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신하고 기획력 있는 콘텐츠를 선보이는 슼튜브는 어느덧 팬들의 자부심으로 자리매김했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제주, 김태우 기자] 장안의 화제가 된 주인공들이 선수단 밖에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인터뷰를 부탁하려고 했다. 그런데 잠깐 한눈을 팔자 이미 사라진 뒤였다. “어디에 있느냐”고 묻자 관계자들도 “어딘가에서 찍고 있겠죠”라고 시작부터 추적을 포기한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다. 어쩌면 SK의 제주 캠프에서 가장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있는 이들은,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가 아닌 ‘슼튜브’ 제작진일지도 모른다. 

SK 구단 콘텐츠를 담당하는 ‘슼튜브’는 어느덧 SK 팬들의 자부심으로 자리했다. 알차고 기발한 콘텐츠는 물론, 그러면서도 무게감 있는 콘텐츠를 놓치지 않는다. 채널을 정주행하다보면 배꼽을 잡다가도 때로는 가슴이 뜨거워진다.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대단한 핸들링이다. “지난해 저조한 성적에도 슼튜브 덕에 버텼다”는 팬들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2017년까지는 전광판 콘텐츠와 병행했지만, 가능성을 본 SK는 2018년부터 온라인 전용 콘텐츠를 만들기로 결정한 게 지금까지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시작된 ‘슼튜브’는 2020년 아예 채널명을 바꿔 달았다. 팬들이 그렇게 부르니까 그렇게 썼단다. 네이밍부터가 팬 친화적이다. SK의 2021년 제주 전지훈련에서도 ‘슼튜브’의 활약상은 어김없이 빛난다. 팬들이 제주까지 찾아가기가 어려우니, ‘슼튜브’가 제주에서 캠프 현장을 거의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다. “일하러 와서 뭐가 그리 즐겁나” 싶을 정도로 제작진 사이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좋은 콘텐츠는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내고 있음을 실감했다.

그런 ‘슼튜브’에 대한 궁금증이 끊이지 않아 아예 팬들의 질문으로 그들의 실체를 조사해봤다. 프라이버시라나 뭐라나, 어쨌든 “이름 공개 금지”, “사진 촬영 금지” 등 까다로운 협상 끝에 ‘슼튜브’ 제작진이 기자와 마주 앉았다. 편의상 매니저와 PD1, PD2로 표현했다. “이걸 활자로 잘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터뷰 내내 넘치는 에너지가 좌중을 압도했다. 팬들이 물었다. ‘슼튜브’가 답했다.

Q) 보면 한분이 아닌 거 같던데 몇 분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역할 배분은 어떤지가 궁금합니다

매니저 : 총 3명이다. 매니저 한 명에 PD 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선수 섭외와 발행은 구단에서 담당하고, 계획이 끝나면 PD들과 회의해서 콘텐츠를 구체적으로 계획한다. 그러면 PD들이 촬영과 편집을 담당해주신다. 

Q) 굉장히 많은 촬영을 하셨는데 촬영이나 편집을 하면서 가장 재밌고 즐거웠던 편은 뭐였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영상에서는 편집 되었지만 말해주고 싶었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듣고 싶어요

PD1 : ‘뜨겁게, 플레이볼’ 다큐멘터리 제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야구단에서 최초로 만든 다큐라 의미가 있었다. 코로나라는 이슈 속에서 많은 착오도 있었지만 선수와 구단의 적극적인 협조로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구단, 선수, PD들 모두가 힘을 합쳐 만들었다.

PD2 : 시즌 중에 출퇴근길 찍을 때 항상 재밌게 촬영했던 기억이 있다. 선수들이 더 살갑게 다가와주고, 카메라 앞에서 여러 이야기를 해줘서 나도 재밌게 찍을 수 있었던 것 같다.

PD1 : 작년 스프링캠프(베로비치) 때 투수들 사이에서 마피아 게임을 했던 콘텐츠가 있는데, 촬영이 끝나고도 선수들이 자기들끼리 한 시간을 더 하더라(ㅋㅋ)

매니저 : 콜업 택시라는 콘텐츠를 했었다. 첫 회가 모 선수를 강화에서 인천의 1군으로 데리고 오면서, 기분이나 여러 가지 토크를 나누는 콘셉트였는데… ‘말할 수 없는’ 사정으로 나가지는 못했다. 

Q) 휴먼최정체는 어떻게 나오게 된 건가요ㅋ 실제로 있는 폰트인지 아니면 한땀씩 만드신 건가요?ㅋ

PD2 : 그게 원래 고종욱체(휴먼 종욱체)로 시작을 했다. 촬영을 하다보면 캐릭터가 강한 선수가 몇몇 있는데 선수들의 특성에 맞는 폰트를 지정하니 팬들이 좋아하시더라. 최정 선수도 똑같은 과정이었다. 어투가 천진하고 특색이 있어서 그 느낌에 맞는 폰트를 찾아서 적용을 시켰다. 따로 만든 폰트는 아니고, 원래 사용이 가능한 무료 폰트가 있다. (기자 : 폰트 이름이 무엇인가) 폰트 이름은 ‘영업 비밀’이다.

