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그룹은 26일 와이번스 야구단 인수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사진은 이마트 이벤트 데이 장면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임창만 영상 기자] 차라리 ‘충격’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렸다. 한국시리즈 4회 우승에 빛나는 SK 와이번스가 매각된다. 야구단 인수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신세계그룹의 노림수, 그리고 야구단보다는 다른 측면에서 사회공헌을 하려던 SK의 방향이 맞아 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신세계그룹과 와이번스 야구단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SK텔레콤은 26일 야구단 매각․인수 관련 양해각서(MOU)를 맺는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양측은 한 달 정도 극비리에 야구단 인수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주말쯤 사실상 합의에 이르렀다. 25일 언론 보도를 통해 협상 과정이 수면으로 드러났으며 26일 최종 결론에 도장을 찍었다.

야구단 관계자들은 25일 언론보도가 있기 직전까지만 해도 해당 사실을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 모두 25일 업무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매각 관련 보도가 나온 직후 류선규 SK 단장을 비롯한 팀장급 프런트들은 “우리도 아는 게 없다”고 답답해했을 정도다. 그 정도로 극비리에 진행됐다. 

SK 계열사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도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소수였다. 사장단 멤버 상당수가 야구단 매각에 놀랐다”고 전하면서 “결국 오너들끼리 교감이 있었던 것 같다. 정용진 부회장이 세게 푸시를 했다는 말이 돈다. 여기에 SK가 흔들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와이번스 야구단뿐만 아니라 나머지 9개 구단 프런트도 모두 놀랐다. 수도권 한 구단 관계자는 “SK가 야구단을 매각할 줄 상상했던 관계자들이 몇이나 되겠나”고 반문했다. 실제 지금까지 KBO리그 야구단의 매각 및 인수는 대다수 어려운 모기업 사정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SK그룹은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등 지난해 좋은 실적을 낸 계열사들이 수없이 많은 국내 굴지의 기업이다. 

이를 종합하면 돈 문제는 아니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SK 계열사 고위 관계자는 “딱 떨어지는 이유는 아니다”고 전제하면서도 “고정비가 많이 드는 허울 좋은 야구단보다는 소외받는 스포츠로 사회공헌을 하는 것이 그룹의 가치에 부합한다고 여겼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실제 SK는 수영(박태환), 펜싱 등 인기가 많지 않은 종목을 지원하며 좋은 성과를 거뒀다.

이어 “SK가 설립한 사회적 기업인 ‘행복나래’를 보면 그룹의 의지와 방향이 보인다. 하청업체 등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파트너십이다. 그 외 게임 등이 (모기업인) SK텔레콤의 이미지하고도 맞는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룹에는 안주하지 않는 것을 추구하는 방향이 있다. 이번 야구단 매각은 그룹 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고, 프로스포츠 전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해석했다.

▲ 신세계그룹은 다양한 방면에서 야구단의 시너지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SK와이번스
그렇다면 신세계그룹은 왜 야구단을 인수했을까. 실제 4~5년 전부터 신세계그룹이 야구단 인수에 관심을 보인다는 루머가 파다했다. 당시 신세계그룹은 히어로즈 인수에 관심을 보였으나 히어로즈가 매각 대금을 크게 불러 포기했다는 루머가 많았다. 여기에 이미 야구단을 보유한 삼성이 CJ는 몰라도 신세계의 진입은 용인할 것이라는 분석도 꽤 설득력을 얻었다.

한동안 잠잠하긴 했으나 신세계그룹은 유통기업의 한계를 벗기 위해 시너지 효과를 낼 만한 미래 먹거리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지난해 중반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신세계그룹은 결국 기반이 확실하고 이미 마케팅 분야에서 선도적인 성과를 낸 와이번스 야구단을 인수했다. 야구를 좋아하는 정용진 부회장은 유통과 야구단의 합작품을 머리에 그리고 있었고, 확신을 밀어붙였다는 후문이다. 그룹 내 이사회 의결 또한 자신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신세계와 SK가 은근히 업무적인 영향을 맺고 있는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겉으로는 전혀 다른 목적의 기업처럼 보이지만, 실제 신세계그룹은 야구단의 기대 효과를 파악할 만한 기회가 충분했다는 것이다. 실제 계열사인 이마트는 몇 년째 와이번스와 다양한 합동 이벤트를 벌인 기억이 생생하다. 한편으로는 와이번스의 가치가 1000억 원대 중후반으로 책정된 만큼 야구 산업 전반의 기준점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임창만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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