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선규 SK 단장(맨 오른쪽)은 2022년 우승에 도전할 만한 상황이 된다고 생각하면 다시 한 번 과감하게 FA 시장에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취임 이후 광폭 행보로 달려간 류선규 SK 신임 단장은 올해 KBO리그 오프시즌을 달군 인물 중 하나다. 많은 이들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최주환 김상수를 영입했고, 진통이 예고됐던 연봉협상도 연내에 마무리하면서 2020년의 나쁜 기운과 단절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류 단장은 ‘성공’보다는 ‘방심’이라는 단어를 먼저 꺼낸다. 직원들에게도 항상 말하는 것이 “방심하지 말라”는 것이다. 류 단장은 “겉으로 보기에는 성공적인 오프시즌처럼 보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방심하면 안 된다”면서 “시즌에 들어가면 수많은 변수가 생길 것이고, 그에 대비하는 게 우리 몫이다. 우리의 움직임이 맞는지에 대해 항상 의심을 해야 한다. 주위에서 냉정한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민경삼 대표이사와 류 단장이 외부 인사들과 만날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우리는 무엇을 잘못하고 있나"다.

이제 단장의 시간은 끝나가는 가운데 류 단장은 현장과 유기적인 공조를 통해 좋은 흐름을 이어 간다는 구상이다. 현장이 필요한 것은 적극 지원하고, 필요한 부분은 먼저 현장에 제시할 준비도 되어 있다. 류 단장은 “김원형 감독은 첫 감독 경력이기는 하지만 항상 귀가 열려 있는 분”이라고 치켜세우면서 “현장을 가장 잘 보좌할 수 있도록 프런트 조직도를 짰다. 성적이 좋든 나쁘든 팬들의 의견도 계속해서 들을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SK 팬들이 기자의 트위터와 이메일을 통해 류 단장에 궁금한 것을 많이 전달했다. 기대치가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류 단장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팬들의 질문에 시원스레 답했다. 전력 운영에 대해서는 현장과 합의된 부분에 한해 이야기가 가능하며, 나머지는 캠프 때 많은 것이 결정될 것이라 여지를 남겼다. 1편에 이어, 팬들이 물었다. 류선규 단장이 다시 답했다. 

Q) 김건우 선수와 오원석 선수에 대한 올 시즌 활용 방안 듣고 싶어요

류선규 단장 : 오원석은 1군에서 불펜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김건우는 장기적인 선발 자원으로 키우겠다. 올해 1군 전력으로 생각하기는 어렵지만, 2군에서는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할 것이다. 경기에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김정빈 선수까지 선발로 전환이 되면 김태훈 선수 말고 좌완투수를 어떤 식으로 구상중이신지가 궁금합니다. 좌완왕국이 엊그제 같은데 좌완 가뭄구단이 되서 내심 걱정중인지라…

Q) 좌완 선발 자원이 부족해서 김정빈 선수를 5선발 후보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혹시 외인 선수 중에 좌완이 없었던 것인지… 만약 김정빈 선수를 선발로 돌리게 되면 불펜도 좌완이 부족하게 되지 않은지에 대해 궁금합니다.

류선규 단장 : 좌완이 부족한 건 맞다. 구단도 인지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의 경우는 왼쪽에 특별한 후보가 없었다. 일단 김정빈의 선발 활용은 현장에서 결정할 일이다. 개인적으로 3~4월에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선수가 김정빈이라고 생각한다. 김원형 감독도 이왕이면 선발 5명 중 1명은 좌완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 김정빈은 지난 1년을 보니 불펜보다는 선발에서 가능성이 더 크게 터질 선수라고 생각한다. 잘 되면 구창모처럼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발 경쟁에서 김정빈이 탈락할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2군에서 선발 수업을 시킬 것이냐, 1군 불펜을 시키느냐가 구단의 상당히 중요한 의사결정이 될 것이다. 불펜으로 결정하는 순간 올해는 선발이 안 되는 것이다. 현장에서 진지하게 고민할 것이라 생각한다. 

감독도 그렇고, 프런트도 그렇고 오원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김정빈은 선발에 가깝고, 오원석은 불펜에 가깝다고 본다. 이건 프런트와 현장의 일치된 의견이었다. 좌완 불펜 요원으로는 김태훈, 김택형, 신재웅 등이 있고 박시후도 기대를 하고 있다. 박시후가 왼손 스페셜리스트로는 다크호스라고 본다. 박시후는 구속이 평균 140㎞ 정도가 나오고 과감성이 있다. 

▲ 류선규 단장은 선발 후보로 떠오른 김정빈에 대해 "3~4월에 중요한 의사결정이 필요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곽혜미 기자

Q) 2군 선발 로테이션은 어떻게 구상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류선규 단장 : 앞서 말한 이유로 김정빈은 일단 세모다. 5선발 경쟁에서 탈락하는 선수가 2군 로테이션에서 돌 것이고, 그렇다면 김건우 정동윤 양선률까지 우선 네 명이 된다. 신인 조병현도 평가가 좋다. 유호식도 제대를 했는데 공익근무를 해서 몸 상태는 더 봐야 한다. 올해 나머지 신인들은 불펜 스타일이다. 우선은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