Q) 슼튜브 콘텐츠 아이디어는 주로 어떻게 얻는 편이신지, 혹시 제안을 받으실 생각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매니저 : 제안 받는 게 너무 좋다. 사실 댓글 같은 것을 다 확인한다. 커뮤니티나 트위터 등에서도 모니터링하는 곳이 다 있다.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선수들이 직접 제안하기도 한다. 자기들끼리 서로 캐릭터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제보들을 많이 해준다. 그런 곳에서 착안하는 경우도 있다. 

2018년 처음 시작할 때는 다른 채널도 보고, 유행하는 것을 차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2~3년 되다보니 자연스럽게 ‘슼튜브’ 고유의 콘텐츠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 같다. 선수들 캐릭터가 너무 확고해져서, 이런 게 재밌겠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팬들의 의견을 많이 듣는다. 
▲ 슼튜브는 구단 현안을 다양한 시각에서 풀어나가며 팬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Q) 거의 1일 1영상 업로드 중이신데 언제 쉬시는지도 궁금해요ㅋㅋㅠㅠ

기자 포함 일동 : 52시간… 하아…

매니저 : 2019년에는 PD1로 시작했는데 이 일이 체계가 안 잡혀 있었다. 그러다보니 개인의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한 업무였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마음이 아파서, 작년에 PD2가 왔다. 업무 시간에 대한 고민은 항상 하고 있다. 구단 간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니 계획보다 더 많이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예산이 확 확충할 수는 없는 부분이니… (기자 : 그래서 언제 쉬나) 결론은 두 분은 캠프 기간에는 못 쉬고 있다. 시즌 끝나고는 휴식을 보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PD1 : 올해로 3년째 일을 하고 있고, 해가 갈수록 구단에서 피드백을 잘 반영해주신다. 해마다 업무 조건과 환경이 많이 개선되고 있다. (기자 : 그래서 언제 쉬냐니깐) 언급하지 않겠다.

Q) 감금돼서 일하신다는 소문이 들렸고, 실제 영상에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는데 사실인가요

매니저 : (단호하게) 아니다. 감금은 아니고, 언젠가 ‘자발적 감금’이라는 말을 쓴 적이 있는데 일에 대한 두 분의 책임감이 강하다. 프로야구라는 스포츠 자체가 어렵기는 하다. 거의 매일 경기가 있고, 이긴 날은 이슈들을 그날 처리해야 한다. 반은 타의로, 반은 자의로 감금돼서 일하는 듯한 느낌은 있다. 작업 환경이라도 개선을 해드리자고 그런 쪽에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 아직 시즌이 시작이 안 됐는데, 올 시즌에는 PD님들의 센스가 상대적으로 덜 필요한 일반 직캠 콘텐츠를 전담하는 인원을 충원하려고 한다. 

Q) 요즘 매일 1일 1영상이던데 안 힘드시나요? 콘텐츠 질이 타 팀 대비 너무 좋던데 비결이 뭐라 생각하시나요?? 콘텐츠 내용도 좋고 자주 올려주시지만 구독자 수가 적어서 아쉽지 않은지??? 올해 실버버튼 받으시길 응원합니다!!!!!

매니저 : 촬영 때 분위기가 굉장히 좋다. 선수들이 리액션을 적극적으로 해준다. 여기에 PD님들은 선수들의 가장 좋은 모습을 끌어내기 위해 촬영장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능력들이 있다. 구단 입장에서 볼 때, 자막이나 편집은 센스라고 생각한다. 그냥 스케치로 나가면 별 재미를 못 느낄 장면들도 포인트를 찾아낸다. 집중할 수 있게 편집을 해준다. 선수의 이야기나 매력이 훨씬 더 돋보이게 만들어준다.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타고 나는 게 있어야 하는데 그런 PD님들이 우리 팀에 배속이 된 게 운이 좋았던 것이다.

또 두 분 다 팀에 대한 애정이 너무 크다. 그래서 발견할 수 있는 것 같다. 대충 편집해서 내보내지 않겠다는 마음들이 있는 것 같다. 제일 좋은 모습만 보여주겠다는 욕심들이 있다. 

구독자 수 대비 조회수는 높은 편이다. 꼭 우리 영상을 구독하신 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보시게 되면 관심을 가지고 보신다는 의미다. 그것에 자부심이 있다. 꾸준히 하다보면 구독자 수는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 초조해하거나 조바심을 내지는 않는다. 실버 버튼 오면 언박싱 과정을 공개하겠다!

PD 1․2 : ???? 조바심 안 내신다면서요…

Q) 투수조랑 슼피디님이랑 많이 친해지신 게 영상에서도 느껴지는데요!! 슼튜브 촬영할 때 가장 협조 잘해주는 선수는 누구고 제일 장난 많이 치는 선수는 누구일까요 ㅎㅎ

PD1 : 협조는 모든 선수들이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잘해준다.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다. 다만 잊을 수 없었던 에피소드가 하나 있기는 했다. 문승원 선수 다큐를 만들 때 선수가 촬영 협조를 너무 잘해줬다. 그 후에도 운동 영상을 직접 보내주기도 하더라. 아쉽게 편집은 됐지만(웃음), 아직도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문승원 선수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박민호 선수는 우리 팀 ‘인턴’을 자청하고 있다. 콘텐츠 아이디어도 주고, 촬영하고 있으면 본인이 알아서 섭외도 해준다. 박종훈 선수도 항상 많은 도움을 준다.

