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어볼러 재능을 가진 조성훈은 군에서의 2년간 성숙함을 채우고 돌아왔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1군 데뷔전에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조성훈(22·SK)은 2년 전 당시를 떠올리며 “멍 때리고 던졌다”고 했다.

빠른 공을 가지고 있었다. 공이 가지고 있는 위력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공을 던지는 선수의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했다. 그렇게 1군 데뷔전은 ⅔이닝 3피안타 2실점으로 끝났다. 조성훈은 “기억은 새록새록 난다. 긴장만 덜 했으면…”이라면서 “박세혁 선배 타구가 바운드가 돼 지나갔는데 못 잡았다. 원래는 잡을 수 있는 타구였다”고 아쉬움을 삼켰다.

그것이 조성훈의 입대 전 마지막 경기가 됐다. 2018년 SK의 2차 1라운드(전체 5순위) 지명을 받은 조성훈은 150㎞를 던질 수 있는 파이어볼러로 큰 기대를 모았다. 당장 완성형의 선수는 아니지만, 조금 더 몸과 마음을 가다듬으면 대성할 선수로 생각했다. SK는 조성훈을 일찌감치 군에 보냈다. 운이 좋게도 국군체육부대(상무) 추가 전형에 합격해 군 복무를 마쳤다. 

군에서의 2년은 조성훈의 많은 것을 변하게 했다. 우선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 조성훈은 “혼자 들어가서 처음에 힘들기도 했는데, 1년차가 끝나고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하기도 했다. 1년차 때는 제대로 못했다. 2년차 때는 재활을 했다”고 설명하면서 “그래도 잘 만들어서 좋은 시즌을 보낸 것 같다. 자기 개발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시간이 엄청 많았다”고 했다.

수술로 공을 많이 던지지는 못했다. 대신 자신의 무엇이 문제였는지, 1군에서 성공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 잃은 것도 있었지만 얻은 것도 있는 셈이다. 조성훈은 자신의 문제를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제구였다. 그는 “제구가 좀 안 좋았다 보니 투구폼을 일정하게 만드려고 노력했다”고 군 생활의 역점을 이야기했다.

그렇게 2년을 보낸 조성훈은 조금 더 성숙한 선수가 되어 있었다. 그는 군 생활에 대해 “잘 끝난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단순히 제대를 해서가 아닌, 스스로도 만족할 만한 2년을 보냈다는 의미였다. 제대 후에는 더 의욕적으로 훈련했다. 강화에서 신인들과 시간을 보내며 웨이트트레이닝 비중을 더 높였다. 빼빼 마른 체형이었던 조성훈은 현재 체중을 3~4㎏ 정도 더 찌운 상태다. 밸런스를 잡기 위해서는 몸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문제는 제구고, 적은 볼넷이다. 조성훈은 지난해 퓨처스리그(2군)에서의 좋은 성적(13경기 4승4패1홀드 평균자책점 2.76) 원동력으로 “볼넷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조성훈은 “상무에서 성적이 좋았던 게 볼넷이 많이 줄어드니 평균자책점도 좋게 나왔다”고 했다. 깨달음도 있었다. 결국 정면승부가 답이었다. 자신감 있게 던지는 게 해답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는 “안타도 생각보다 많이 안 맞은 것 같다. 볼넷이 적어지니 안타를 안 맞더라”고 말했다. 유망주가 알을 깨기 위해 반드시 느껴야 할 교훈을, 조성훈은 가슴에 새기고 있었다.

몸에는 문제가 없다. 팔꿈치 상태도 깨끗해졌다. 2군 관계자들은 “조성훈이 2군에서 빠른 공을 지속적으로 던졌다”고 말한다. 조성훈도 “지난해 상무에서 최고 154㎞까지 나왔다”면서 “빠른 공을 가지고 있으니까 가운데로 빠른 승부를 하는 것을 연습하라는 조언을 듣는다. 하체 중심을 낮게 하는 것과, 끝까지 포수를 보려는 노력을 한다”고 말했다. 그 과정이 서서히 몸에 익으면서 자신감도 붙는다.

조성훈은 “내 스스로도 기대가 되는 시즌”이라고 웃는다. 조성훈을 보는 코칭스태프도 마찬가지다. 조성훈은 “감독님이나 이대진 코치님이 커브로 유명하셨는데, 커브를 배워서 완벽하게 만들고 싶다”고 이번 제주 캠프의 새 목표를 설정하면서 “1군에서 20이닝 이상 던지는 게 목표고, 볼넷 비율이 9이닝 당 3개였으니 2개로 더 낮춰보고 싶다”고 구체적인 수치도 말했다. 150㎞을 던질 수 있는 매력적인 파이어볼러는 생각의 건강과 함께 SK에 돌아왔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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