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소아암 환우들에게 자신의 모발을 기부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자른 롯데 김원중. ⓒ롯데 자이언츠
-롯데 김원중, 연이은 기부로 화제
-유독 진했던 롯데표 ‘선행 DNA’
-20년간 이어지며 선한 영향력 확대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롯데 자이언츠는 16일 우완투수 김원중(28)의 기부 소식을 알렸다. 불과 한 달 전 소아암 환우들을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기부했던 김원중이 이번에는 기부용으로 제작한 후드 티셔츠의 판매 수익금을 부산대학교 어린이병원의 소아암 환아들에게 전달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만드는 소식이었다. 한 젊은 선수가 소아암과 힘겹게 싸우고 있는 환우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도록 자발적으로 기부를 했다는 사연은 잔잔한 울림을 전했다.

이번 기부 릴레이의 출발은 지난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데뷔 후 단발만 고집했던 김원중은 예고도 없이 머리카락을 장발로 길러 주위를 놀라게 했다. 특히 변신의 이유를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더욱 키웠다.

이후 1년간 머리카락을 기른 김원중은 지난해 12월이 돼서야 머리카락을 기른 배경을 말했다. 앞서 2018년 모발을 기부한 SK 와이번스 트레이 힐만 감독과 김광현의 사례를 보면서 자신 역시 뜻깊은 일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밝혔다.

그리고 김원중은 그간 애지중지 기르던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 이를 소아암 환우 봉사단체인 ‘어머나 운동본부’로 기부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부로 많은 분들께서 모발 기부 캠페인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진심을 담았다.

그런데 김원중의 선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 기부를 계기로 소아암 환우들에게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 김원중은 한 패션업체와 손잡고 기부용 후드 티셔츠를 제작해 판매했다.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팬들이 동참했고 수익금 250만 원을 부산대학교 어린이병원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롯데 관계자는 “사실 이러한 기부는 구단 차원에서 진행하기는 어렵다. 선수 본인이 자발적으로 알아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그래야 의미도 더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기부용 후드 티셔츠 제작은 사실 앞서 한동희가 진행한 바 있다. 김원중도 한동희를 비롯한 동료 선수들의 영향을 받아서 더 관심을 더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롯데에는 각자의 방식대로 이웃사랑과 선행을 펼치는 선수들이 유독 많았다.

▲ 롯데 소속으로 KBO 사랑의 골든글러브를 나란히 수상했던 박정태와 신본기, 손아섭(왼쪽부터). ⓒ롯데 자이언츠, 곽혜미 기자
원조는 1999년 ‘악바리’ 박정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KBO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손잡고 ‘사랑의 골든글러브’를 탄생시켰다. 사회적으로 귀감이 되는 선행을 실천하고, 다양한 기부활동을 벌이는 선수들을 선정해 야구를 통한 나눔 문화를 확산한다는 취지를 담았다.

당시 국제금융위기 여파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따뜻한 이웃사랑을 실천한 박정태는 두산 베어스 진필중과 함께 초대 사랑의 골든글러브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후에도 박정태는 부산사랑의열매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소외가정 출신 아이들을 위한 ‘레인보우카운트 야구단’을 만드는 등 선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여기에서 시작된 롯데표 ‘선행 DNA’는 후배들에게 자연스레 이어졌다. 역대 최다인 8개의 KBO 사랑의 골든글러브가 롯데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이를 대신 말해준다.

먼저 2005년에는 당시 소아암 환아 후원 모금 활동과 지금은 고인이 된 임수혁 돕기 행사 등을 통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료나 불우이웃을 위해 힘쓴 롯데 선수회가 수상자로 선정됐고, 이후 2006년 손민한, 2008년 이대호, 2013년 조성환, 2015년 강민호, 2017년 신본기, 2018년 손아섭까지 쟁쟁한 스타플레이어들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한 공로를 인정받아 사랑의 골든글러브를 안았다.

▲ 최근 부산에서 함께 연탄배달 봉사활동을 했던 한동희와 이대호, 정훈, 신본기(왼쪽부터). ⓒ신본기 SNS
이렇게 20년 넘는 세월 동안 선행이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김원중의 모발 기부나 후드 티셔츠 제작처럼 그 방식도 더욱 다양해졌다. 중심에는 역시 지난달 kt 위즈로 이적한 신본기가 있었다. 보육시설 아이들을 꾸준히 찾아가 식사를 대접하고, 재능기부를 펼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았던 신본기는 롯데에서 뛰는 동안 꾸준히 기부를 펼쳤다. 작은 상금이라도 생기면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마음을 담아 전달했다.

또, 최근 이적 후에도 이대호와 정훈, 한동희와 함께 부산 지역에서 연탄배달 봉사활동을 하며 이웃사랑을 몸소 보여주기도 했다. 비록 신본기는 정든 고향을 잠시 떠나게 됐지만, kt에서도 계속해 기부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처럼 한 둥지에서 시작된 선한 영향력은 점점 더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좋지 않은 소식들이 끊이지 않는 KBO리그지만, 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있어 그리 춥지만은 않은 겨울이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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