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박찬호.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텍사스 레인저스가 과거 실패에도 또 한번 한국인 투수와 손을 잡았다. 

텍사스는 13일(이하 한국시간) FA 좌완 양현종(33)이 스프링캠프 초청선수로 합류한다고 밝혔다. 미국 현지 언론은 양현종이 메이저리그에 데뷔할 경우 연봉 130만 달러를 받는 스플릿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퍼포먼스 보너스 55만 달러를 다 받으면 최고 185만 달러(약 20억47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양현종은 지난해 KIA 타이거즈에서 받은 연봉 23억 원보다 낮은 조건에도 꿈의 무대 도전에 무게를 둔 선택을 했다. 

양현종은 텍사스 유니폼을 입은 역대 2번째 한국인 투수다. 최초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48)였다. 박찬호는 2002년 시즌을 앞두고 텍사스와 5년 65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19년 전 금액인 것을 고려하면 텍사스가 꽤 큰 기대를 안고 투자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박찬호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부상과 씨름하면서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텍사스를 떠났다. 텍사스에서 4년 동안 22승23패, 평균자책점 5.79에 그쳤다. 몸값에 못 미치는 초라한 성적표였다. 미국 언론은 지금도 FA 계약 실패 사례로 박찬호와 텍사스를 언급하곤 한다. 

양현종은 박찬호의 계약과는 차이가 있다. 양현종은 한국에서는 국가대표 에이스로 불리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신인이다. 텍사스는 양현종을 선발투수 뎁스를 보강할 여러 카드 가운데 하나 정도로 생각한다. 계약 조건과 금액이 말해준다. 

▲ 양현종 ⓒ 곽혜미 기자
양현종은 낮은 자세로 다시 시작한다. 처음부터 '도전'에 무게를 두고 맺은 계약이다. 일단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경쟁을 펼쳐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는 게 첫 번째다.

텍사스는 4~5선발 진입 장벽이 높지 않다는 평가다. 미국 언론은 카일 깁슨, 마이크 폴티네비치, 아리하라 고헤이 등 3자리만 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남은 2자리는 양현종과 조던 라일스, 데인 더닝, 카일 코디 등이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한다. 

MLB.com은 "양현종은 KBO리그에서 14년 동안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했다. 2020년에는 172⅓이닝 평균자책점 4.70, 11승 10패로 시즌을 마쳤다. 그의 투구 이닝은 단축 시즌을 치른 기존 텍사스 투수들보다 훨씬 뛰어난 수치다. 양현종은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들어갈 기회가 있고, 텍사스는 선발 로테이션 혹은 불펜에서 선수층을 강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양현종은 선발 경쟁에서 살아남아 텍사스의 2번째 한국인 투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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