌도 외부에서의 제보가 조사의 발단이 됐으며, 선수가 시인하면서 전기를 맞이했다. 만약 두 선수가 스포츠토토, 사행성 사이트 접속 사실을 잡아뗐다면 두산도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었다.

한 구단 단장은 “선수 사생활에 대한 소문이 여러 경로를 통해 구단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선수들 사이에서, 코치들 사이에서 말이 나오기도 한다”면서도 “확실한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먼저 조사하기는 쉽지 않은 부분이 있고, 물증을 미리 잡아내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 단장은 “어린 선수라는 점에서 더 충격이 크다”고 했다.

2012·2016년 승부조작 사태는 KBO리그에 많은 생채기를 남겼다. 관련 선수들이 야구판을 떠나기도 했고, 사법 처리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사태를 지켜본 선수들 사이에서는 경각심이 충분히 있었을 것으로 본다. 다만 그때 리그에 없었던 젊은 선수들은 심각성이 몸에 와 닿지 않았을 수도 있다”면서 “어린 친구들 모두가 유혹에 쉽게 빠진다고 말하는 것은 위험하다. 다만 충분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더 보완해야 할 것 같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관련 규정을 교육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두산이 정현욱 권기영에게 중징계가 내린 만큼 추후 다른 사례들의 처벌 기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KBO 규정에 따르면 도박 관련 제재는 1회 위반시 출전 정지 50경기 이상, 제재금 500만 원, 봉사활동 120시간이다. 두산이 요청한 징계 수위가 더 높다. 사실상 방출을 각오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앞으로 비슷한 사례가 적발될 경우 해당 선수를 팀에서 더 활용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굳어질 전망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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