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흥국생명 이다영, 이재영, OK금융그룹 심경섭, 송명근 ⓒ 곽혜미 기자/ KOVO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남녀 프로배구 정상급 선수들의 잇따른 학교폭력 논란으로 배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설 연휴 내내 배구계의 이슈는 학교폭력이었다. 시작은 여자 배구 흥국생명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25)이었다. 사건을 제보한 피해자 A씨는 쌍둥이와 중학교 시절 함께 숙소 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A씨는 자신을 포함해 최소 4명이 쌍둥이에게 21가지 피해를 입었다고 알리며 폭언, 폭행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까지 진술했다. 

13일은 남자 배구 OK금융그룹 송명근(28)과 심경섭(30)이 도마 위에 올랐다. 피해자 B씨는 송명근과는 같은 고등학교, 심경섭과는 같은 중학교에서 배구를 한 후배였다. 송명근은 B씨의 급소를 발로 차 고환 봉합수술을 받게 했고, 심경섭은 B씨가 지각했을 때 발로 차는 등 폭행과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네 선수는 모두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재영과 이다영은 10일 "철없는 어린 시절 행동을 반성하고,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며, 자숙하고 반성하며 살아가겠다"는 내용이 골자인 사과문을 자필로 작성해 각자 SNS에 올렸다. 두 선수는 숙소를 떠나 자택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으며 지난 11일 김천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와 원정 경기에도 함께하지 않았다. 흥국생명은 언제 쌍둥이가 팀에 합류할지 확답하지 못했다. 

송명근과 심경섭은 구단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송명근과 심경섭 역시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다만 송명근은 과거에 사과하지 않았다는 B씨의 주장과 달리 "당시 수술 치료를 지원하고 사과를 했다. 피해자와 직접 만나 재차 사과하려고 했으나 현재 연락이 닿지 않아 문자메시지로 사죄의 마음을 전했다"고 밝혔다.  

흥국생명과 OK금융그룹은 여러모로 골치가 아파졌다. 주전 세터 이다영과 레프트 이재영은 흥국생명 전력의 절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쌍둥이가 빠진 지난 11일 도로공사전은 김연경의 분투 속에서도 무기력하게 세트스코어 0-3으로 완패했다. 시즌 끝까지 선두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레프트 송명근은 외국인 선수 펠리페와 함께 OK금융그룹 공격을 이끄는 주포다. OK금융그룹은 현재 승점 48점으로 2위 KB손해보험(50점), 4위 우리카드(48점)과 치열한 순위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축 선수가 구설에 휘말려 팀 분위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흥국생명과 OK금융그룹은 현재 내부적으로 해당 선수들의 징계 수위를 논의하고 있다. 두 구단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대한민국배구협회까지 징계를 고민해야 한다. 이재영과 이다영은 지난해 1월 국가대표로 한국 여자배구의 3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끈 주역들이다. 하지만 국가대표 선발 규정 제 11조에는 '불미스러운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선수'를 결격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협회가 두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까지 박탈할지도 관심사다.

피해자 A씨와 B씨는 폭로를 시작하기 앞서 "10년이 지난 일이라 잊고 살려 했으나 용기를 냈다"고 똑같이 고백했다. 학교폭력은 그만큼 피해자들에게 잊히지 않는 큰 상처를 남긴다. 가해 선수의 징계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한 가운데 배구계가 이번 논란을 어떻게 짚고 넘어갈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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