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애틀 매리너스 크리스 플렉센 ⓒ 스포티비뉴스DB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가짜 같지 않았다. 여기(메이저리그)로 돌아와도 지속 가능할 것 같았다."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는 이번 스토브리그가 시작되자마자 우완 크리스 플렉센(27)을 붙잡았다. 플렉센은 시애틀과 2년 475만 달러(약 51억5000만 원) 계약에 도장을 찍었다. 2023년 구단 옵션이 실행되면 400만 달러를 추가로 받고, 이닝에 따른 베스팅 옵션도 걸려 있다. 2022년 150이닝 이상 던지거나 2021~2022년을 통틀어 300이닝 이상을 던지면 2023년 계약이 자동 실행되며 이 경우 800만 달러까지 받을 수 있다.

시애틀은 플렉센에게 큰돈을 그냥 투자하지 않았다. 시애틀은 플렉센의 뉴욕 메츠 유망주 시절부터 지난해 KBO리그 두산 베어스에서 뛸 때까지 꾸준히 데이터를 모았다. 오랜 기간 쭉 지켜봤고, 한국에서 보이는 수치 이상으로 성장한 것을 확인했기에 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 

미국 시애틀 지역 라디오 'ESPN 시애틀'은 28일(이하 한국시간) '선발투수 플렉센이 시애틀의 눈길을 끈 이유는 정말 많다'고 알렸다. 제리 디포토 시애틀 단장은 플렉센이 한국에서 뛰면서 구위가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 디포토 단장은 플렉센의 직구 구속은 92~93마일에서 96마일까지 올랐고, 슬라이더가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을 정도로 향상됐다고 봤다. 

코로나19로 메이저리그 개막이 늦은 것도 플렉센에게는 기회였다. 저스틴 홀랜더 시애틀 부단장은 "코로나19로 메이저리그 개막이 지연되면서 스카우트들의 업무가 중단됐을 때 한국과 일본 리그는 시작됐으니까 중계 화면을 활용하면서 리스트업을 했다. 그래서 더 많은 해외 선수들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렇게 리스트업한 선수들 중 하나가 플렉센이었다.

매체는 '플렉센은 KBO리그로 떠나기 전부터 시애틀의 레이더에 있었다. 2014년 메츠에 14라운드로 지명됐고, 2017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그러나 3시즌 동안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홀랜더 부단장은 "플렉센은 (메이저리그에서) 스트라이크를 던지질 못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전혀 이슈가 되지 않은 문제였다. 시간이 정말 빨리 갔다. 빅리그 첫해에 50이닝 정도 던지고, 그다음 2시즌 동안 20이닝 정도 더 던지고 한국으로 떠났다"고 설명했다.   

플렉센은 두산에서 뛴 지난해 21경기, 8승, 116⅔이닝, 평균자책점 3.01을 기록했다. 왼발 골절로 2개월 가까이 이탈했지만, 부상 복귀 후 후반기부터 페이스가 좋았다. 포스트시즌에는 5경기에서 2승, 1세이브, 28⅓이닝, 평균자책점 1.91로 활약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끌었다. 

매체는 '플렉센의 성적은 한국에서 훨씬 좋아졌다. 하지만 시애틀은 수치로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확인했다. 중계방송 자료, 한국 담당 스카우트의 보고서, 트랙맨 데이터 등을 종합해서 판단했다'고 밝혔다. 

홀랜더 부단장은 "우리는 플렉센의 레퍼토리 중 일부에서 커맨드와 무브먼트가 좋아진 것을 확인했는데 가짜 같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 와서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플렉센의 직구 구속이 증가하면서 커브와 체인지업이 더 좋아졌고, 슬라이더는 이미 좋은 구종이었는데 구속을 올리면 커터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스트라이크를 던졌다"고 이야기했다. 

시애틀이 여름 내내 플렉센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동안 시즌을 치를수록 투구 내용이 좋아지는 것도 확인했다. 매체는 '부상일 때 잠깐 이탈하긴 했지만, 부상에서 복귀해서는 메츠에 있을 때 또 부상 전보다 훨씬 좋은 공을 던졌다. 더 공격적으로 던지면서 더 많은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한국에서 기회가 전환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디포토 단장은 플렉센이 한국에서 뛸 때처럼 메이저리그로 돌아와서도 선발로 꾸준히 기회를 얻으며 성적을 이어 가길 바라고 있다. 플렉센은 젊은 선발 후보들과 함께 경쟁하며 시애틀 마운드를 단단하게 만들 예정이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