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에 큰 잘못이 있었던 쌍둥이 슈퍼스타는 한순간에 바닥으로 추락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 임혜민 영상 기자] 배구계의 얼굴마담으로 활약했던 스타들의 추락은 한순간이었다. 그것도 10년 전 사태가 이제야 알려지며 벌어진 일이었다. 체육계에서는 이런 사례가 다시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우려한다.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흥국생명은 15일 학교 폭력 사태로 물의를 빚은 소속 선수 이재영과 이다영에게 무기한 출전 정지 처분을 내렸다. 국가대표팀 주전으로 활약할 정도의 뛰어난 기량, 건강한 이미지, 그리고 쌍둥이 자매라는 화제성까지 두루 갖춰 인기가 높았던 두 선수는 10년 전 커다란 잘못이 폭로되며 모든 것이 무너졌다. 대한배구협회 또한 두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무기한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 

사실상 배구판에서의 퇴출 위기다. 다시 태극마크를 달기는 사실상 어려워졌고, 소속 팀에서조차 언제 복귀할지 모른다. 선수가 충분히 반성하고, 진정성 어리게 지속적으로 사과한다고 가정해도 이미 여론은 싸늘하게 돌아섰다. 흥국생명이 여론을 정면으로 거스르기는 힘들다. 꽤 오랜 시간 코트에서 볼 수 없을 것이라 예상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가대표팀 선수조차 날려버린 학교 폭력은 최근 들어 체육계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사실 1980~1990년대까지만 해도 이런 사례가 비일비재했다는 게 모든 체육인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21세기 들어서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고 덧붙인다. 사회의식이 발전하며 직접적인 구타가 줄어들었을지는 몰라도, 선수를 괴롭히는 방법은 여전히 많았다고 증언한다. 이 과정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선수들은 운동을 접곤 했다. ‘운동부’ 이미지가 쉽게 지워지지 않는 이유다.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개인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전 교수는 “스포츠 문화가 경쟁이 치열하고 숙소 생활을 하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자기 힘든 것을 후배들에게 내리 물림하는 문화가 있었던 것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라고 본다”면서 “어느 종목도 크게 다르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이전에는 학교 내에서 맞는 게 일상이었고, 피해자는 1년 뒤 가해자로 변하기 일쑤였다. 선수들 스스로 이것이 크게 잘못된 일이라는 의식 자체가 크지 않았으며, 거쳐 가야 할 자연스러운 절차로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선수들의 개개인적인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불합리한 관행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폭로의 동기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의식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도 볼 수 있다. 

폭로가 봇물 터지듯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전 교수는 “선수의 인권, 위계 이런 것들이 최근에 대두된 화두였다. 최근에는 굉장히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는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과거에 소급 적용하자면 어느 종목도 자유롭지 못하다. 프로스포츠 현장에 있는 분들의 과거 사정을 낱낱이 알 수는 없으나 학교에서 많은 선수를 지켜본 경험에 의하면 과거의 경우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 아닌가”고 말했다.

실제 야구나 배구뿐만 아니라 타 종목에서도 이런 사례가 발생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또한 비인기 스포츠의 경우는 음지에 있다는 점에서 더 취약했을 가능성도 있다. 사태가 터질 때마다 각 단체가 예방 대책을 내놓겠다고 하고 있지만, 5~20년 전 일을 깨끗하게 지워버릴 수는 없다. 향후 ‘학폭’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는 이유다. 한국 스포츠계의 자화상이라는 한숨도 나온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 임혜민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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