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시청 A 감독이 장기간에 걸쳐 여자 선수들의 계약금을 가로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스포티비뉴스=김해, 정형근, 배정호 기자] 한국 스포츠계가 학교 폭력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현직 감독이 여자 선수들의 계약금을 장기간에 걸쳐 편취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이자 여자 국가대표 감독을 지낸 현직 하키 실업팀 감독이 대학 선수들의 계약금을 모두 빼앗았다는 선수들의 주장이 나왔다. 

이 주장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피해 규모는 최소 수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스포티비뉴스가 체육계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이번 사건을 단독 취재했다.  

지난 1월 스포티비뉴스는 한 통의 제보 전화를 받았다. 

대학 운동선수들이 직업 선수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실업팀의 입단 계약금을 감독과 코치가 모두 가로채고 있다는 제보였다. 

[제보자] 

“인제대에서 졸업하고 나가면서 선수들이 실업팀을 가게 되는데, 대학까지 마치면서 선수들이 계약금을 적게는 몇 백부터 많게는 2000만 원까지 받게 되는데. 선수들한테 너희 돈이 아니고 명목이 계약금이고 이건 학교의 하키부 운영비나 너희 후배들을 위해서 쓰여 지는 돈이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면서 가져갔다. 코치 없이 감독이 팀을 운영할 때는 (직접) 돈을 받았고, 코치가 들어오고 나서는 코치를 통해서 돈을 받았다.”

어렵게 수소문을 한 끝에 여자 피해 선수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선수들은 ‘2차 피해’에 대한 우려 때문에 증언을 주저하기도 했지만,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또다시 나오면 안 된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 

여자 선수들의 증언은 일관됐다. 전(前) 인제대 코치가 선수들을 한 자리에 불렀고, 계약금을 전부 현금으로 가져오게 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피해 금액은 선수 개인별로 수백만 원에서 2000만 원에 달했다.

[피해 선수 A]  

"항상 인제대 있을 때는 계약금을 받으면 선생님들한테 돌려줘야 한다는 인식이 되어 있어서, 우리가 피해를 봤다는 생각을 못 했다. 감독님이 말씀하시고, 코치님이 그 돈을 받으러 왔었다.”

[피해 선수 B] 

“입학하고 졸업할 때까지는 그런 얘기는 없었고, 위에 선배들이 그렇게 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고, 우리는 당연히 내는 거라고 알고 있으니까. 위에 선배들이 다 그렇게 해 와서. 선수들도 다 이상하게 생각은 하는데, 특별하게 직접 가서 말할 수 없는 입장이니까.”  

[피해 선수 C]

“내가 봤을 때는 (후배들) 옷을 사준다고는 했는데, 우리가 대학 4학년 때 입었던 파카를 4년 내내 애들이 입었다. 다 손해 본 거 돌려받았으면 좋겠다.”
▲ 피해 선수들은 통장 내역을 공개하며 코치에게 돈을 건넨 사실을 증언했다.

피해 선수들이 지목한 A 감독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남자 하키 금메달리스트로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하키 대표팀 감독을 맡기도 했다. 인제대에서는 1993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26년 동안 여자 하키 선수들을 지도했다.

A감독의 행적을 취재하기 위해 스포티비뉴스는 김해 인제대로 향했다. 학교 관계자는 이미 2018년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으로 국민권익위에 진정서가 접수된 사실을 전했다. 

[진한근 / 인제대 체육부장]  

“내용을 보니까 너무 심각했다. 투서가 들어올 때는 이 자체가 좀 서로 싸우고 그러는 거라. 투서 보내고 이게 2018년뿐 아니라 2015년에도 비슷한 투서가 들어왔었다. 그래서 좀 운동하는 사람들이 비정상적인 행동을 한다. 선후배 지간이든지, 사제지간이든지 그런 일이 많더라고. 유독 하키 쪽이 분란이 많이 일어나고 그랬다.”

A 감독은 2019년 10월 인제대를 떠나 현재는 김해시청 남자 하키 팀 감독을 맡고 있다. 인제대에서 선수들의 계약금을 중간에서 전달받았던 코치는 대한하키협회 상임심판으로 재직 중이다. 

A감독이 인제대에 있던 26년 동안 지도한 여자 선수들은 100명이 넘는다. 실업팀으로 간 선수들만 최소 40명 이상으로, 피해 금액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포티비뉴스는 이번 사건의 중심에 있는 A감독과 통화하며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A감독은 학부모와 선수가 자발적으로 준 돈이라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고 동시에 제보자 색출에 나섰다. 
 
[김해시청 A감독] 

“제자들이 기부를 해준 돈 중에 학교 저거로는 버스를 살 수 없다고 해서 인제대 있을 때 인제대 하키부만 쓰는 미니버스를 하나 구입했습니다. 버스, 기구, 아이들 겨울에 하는 피복. 그렇게 했습니다. 졸업생들이 자기들이 자발적이게 실업팀에 가면서 받은 계약금, 준 돈을 자발적으로 부모님 거기에 내줘서 부모님들이 그렇게 해서 산 거라고요.”

“인제대 제보를 받아서 (취재를) 한다는데 김해시청까지 들먹거린다는 거는 제보자가 인제대가 아니라 김해시청 관련된 사람이 기자님한테 제보를 했나 보네요.”

“제보자가 인제대 제보자가 아니라 혹시 김해시청에 불만을 가진 선수가 기자님한테 이렇게, 제보자가 인제대 선수라고 하시고, 그렇게 인터뷰를 한 거로 알고 있는데, 김해시청을 묻는다는 걸 뭘 의미하는 겁니까. 맞잖아요.”

A감독과 전 코치는 현재 인제대 출신 선수들에게 연락하며 입단속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용기를 내 피해 사실을 알린 선수들을 위해 스포티비뉴스는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가 철저히 이뤄지는지, 또 선수들의 ‘2차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는지 끝까지 취재할 예정이다. 

스포티비뉴스=김해, 정형근 기자, 배정호 기자
제보> jhg@spotvnews.co.kr
▲ 김해시청 A감독의 폭행과 성적인 폭언에 대한 관련된 추가 제보도 나온 상황이다. 스포티비뉴스는 곧 관련 내용을 전할 예정이다.

[반론보도] 「[단독] 하키 감독 女선수 계약금 10년 이상 가로채기' 충격!」 관련

본지는 지난 2월 17일자 「[단독] 하키 감독 女선수 계약금 10년 이상 가로채기' 충격!」 제하의 기사에서 전 인제대 하키부 A감독이 졸업 후 실업팀에 입단한 선수들로부터 계약금을 10년 이상 가로채왔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A 감독은 "2017년 및 2018년 이외에는 졸업생들로부터 입단 계약금을 기부 받은 적이 없고, 졸업생들 중에는 계약금을 기부하지 않은 선수도 있어 본인이 계약금을 가로챘다는 주장은 부당하며, 위 기간에는 하키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어 기부에 관하여 직접 관여한 사실은 없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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