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국생명 이다영(왼쪽)과 이재영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흥국생명은 또 고지를 눈앞에 두고 GS칼텍스에 발목을 잡힐까. 

흥국생명은 11일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시즌 V리그 여자부 한국도로공사와 5라운드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0-3(16-25, 12-25, 14-25)으로 패했다. 흥국생명은 충격의 3연패에 빠지며 17승6패 승점 50점에 머물렀다. 여전히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현재 팀 분위기는 최하위 팀보다 못한 상황이다. 

4라운드까지는 흥국생명의 독주 체제였다. 돌아온 배구 여제 김연경의 활약과 국가대표 쌍둥이 이다영과 이재영의 활약 속에 17승3패 승점 49점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2위 GS칼텍스는 승점 12점차로 따돌리며 정규시즌 1위를 굳히는 듯했다. 

하지만 5라운드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다영과 김연경의 불화설, 또 불화설의 불씨를 키운 이다영의 SNS 게시글로 계속해서 잡음이 생겼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흥국생명은 지난달 31일 최하위 현대건설에 세트스코어 2-3으로 졌고, 지난 5일 GS칼텍스와 1, 2위 맞대결에서는 0-3(11-25, 19-25, 19-25)으로 처참하게 졌다. GS칼텍스전에는 이다영, 이재영, 김연경, 브루나까지 베스트 전력이 모두 나섰는데도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설상가상으로 이다영과 이재영은 지난 10일 학교폭력 논란에 휩싸였다. 한 포털사이트에 쌍둥이 자매가 중학생 시절 모두 4명의 피해자에게 학교폭력을 가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에는 두 선수의 이름을 명시하진 않았지만, 학교명 등 두 선수로 특정할 수 있는 정황이 적혀 있었다. 

쌍둥이 자매는 10일 곧바로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철없던 어린 시절을 반성한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공개했다. 피해자들이 양해한다면 직접 찾아가 사과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흥국생명 구단도 "당 선수들에게는 충분히 반성을 하도록 하겠으며, 앞으로 선수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심신 안정이 필요한 상태인 이다영과 이재영은 팀 숙소를 떠난 상태다. 11일 김천 원정길에도 함께하지 않았다. 두 선수가 언제 다시 코트로 돌아올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최악의 경우에는 올 시즌 남은 7경기 모두 쌍둥이 없이 치를 수도 있다. 주전 세터와 레프트의 이탈은 전력의 절반을 잃은 것과 같은 악재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흥국생명은 11일 도로공사전에서 1위팀의 경기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김연경이 후배들을 다독이며 끌고 가려는 게 보였지만, 김연경 홀로는 벅찬 일이었다. 김연경은 2세트까지 6득점, 공격성공률 37.5%를 기록하고 벤치로 물러났고, 김연경의 부담을 나눠야 할 브루나는 공격성공률 17.24%(7득점)에 그치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박미희 감독은 세터 김다솔과 박혜진에게 기대를 걸었지만, 두 선수가 이다영을 대신해 경기를 끌고 가기는 역부족이었다. 

이제 2위 GS칼텍스와는 승점 8점차까지 좁혀졌다. 흥국생명의 지금 분위기면 언제 뒤집혀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GS칼텍스는 흥국생명이 '어차피 우승'이라는 수식어를 달려 하면 저지하는 팀이었다. 시즌 전에 치른 KOVO컵 대회 결승전에서 GS칼텍스가 흥국생명을 세트스코어 3-0으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게 시작이었다. 흥국생명은 정규시즌에도 GS칼텍스에 덜미를 잡힐까. 시즌 막바지 1위 경쟁 구도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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