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의 관심이 쏠렸던 1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의 경기. ⓒ 인천,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박성윤 기자] 학교 폭력 사태에 연맹과 협회는 대책 방지 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배구장은 여전히 어수선하다.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흥국생명과 IBK 기업은행 경기가 열렸다. 경기는 기업은행이 3-0(25-21, 25-10, 25-10)으로 크게 이겼다. 그러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흥국생명 주전 공격수 이재영과 세터 이다영의 학교 폭력으로 구단으로부터 무기한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뒤 첫 경기였다. 흥국생명 중징계와 함께 대한민국배구협회는 두 선수의 무기한 국가대표 선수 선발 제회를 결정했다.

미디어의 관심은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에게 쏠렸다. 박미희 감독은 "어떤 이유에서건 학교 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 체육인이자, 팀을 이끄는 사령탑으로 많은 분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재영, 이다영 자매의 어머니 국가대표 세터 출신 김경희씨의 '훈련 참관' 의혹에 대해서는 "동네 배구하는 곳이 아니다. 프로배구 팀의 훈련에는 아무나 출입할 수 없다. 모든 프로 지도자에게 실례가 되는 이야기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소속팀 선수의 학교 폭력으로 인한 징계 이탈에 흥국생명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박미희 감독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지내지는 못했다"며 분위기가 보통 때와는 다르다는 점을 인정했다.

박 감독은 "선수들도 매체를 통해 사건을 접하고 있다. 주장 김연경 등이 후배들을 잘 다독이고 있다. 프로 선수 개개인이 모여 팀을 이뤘다. 개인의 목표, 팀의 목표를 향해 함께 달려갈 것이다"고 다짐했다.

흥국생명을 상대하는 IBK기업은행 김우재 감독 역시 선수단의 동요가 없을 수는 없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그런 일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우리도 연패를 하고 있어 분위기가 좋다고는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날 시작 전 한국배구연맹(KOVO)은 프로선수들의 학생 시절 학교 폭력과 관련해 비상대채회의를 열고 학교 폭력 근절을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KOVO는 학교 폭력 (성범죄 포함) 연루자 신인 선수 드래프트 참여 원청 봉쇄, 피해자 신고 센터 설치, 징계 규정 정비, 학교 폭력 근절 및 예방 교육, 학교 폭력 근절 캠페인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주축 선수들이 빠진 흥국생명은 무기력하게 무릎을 꿇었다. 세계 최정상급 에이스 김연경이 있지만, 한 명의 스타 선수가 경기를 승리로 만들 수는 없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외국인 선수 브루나는 1득점 공격성공률 7.69%에 그쳤다.
▲ 흥국생명 김연경. ⓒ 인천, 곽혜미 기자

경기 후 박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과도한 관심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다. 오늘(16일) 경기에 나와 있는 선수들은 흥국생명의 자원이다. 우리 선수들이 다른 요인으로 인해서 경기를 하는 데 방해되지 않도록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있는 선수들도 많이 힘들다. 이 선수들에게 힘들 일이 이제는 그만 나오길 바란다. 잘못한 사람은 처벌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코트에 있는 선수들이 지금보다 더 과중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과 구단의 팬들은 경기에서 이 선수들이 조금 더 잘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프로배구의 인기는 해를 거듭할수록 상승하고 있었다. 올 시즌 국가대표 선수 김연경의 국내 리그 복귀로 관심도는 더욱 증가했다. 그만큼 떨어질 높이도 높았다. 학교 폭력 가해자로 밝혀진 스타 선수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관중 없는 배구장을 할퀴어 상처는 덧났다. 피해자가 받은 고통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만큼, 리그 회복에는 많은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스포티비뉴스=인천, 박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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