Q) 21년에도 20년에 이어서 S급 FA 영입계획이 있는지와 현 시점 기준 22년 신인 지명에 투수와 타자 중 어디에 비중을 두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류선규 단장 : 성적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올해 어느 정도 성적을 내고, 2022년 우승에 도전할 수 상황이 오느냐가 중요하다. FA는 그런 승부를 볼 때 데려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올해는 팬들의 실망감도 컸고, 팬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외부 수혈을 한 측면도 있었다. 사견이지만 상황으로 봤을 때 FA를 사기에 적절한 타이밍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팀에 부족한 포지션이 많다. 지난주에도 어느 구단에서 연락이 왔는데 “SK는 어느 포지션이 필요하냐”고 하길래 다 필요하다고 했다(웃음). 투수·야수의 문제로 나눌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일단 외야수 자원과 파워툴은 어느 정도 수집을 한 것 같고, 테이블세터 자원도 좀 있다. 그 나머지는 다 필요하다. 투수·포수·내야수 모두 다 그렇다. 특히나 SK는 센터라인이 약하다. 투수, 포수, 중앙 내야수가 부족하다. 10개 구단 전체를 놓고 보면 포수 역량도 중하위권이다. 이런 문제 의식 속에서 움직여보려고 한다.

Q) 최정, 로맥 이후의 코너 내야 구상이 궁금합니다

류선규 단장 : 3루는 임석진을 첫 머리로 보고 있다. 구단 계획에서 최정 다음이 임석진이다. 그 다음은 고명준이다. 고명준은 마무리훈련 때 평가가 엄청나게 좋았다. 구단 입장에서 고졸 신인은 1군 캠프 보내기가 부담스러운 게 많다. 선수가 기량 차이를 확인하고 좌절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런데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적극적으로 밀어서 신인으로는 유일하게 1군 캠프에 들었다. 임석진은 제대해서 속초 2군 캠프에 갈 것이다. 임석진에 대한 기대가 우선순위다. 

1루는 전의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얼마 전에 사장님과 함께 가서 봤는데 일부러 미리 이야기를 해줬다. 고위층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환경을 이겨낼 수 있는지를 보고 싶었다. 그런데 보니까 되면 크게 될 선수 같더라. 어떤 느낌을 받았냐면, 사장·단장 및 고위층이 자신을 보러 왔음에도 전혀 부담스러워하지 않았다. 사장님도 만족하셨다. LG 프런트에 재직하던 시절 양준혁을 본 적이 있는데 전의산은 양준혁을 보는 느낌이 났다. 포텐셜이 크다고 생각한다. 양준혁 위원에게도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한 번 보여주고 싶을 정도다(웃음). 2군에서도 계속 전의산 전의산 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 SK는 펀치력을 갖춘 1루수 전의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곽혜미 기자

Q) 두산이나 키움 등등 내야수 잘 키우는 구단에서 담금질 한 유망주 선수들과 우리 팀 유망주 내야수들을 보면 수비에서의 단단함이 떨어져 보일 때가 많은데 구단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합니다!

류선규 단장 : (단호하게) 수비만 문제가 아니다. 냉정하게 수비뿐만 아니라 모든 게 다 부족하다. 사실 SK만큼 시스템적으로 많은 시도를 했던 구단도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육성 시스템에 관여를 해보고 매뉴얼 작성도 도와봤는데 정말 중요한 건 시스템보다는 경기 출전인 것 같다. 실링이 높은 선수들에게 얼마나 경기 출장 기회를 부여하느냐, 어떻게 기회를 주느냐가 중요하다. 

키움이나 두산이나 2군 코칭스태프에 대단한 시스템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SK가 육성에 시스템적인 접근을 많이 했는데, 정작 중요한 실전 경험이 부족했다. 지금도 반성을 해보면, 지난해 김성민은 기본기에 집중했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시즌이 끝났을 때 경기에 많이 못 뛰었더라. 올해 같은 경우는 차라리 2군에서 풀타임 유격수를 하면서 궤도에 오르면 1군에서 써볼 생각이 있다. 되느냐 마느냐를 판단해보고 그렇지 않으면 군에 보낼 것이다. 

Q) KBO풀에서 트레이드 성사가 이루어지기 어렵기도 하고 구단 내부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물 밑에서 수많은 시도를 했으리라 생각하지만, 트레이드뿐만 아니라 코너 외야수 보강을 비롯한 뎁스 충원작업이 어느 정도까지 이루어지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진행할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류선규 단장 : 얼마 전에 강화에 갔었는데 민 사장님은 사장 부임 후 가장 기분이 좋은 날이라고 하시더라. SK의 미래가 밝다. 전의산 조형우 박형준 등 신인급 선수들을 보고 너무 마음에 든다고 하셨다. 이처럼 신인급에서 파워툴의 수집은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다. 전의산을 쓰자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 나온 이야기다. 사실 A급 선수는 트레이드가 어렵다. 가치가 정점에 올랐다가 어떤 이유로 떨어진 그 아래 선수들을 관심 있게 보기는 한다. 다만 트레이드는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다. 

Q) 김원형 감독의 임기인 향후 2년 계획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류선규 단장 : 큰 틀에서 보면 올해는 중위권, 내년은 상위권의 개념이다. 간단히 예를 들어보자. “작년 멤버가지고 4위를 하고 싶나, 내가 생각하는 몇몇의 선수로 세대교체하면서 5위를 하고 싶나”라고 묻는다면 후자를 선택하고 싶다. 최민준 조성훈 김창평 전의산 4명이 SK의 선수단 역량을 좌우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선수들이 1군에서 안착을 하며 5위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면 내년, 내후년 팀의 재건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기본으로는 장점의 극대화가 필요하다. 직원들에게도 단점은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해줘야 한다. 내부 역량의 극대화가 중요하다. 그런 대전제에서 운영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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