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시' 프로모션 당시 배우 윤정희. 제공|파인하우스필름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치매와 당뇨에도 별거 상태로 프랑스에 방치 중이다." "가족과 간병인의 따뜻한 돌봄 아래 생활중이다."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고 있는 원로 배우 윤정희(손미자, 77)를 두고 서로 다른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다. 

논란은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외부와 단절된 채 하루하루 스러져가는 영화배우 ○○○를 구해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오며 시작됐다. 관리자에 의해 실명이 가려졌지만 배우 윤정희에 대한 내용임은 충분히 알 수 있는 글은 곧 파장을 일으켰다. 

이 글에서 청원인은 "지금 OOO는 남편 OOO와 별거 상태로 배우자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파리 외곽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홀로 외로이 알츠하이머와 당뇨와 투병중에 있다"고 주장했다.

2019년 4월 남편과 딸이 서울에서 치료를 받던 윤정희를 파리로 데려 갔으며, 현재 윤정희는 자신의 집에서 쫓겨나 파리 외곽의 아파트에서 홀로 알츠하이머 및 당뇨병 투병 중이라는 것이 청원인의 주장이다. 남편은 아내를 만나지 않은 지가 2년이 훨씬 넘었고, 아내의 병간호도 못 하겠다면서 형제들한테 떠넘지 오래라고 주장했다.

윤정희 딸에게 자유롭게 전화와 방문을 할 수 있도록 윤정희의 형제들이 수차례 요청했으나 감옥의 죄수를 면회하듯이 횟수와 시간을 정해줬고, 전화는 한달에 한번 30분 동안 할 수 있으며, 방문은 3개월에 한번씩 두시간 할 수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아울러 청원인은 "직계 가족으로부터 방치되고 기본적인 인권조차 박탈된 현 상황에서 벗어나 한국에서 제대로 된 간병과 치료를 받으며 남은 생을 편안히 보냈으면 하는게 간절한 바람"이라면서 "지금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서 제대로된 간병, 치료를 애원을 하고 대화를 요청했지만 전혀 응답이 없고 근거없는 형제들 모함만 주위에 퍼트리니 마지막 수단으로 청원을 한다"고 청원 배경을 설명했다.

백건우 윤정희는 4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함께해 온 잉꼬부부였기에 청원의 파장은 컸다. 이후 논란이 이어지자 백건우가 소속된 공연기획사 빈체로는 7일 공식입장을 내고 청와대 국민청원 내용을 부인했다. 이들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당사 아티스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그분의 딸인 백진희에 대해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 내용은 거짓이며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빈체로는 "2019년 5월 1일 윤정희가 파리로 돌아가며 시작된 분쟁은 2020년 11월 파리고등법원의 최종 판결과 함께 항소인의 패소로 마무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빈체로는 "백건우와 윤정희는 평생을 함께 연주 여행을 다녔지만 몇 년 전부터 윤정희의 건강이 빠르게 악화되며 길게는 수십 시간에 다다르는 먼 여행길에 동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가족과 멀리 떨어져 생활해야 하는 요양병원보다는 가족과 가까이서 친밀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인 백진희의 아파트 바로 옆집에서 백건우 가족과 법원에서 지정한 간병인의 따뜻한 돌봄 아래 생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정희가 방치됐다는 국민청원 주장과 달리 "주기적인 의사의 왕진 및 치료와 함께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으며 "게시글에 언급된 제한된 전화 및 방문 약속은 모두 법원의 판결 아래 결정된 내용이다"라고 이들은 반박했다.

이들은 "현재 윤정희는 안락하고 안정된 생활이 필요하다. 공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개인사가 낱낱이 공개되는 상황은 원치 않는다"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작성된 악의적인 게시글의 무분별한 유포 및 루머 재생산, 추측성 보도 등 아티스트와 아티스트 가족의 인격과 명예를 훼손하는 모든 행위를 더 이상 삼가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윤정희. 영화 '시' 스틸. 제공|파인하우스필름

윤정희는 1967년 영화 '청춘극장'으로 데뷔한 뒤 무려 3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로 인기를 누린 당대의 스타다. 문희, 남정임과 함께 1960년대를 풍미한 '트로이카' 여배우로 사랑받았다. 1976년 '건반 위의 구도자'로 통하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파리에서 결혼했고, 이후 늘 함께하며 '잉꼬부부'로 불렸다.

윤정희는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로 스크린에 복귀, 치매로 기억이 망가져 가던 미자 역을 맡아 15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해 저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영화는 그해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윤정희 역시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을 비롯해 각종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이후 당시 윤정희가 알츠하이머 치매로 투병중이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영화계와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까운 지인만이 공유하던 비밀이었던 윤정희의 알츠하이머 치매 투병은 2019년 11월 처음 공개됐다. 당시 백건우는 딸인 바이올리니스트 백진희와 함께한 인터뷰에서 윤정희의 알츠하이머 투병 사실을 알리며 아내가 딸이 있는 파리에서 지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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