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의 송교창 ⓒ KBL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송승민 영상기자] 송교창(25, 200cm) 데뷔 이전과 이후 한국 농구는 많은 게 달라졌다.

불과 6~7년 전만 해도 대학 진학은 고교 농구선수들에게 필수 코스였다. 좋은 대학에 가 실력을 쌓고 프로에 진출하는 게 모든 농구 유망주들의 꿈이었다. 고교 졸업 후 바로 프로에 갈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런 경우가 거의 없을뿐더러 성공한 사례가 있지 않았다. 편한 길이 있는데 굳이 실패 확률이 높은 낯선 길을 찾아 갈 필요는 없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언젠가부터 중, 고교 유망주들을 인터뷰해보면 "대학에 가지 않고 프로에 직행하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대학에 진학한 선수들 중 일부는 "대학에 가지 않고 프로에 바로 갔다면 어땠을까하는 후회를 한다"는 말도 한다.

송교창이 꼭 대학에 가지 않더라도 프로선수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다. 삼일상중 시절부터 송교창은 두각을 드러낸 유망주였다. 삼일상고에 진학해선 에이스로 활약하며 팀을 전국대회 우승으로 이끌었다.

큰 키에도 빨랐다. 운동능력이 좋아 리바운드 가담과 돌파가 장점이었다. 무엇보다 송교창을 특별하게 만든 건 슛까지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FIBA(국제농구연맹) U19 대표팀에도 뽑히는 등 주가는 계속 올라갔다. 특히 U19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강호 세르비아를 상대로 40득점 원맨쇼를 펼치며 국내용이 아닌 세계에서도 통할 실력임을 입증했다.

대학농구 전문가들은 고교랭킹 1위로 송교창을 꼽았다. 당연히 유명 대학들은 일제히 송교창 영입에 열을 올렸다.

송교창의 선택은 대학이 아닌 프로진출이었다. 2015년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해 전주 KCC로부터 전체 3순위로 이름이 불렸다. 당시 KCC 추승균 감독은 송교창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KCC 구단도 당장이 아닌 미래를 보고 송교창을 뽑았다.

농구계는 이를 "파격적"이라고 했다. 아무리 고교랭킹 1위라 할지라도 프로의 벽은 높다. 대학 때 이름을 떨친 선수들도 프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일찍 은퇴하는 경우는 수없이 많았다.

▲ 전주 KCC는 예상보다 빨리 팀의 에이스를 얻었다 ⓒ KBL
송교창에 대한 KCC의 평가는 절반만 맞았다. 머지않은 미래에 팀을 이끌 에이스 재목이라 봤지만 즉시전력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송교창은 빠르게 프로에 녹아들었다. 프로 데뷔 2년 차부터 평균 11.88득점 5.62리바운드 1.06스틸로 팀의 중심선수로 활약했다.

2018-19시즌엔 평균 14.12득점 5리바운드, 2019-20시즌엔 15.05득점 5.64리바운드로 KBL을 대표하는 스코어러로 거듭났다. 이번 시즌 역시 경기당 14.79득점 6.12리바운드로 활약 중이다. 국내선수 기준 리그 득점 3위, 리바운드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송교창은 "U19 대표팀에 뽑혀 세계대회에 나간 게 프로 조기 진출을 결정한 결정적인 배경이었다. 세계대회에서 잘하는 선수들과 부딪히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더 잘하는 선수와 맞붙고 싶었다. 이런 마음을 먹게 되니까 프로에 가야겠다는 결정까지 이르렀다"며 대학이 아닌 프로로 직행한 이유를 밝혔다.

자신을 따라 프로에 바로 오려는 후배들에게 해줄 말은 없냐고 묻자 "열심히 하라는 말 외에는 특별히 해줄 조언이 없다. 프로에 일찍 오는 게 좋은지, 늦게 오는 게 더 나은 지는 내가 판단할 수 없다. 무엇을 선택하든 장단점이 있다. 선수 본인이 고민해서 결정하는 게 맞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번 시즌 송교창은 개인 기록뿐 아니라 팀 성적까지 뒤따르고 있다. KCC는 13연승을 달리는 등 리그 1위를 질주 중이다. 송교창은 지난주 서울 삼성전에서 발목을 다쳤지만 직전 경기인 고양 오리온전에서 14득점 4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송교창은 "발목 상태가 좋지는 않다. 그렇다고 아주 나쁜 건 아니다. 트레이너 형들과 얘기하면서 몸 관리에 더 신경 쓸 생각이다. 앞으로 발목, 무릎 재활을 더 많이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KCC가 이대로 정규 시즌을 1위로 마친다면 송교창이 MVP에 선정될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그렇게 되면 송교창을 보며 일찍 프로 무대에 도전할 유망주들도 늘어날 것이다.

송교창은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 어느 팀이든 이기면 기분이 좋지 않나. 연승을 달리며 승리를 쌓다보니 자연스레 분위기가 올라가는 것 같다"며 "경기를 거듭할수록 우리 팀의 전력과 전략이 노출됐다. 다른 팀들도 이제 우리의 장단점이 뭔지 안다. 앞으로 적잖이 힘들어질 거라 예상한다. 그래도 남은 시즌 최대한 이겨서 1위로 마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송승민 영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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