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승원(왼쪽)과 박종훈은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며 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선발 투수로 성장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K 팬들 사이에서 식지 않는 화제는 바로 토종 선발진의 두 축인 박종훈(30)과 문승원(32)에 대한 이야기다. 던지는 유형도 다르고 스타일도 다르지만 비슷한 나이에 나란히 선발 로테이션을 돌고 있으니 자연히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팬들은 SK판 예송논쟁, ‘문박대전’이라고 했다. 

우스갯소리에 재미 삼아 하는 농담이기도 하지만, 결국 두 선수에 대한 ‘기대치’가 밑바탕에 깔렸다고 볼 수 있다. SK는 2007년 혜성처럼 등장한 김광현 다음의 토종 선발이 잘 나오지 않았다. 꾸준히 좋은 선수가 나온 불펜과 달랐다. 그런데 김광현의 뒤를 이어 로테이션에 안착한 선수가 바로 두 선수였다.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박종훈은 2016년부터, 문승원은 2017년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고정돼 뛰고 있다. 평가하기 충분한 시간이 지난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어땠을까. SK 팬들로서는 ‘해피엔딩’이다. 굳이 비교할 것 없이 두 선수 모두 잘 성장했고, 자신의 장점을 발전시킨 결과 이제는 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선발로 발돋움했다. SK가 2021년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4년간 박종훈은 116경기(선발 114경기)에서 47승37패 평균자책점 4.2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문승원은 111경기(선발 104경기)에서 31승36패 평균자책점 4.38의 성적을 남겼다. 리그 전체를 놓고 봐도 두 선수만큼 꾸준하게 뛰며 좋은 성적을 낸 국내 투수가 별로 없었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가 집계한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에 따르면 4년간 최고 WAR을 기록한 선수는 국내 투수는 양현종(19.79)이었다. 2위는 해당 기간 두 시즌을 뛴 김광현(세인트루이스)으로 11.66이다. 그 뒤를 박종훈(10.93)과 문승원(10.87)이 따른다. 전체적인 성적 지표에서 다승을 제외하면 큰 차이가 없다. 미시적으로 보면 잘 보이지 않았는데, 거시적으로 보면 'TOP 5'다.

보수적으로 생각해도 두 선수 모두 토종 선발 중 열손가락 안에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고 보면 틀리지 않다. 한 시즌 반짝한 선수는 많았지만 지난 4년 동안 성실하게 제 몫을 한 선수 자체가 많지 않기도 하다. SK의 선발 육성은 더딘 것 같았으나 결과적으로 대단히 성공적이었던 셈이다.

2021년 각오도 남다르다. 박종훈은 지난해 13승을 기록했으나 평균자책점이 전년(3.88)보다 높은 4.81에 머물렀다. 약점으로 지적된 퀵모션 등을 집중적으로 보완할 예정인데 지난해 막판부터 효과를 보고 있다.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낸 문승원은 올해 3억 원대 연봉자가 됐다. 팔꿈치 뼛조각을 제거한 뒤 재활에 매진 중이다. 다행히 경과가 좋아 4월 합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 두 선수는 온라인에서의 뜨거운(?) 논쟁과 별개로 ‘절친’이다. 서로 조언도 해주고, 필요한 물품을 선물하기도 한다. 또한 이제는 투수진을 이끌어가는 위치다. 두 선수가 왕조 시절의 선배들을 보고 자랐듯이, 이제 SK의 어린 선수들은 두 선수의 운동 방법과 루틴을 보고 배우며 롤모델로 뽑는다. 이제 팬들의 눈높이는 더 높아졌다. 대견스럽게 성장한 두 선수가 앞으로도 선의의 경쟁을 통해 리그 최고를 노리길 바란다. 그 목표가 이뤄질 때까지 문박대전은 계속된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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