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트로이 호킨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메이저리그를 30년 넘게 취재한 베테랑 기자가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평범한 성적을 남긴 불펜투수를 체크했다. 지금까지 투표 내역을 공개한 투표권자 가운데 유일하게 이 선수에게 표를 던졌다. 무슨 이유일까. 

USA투데이 밥 나이팅게일 기자는 1986년부터 메이저리그를 취재했다. 올해로 35년째를 맞이하는 베테랑 기자다.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가 기준으로 삼은 '경력 10년'을 훌쩍 넘는다. 그런 베테랑 기자가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깜짝 놀랄 선택으로 주목 받았다. 

나이팅게일 기자는 26일(한국시간) 올해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논란의 3인방' 배리 본즈, 로저 클레멘스, 커트 실링에게 모두 표를 줬다고 밝혔다. 그외에 제프 켄트, 개리 셰필드, 새미 소사, 오마르 비스켈, 빌리 와그너, 토리 헌터, 그리고 라트로이 호킨스도 뽑았다.

호킨스는 낯선 이름이다. 메이저리그에서 21년을 뛰는 동안 11개 구단에 속했던 '저니맨'이었다. 데뷔 후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9시즌을 보낸 뒤 시카고 컵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볼티모어 오리올스, 콜로라도 로키스, 뉴욕 양키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밀워키 브루어스, LA 에인절스, 뉴욕 메츠에서 뛰다 다시 콜로라도를 거쳐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끝으로 은퇴했다. 통산 성적은 1042경기 75승 94패 127세이브, 평균자책점 4.31이다.

명예의 전당 투표를 20년 넘게 한 나이팅게일 기자는 왜 이렇게 평범한 성적을 남기고 은퇴한 선수에게 한 표를 던졌을까. 나이팅게일 기자는 "계속 조롱해도 좋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1993년으로 돌아가보다.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한 표도 받지 못한 선수가 5명 있었다. 그 가운데 한 명, 할 맥래가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보다 더 존경스러운 선수는 없었다. 야구에 대한 열정에 경외심을 느꼈고, 그보다 더 뛰어난 클럽하우스 리더를 보지 못했다"라고 했다. 그러나 당시 나이팅게일 기자는 명예의 전당 투표권이 없었다.

그 뒤로 그는 자신에게 큰 의미가 있고 동료, 코치, 감독, 기자들에게 존경받았던 선수라면 성적을 떠나 표를 주겠다고 다짐했다. 그 선수가 바로 호킨스다. 내세울 만한 기록은 1042경기, 통산 등판 10위 정도다. 하지만 흑인 선수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매우 컸다. 선수들을 니그로리그 박물관에 데려가 흑인 선수들의 역사에 대해 알려주려 했다.

나이팅게일 기자는 자신의 판단이 "투표인단은 선수의 기록, 능력, 정직함, 스포츠맨십, 인성, 소속 구단에 대한 공헌도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 명예의 전당 투표 조건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봤다. 그는 "선수들은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표를 받는 것이 대단한 영광이라고 말한다. 나는 호킨스가 적어도 한 표를 받았던 선수로 남게 하고 싶었다"고 썼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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