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우완투수 주권(왼쪽)과 LG 류지현 감독. ⓒkt 위즈, 스포티비뉴스DB
-kt 주권, 25일 KBO 연봉 조정위원회 판정승
-2002년 LG 류지현 이후 19년 만의 선수 승리
-“길 열어주신 류 감독님께 감사하고, 죄송하다”

[스포티비뉴스=KBO, 고봉준 기자] LG 트윈스 류지현(50) 감독은 지난해 11월 취임 기자회견에서 2002년 이야기를 언급했다. 당시 선수로서 임했던 연봉조정 신청과 관련한 질문이 나온 뒤였다.

류 감독은 “연봉조정은 빨리 2번째 사례가 나왔으면 한다. 아직도 내 이름이 나온다. 훌륭한 선수들이 빨리 다음 사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류 감독이 언급한 2번째 사례란 선수의 승리를 말한다. 2002년 류 감독은 기존 연봉 2억 원에서 2000만 원 인상을 요구했고, LG는 1000만 원 삭감을 제시했다. 당시 기준으로 선수가 KBO 조정위원회에서 승리를 거둔 적이 없었지만, 류 감독이 사상 최초로 구단을 이기면서 화제가 됐다.

그러나 류 감독의 당시 승리는 오래도록 유일무이한 사례로 남았다. 이후 한동안 조정위원회가 열리지 않다가, 2010년과 2011년 롯데 자이언츠 이정훈과 이대호가 차례로 조정위원회로 향했지만, 승리는 구단의 몫이었다.

그러면서 연봉조정 신청 이슈가 나올 때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류 감독의 이름이 언급됐다. 2004년 은퇴하며 선수 직함을 내려놓고, 코치를 지내는 동안에도 연봉조정 신청과 관련된 질문을 끊임없이 받아야 했다.

이처럼 19년 가까이 류 감독이 짊어지고 있던 짐은 후배의 용기로 조금은 덜 수 있게 됐다. kt 위즈 우완투수 주권(26)이 역대 2번째로 KBO 조정위원회에서 승리를 거둔 덕분이다.

▲ kt 주권(왼쪽)이 25일 KBO 연봉 조정위원회로 출석하면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7경기에서 6승 2패 31홀드 평균자책점 2.70으로 활약하며 kt의 사상 첫 홀드왕으로 등극한 주권은 기존 연봉 1억5000만 원에서 최소 1억 원의 인상을 요구했다. 반면, 구단은 2억2000만 원을 마지노선으로 고수하면서 평행선이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양측의 연봉 줄다리기는 25일 조정위원회로 향했고, 5명의 조정위원들은 이날 3시간 가까운 마라톤 회의를 벌인 뒤 kt가 주권에게 올 시즌 연봉으로 2억5000만 원을 지급할 것을 최종 결정했다.

류 감독이 그토록 기다리던 ‘2번째 사례’가 탄생한 것이다.

이날 조정위원회 직후 연락이 닿은 주권 역시 류 감독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함께 전했다. 주권은 “류 감독님을 비롯한 많은 선배님들께서 먼저 길을 만들어놓으셔서 나도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어 “특히 이번 연봉조정 신청으로 류 감독님의 이름이 계속 언급돼서 죄송한 마음이 들었는데 그래도 감독님께서 홀로 짊어지셨던 짐을 나눠가질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각오도 담담하게 전했다. 주권은 “결과는 승리지만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이제 내가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면서 “최근 따뜻한 부산으로 내려가 며칠 개인훈련을 소화했다. 스프링캠프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동료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준비해서 올 시즌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스포티비뉴스=KBO,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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