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소리. 제공ㅣ리틀빅픽쳐스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배우 문소리가 영화 '세자매'의 배우이자 제작자로 나섰다. 자기 영화를 보고 좀처럼 울지 않는다는 그는 이번 작품을 보며 뱉은 말이 부끄러울 만큼 '펑펑'울고 말았다고 한다. 그만큼 공감과 위로가 인상적인 작품이기에, 그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들불을 지피고 싶은 심정이다"라며 '세자매'에 대한 애정을 뽐냈다.

문소리는 19일 오전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어제 시사회에선 못 봤지만 부산에서 상영했을 때 엄청 울었다. 그 전엔 김선영, 장윤주 배우에게 '무슨 자기 영화를 보고 그렇게펑펑 우니?'하고 핀잔을 줬는데, 부산에서 제가 펑펑 울어서 부끄러웠다. 어쨌든 세명 다 이 영화를 좋아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세자매'는 겉으로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가식덩어리, 소심덩어리, 골칫덩어리인 세 자매가 말할 수 없었던 기억의 매듭을 풀며 폭발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문소리(미연), 김선영(희숙), 장윤주(미옥)가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세 자매로 호흡을 맞췄다.

문소리는 이번 작품에서 신도시 자가 아파트, 교수 남편, 아이들, 독실한 믿음을 가진 성가대 지휘자로 성심껏 일하는 가정주부 미연 역을 맡았다. 겉으로 보기엔 남부러운 것 없어 보이지만 그간 쌓인 고통과 상처를 내면에 숨기고 완벽한 척 살아온 인물로 일순간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들이 흔들리며 폭발하게 되는 인물이다.

문소리는 미연에 대해 "나와 내면적으로 비슷하지만, 저에게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부분이다. 오히려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으면 내보이려고 하지 않고, 그런 성격들. 자세하기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마음속에 어떤 부분이 저에게도 있어서 그 캐릭터가 이해가 가면서도 와락 껴안기 힘든 심정이었다. 촬영 열흔 전까지도 그런 것 때문에 끙끙 마음을 앓았던 기억이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불교 신자로 알려져 있는 문소리는 이번 작품에서 기도를 하지 않는 딸을 윽박지를 정도로 굉장히 독실한 기독교 신자 역할을 맡았다. 그 느낌을 몸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그는 몇 달 동안 실제로 교회를 다니기까지 했다.

문소리는 "교회에 그냥 자주 갔다. 매주 갔다. 큰 교회, 작은 교회, 다 가보고 '저걸 내가 캐치해야겠다' 이런 눈으로 계속 보기보다는 그냥 머물면서 제가 그 물이 좀 저에게 들길, 스며들길 바라면서 자주 갔다. 집에서 피아노 칠때도 늘 매일매일 찬송가 하나씩 피아노 치면서 찬송가 부르면서 공부도 하고. CCM도 많이 듣고 유튜브로도 '다른 교회는 예배를 어떻게 하나'하고 봤다"며 "그리고 김선영 장윤주씨가 독실한 크리스찬이어서 두 배우에게도 많이 도움을 요청했다. 심지어 김선영씨 언니는 훨씬 오래전부터 초등학교때부터 교회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하더라. 언니분도 직접 만나서 제가 이런저런 인터뷰같은 질문도 많이 하고 그 언니 분위기도 살피고 그랬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에서는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이 언급된다. 이들이 가진 폭발 직전의 심지는 바로 이들의 어린 시절에 심어진 것이 느껴지기에 더욱 가슴아픈 이야기다.

이에 대해 문소리는 "저희 영화는 특별한 사건을 다루려 했던건 아니다. 지금은 육아도 많이 참여하고 공동으로 분배하듯이 달라진 아버지들이 많지만 예전엔 방법을 모르고 아시다시피 폭력에 대한 감수성도, 좋은 아빠에 대한 기준도 좀 달랐다. 그래서 받았던 그 속에서 느꼈던 것들이 많을 것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어떻게 보면 영화에서 만들어진 드라마라는건 사람도 죽고 지구도 폭발하고 큰 서사가 많지만 '뭘 그정도 가지고 그래'라고 까지 얘기할수있는 것들도 우리의 성장과정에 커다랗게 자리잡을 수 있다. 감독님은 '그것이 얼마나 큰 것인가'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던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아주 특별한 아빠를 그리려 했던건 아니다. 좀 더 이야기를 극적으로 해볼 수도 있었는데, 그런 지점에서 고민이 많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극 후반부 감정이 폭발하는 신인 '생일잔치' 장면에 대해서는 '파도'에 비유했다. 오히려 여러 감정이 오가지만 지휘하면서 그것을 감춰야 했던 '성가대' 신이 더 많은 준비가 필요했고, 폭발적인 감정이 터져나오는 신은 흐름에 맡겼다는 설명이다.

문소리는 "앞에서 '미연이라는 캐릭터에 빠져서 흘러가고 있었다면 아버지 생일잔치 신에서도 오는 파도에 당연히 반응하지 않을까' 그렇게 믿고 있었다. 오히려 집에서 찍는 신들은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생각했고, 교회 장면은 지휘하니까 훨씬 신경을 많이 쓰고 준비했다. 식당 신은 파도를 맞는다. 그 전에 풍덩 빠져서 이 물결을 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교회 신은 몇 테이크 못갔다. 그냥 그 순간의 미연이로 들어가서 감당했던거 같다"고 밝혔다.

▲ 문소리. 제공ㅣ리틀빅픽쳐스

끝으로 문소리는 현실적인 아픔이 느껴지는 이번 작품의 '위로'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답했다.

그는 질문을 듣고 시간을 두고 고심한 끝에 "한마디로 하면 다 표현이 안되고 어려우니까 영화로 만든거 같다. 말로 내가 '나는 이러이러한 마음으로 너를 위로해. 이렇게 내가 얘기하는게 너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어. 이게 내 마음이야' 이걸 진짜 하기 어려우니까 정말 이 많은 과정을 거쳐서 영화로 만든거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어쨌든 저는 이승원 감독님의 전작들도 그렇고 이 작품도 그렇고 무언가 마음에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나, 소외받는 사람이나, 손가락질 받는 사람들에게나 따뜻한 정서나 시선이 있다. 그 따뜻한 시선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도 전해지면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문소리는 "(영화제에서)30대 초반 남자관객이었는데 저희 영화를 보시고 처음에는 '저렇게까지? 왜 저러지' 하다가 '아 여자들이 저런 삶을 살 수 있지' 이렇게 이해를 하다가, 영화의 끝에는 '아 내얘기이기도 하구나'라고 변화가 있었다고 하더라. 영화를 바라보는 태도나 마음이 그랬던 거다. 그래서 저는 좀 더 많은 분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겠구나 하고 그 분의 말씀을 듣고 희망을 가져보기도 했다"고 밝혔다.

'세자매'는 오는 27일 개봉한다.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bestest@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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