PD2 : 야수 쪽에서는 로맥 선수가 촬영을 하지 않을 때도 장난스럽게 말을 많이 걸어준다. 이야기도 많이 나누곤 한다. 촬영 때는 더 편하게 좋은 장면을 찍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투수조는 대부분 PD들과 나이대가 비슷하다. 야구장에서 만났을 때 친구처럼 서로 장난을 많이 친다. 

Q) 야수조vs투수조 고요 속의 외침 등 보고 싶은 게 많은데 혹시 계획 중인 콘텐츠 예고해 주실 수 있을까요??

매니저 : 팬분들 의견을 받은 것 중 시도한 게 몇 가지 있다. 다만 편성 계획이 아직 정리가 안 됐다. 기다려주시면 한 편씩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기획, 촬영, 편집과정마다 어려운 점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준비했다가 현실적인 문제(?)로 공개되지 못했던 에피소드가 있으면 살짝 소개해주세요~

PD1 : 우리가 작년부터 많은 종류의 콘텐츠를 기획했는데, 코로나라는 이슈 때문에 제약을 받은 게 가장 아쉽다. 

PD2 : (단호하게) 어려운 게 없다. 기획 단계에서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다만 선수들 컨디션에 방해가 되는 콘텐츠는 절대 촬영할 수가 없다. 그런 부분에서 조심스럽게 준비를 하고 있다. 

Q) 개인적으로 슼샤 콘텐츠가 정말 소소한 재미여서 좋았는데 다시 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매니저 : 그건 코로나 이슈 때문에 그렇다. 선수들이 밖에서 밥을 먹는 게 조심스럽다. 콘텐츠 찍자고 외식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

Q) 하루일기 정말 재밌게 잘 봤는데 뜸했다가 하루강민 이후로도 또 뚝 끊겨서 슬퍼요...ㅠ 

매니저 : 하루 시리즈가 ‘데스노트’라는 이야기가 돌아서…(일동 침묵) 하루 시리즈를 처음에 찍었던 선수들이 많이 이적을 하고 그랬다. 선수들도 우리한테 ‘그게 데스노트라며!’ 그런다. 조금 틀어서 일상을 보여줄 수 있는 다큐도 고민을 했었다. 꼭 하루 시리즈가 아니더라도 선수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시리즈를 만들어보겠다. 

Q) 작년 2군 올스타 브이로그나 달고나 영상처럼 투수조나 막내(김창평, 오원석, 현원회, 고명준) 선수들에게 카메라 맡기시고 휴식일 브이로그 같은 콘텐츠 찍어주실 수 있을까요? 슼피디님들 영상도 찍느라 힘드실 거 같아서(ㅠㅠ)

매니저 : 그렇게 직접 촬영하며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으면 언제든지 진행할 용의가 있다.

Q) 최정 VS 김성현 대결 구도가 요즘 매우 핫한데요,, 혹시 최정 VS 김성현 특집으로 유튜브 콘텐츠 제작하실 의향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매니저 : 이 두 분은 막상 딱 앉혀놓으면…(PD1․2 고개 끄덕) 차라리 현장에서 많은 에피소드를 발굴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최정 김성현 선수가 굉장히 많이 도와주신다. 직캠 찍으러 돌아다니면 카메라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신다.

제작진 일동 : 세상에서 김성현 선수가 제일 웃기다고 생각한다.

Q) 로맥 선수 한국어 실력이 슼튜브에서 점점 늘어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혹시 로맥 선수의 한국어와 관련된 콘텐츠도 제작예정이신지 궁금합니다!!

매니저 : 그것도 준비는 하고 있다. 올해 외국인 콘텐츠를 조금 더 활성화하려고 하고 있다. 올해 외국인 성적이 좋아지면 외인 콘텐츠를 더 활발하게 하려고 한다. 

Q) 혹시 얼굴 공개하실 생각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ㅋㅋ 많은 팬들이 궁금해 하는 것 같더라고요 ㅎ

PD1 : (미리 답변을 준비한 듯) SK 와이번스의 공식 유튜브를 제작하고 있는 PD들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신분을 노출할 생각은 없다. 

PD2 : (역시 답변을 준비한 듯) 얼굴 공개할 생각은 없다. 만드는 영상을 한 사람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슼튜브’가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추천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매니저 : 그래도 야구장에 오시는 분들은 보셨을 텐데 팬분들이 보호해주시는 게 감사하다. 제작자를 응원해주시는 게 감사한데, 자칫 잘못하면 채널이 사유화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노출을 최소화하는 점도 있다. PD들에게도 굉장히 고맙다. 

스포티비뉴스=제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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