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그룹은 SK 와이번스의 역사를 안고 갈까. ⓒSK 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SK그룹이 처음 KBO리그로 뛰어든 때는 2000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외환위기 여파로 쌍방울그룹은 법정관리를 받고 있었고, 1990년부터 운영 중이던 쌍방울 레이더스 야구단 역시 존폐 기로로 놓였다.

결국 쌍방울그룹은 더 이상 야구단을 운영할 수 없다는 의사를 KBO로 밝혔고, 8개 구단 체제로 운영되던 KBO리그는 밀레니엄 시대를 앞두고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기업이 바로 SK그룹이었다. 2000년 1월 손길승 SK그룹 회장은 KBO 측으로 “쌍방울 야구단을 인수해 프로야구로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2월 가입신청서를 낸 뒤 3월 구단주 임시총회에서 SK 야구단 창단이 만장일치로 승인됐다. 이렇게 해서 인천을 연고지로 하는 SK 와이번스가 탄생했다.

재창단 형식을 택한 SK는 쌍방울 멤버들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다. 선수단과 프런트 대부분이 고용 승계됐지만, 강병철 감독이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몇몇 코치들은 선수단을 떠나야 했다. 또, 당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사태까지 겹치면서 기존 선수들의 잔류를 놓고 진통이 거셌다.

이러한 난항을 거쳐 김원형과 최태원 등 주축 선수들을 위주로 선수단을 다시 꾸린 SK는 이후 자연스럽게 쌍방울의 역사와 단절했다. 모기업이 달라지고, 연고지가 전주에서 인천으로 옮겨가면서 쌍방울의 10년 발자취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SK 역시 구단의 출발점을 2000년으로 잡으면서 신생 구단의 이미지를 강화했다.

▲ 쌍방울 레이더스 로고.
이후 SK는 파란만장한 길을 걸었다. 조범현 감독이 이끌던 2003년에는 창단 후 최초로 한국시리즈로 진출했고, 김성근 감독과 이만수 감독으로 이어진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회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3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우며 왕조로 발돋움했다. 또, 트레이 힐만 감독이 지휘한 2018년에는 4번째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았다.

그리고 20년의 세월이 지난 올해 SK는 야구단 매각을 결정했다. 퇴장 이유는 무성하지만, SK를 대신해 신세계그룹이 인천을 연고로 하는 야구단의 명맥을 잇기로 했다.

이제 관심사는 SK 역사의 단절 여부다. 만약 신세계그룹이 2000년의 SK처럼 기존의 쌍방울 야구단 역사와 단절한다면, SK 왕조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물론 반대의 길을 택할 수도 있다. SK가 그간 인천에서 뿌리 깊게 자리 잡았고, 또 쌍방울과 달리 명문의 입지를 다진 점을 감안할 때 왕조의 역사를 그대로 안고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파란만장했던 2000년대와 2010년대를 관통한 SK의 21년 발자취는 어떻게 남게 될까.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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