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력 박철우 ⓒ KOVO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정말 피꺼솟이네.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

한국전력 박철우(36)가 분개했다. 그는 18일 자신의 SNS에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글을 올려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을 저격했다. 이 감독이 17일 우리카드전에 앞서 "어떤 일이든 대가가 있을 것이다. 인과응보가 있더라"라고 말한 게 화근이었다. 

박철우는 2009년 국가대표 선수로 뛸 당시 코치로 재직하던 이 감독의 폭행 사실을 알려 큰 충격을 안겼다. 박철우는 당시 기자회견을 열어 구타로 상처 난 얼굴과 복부를 공개하고, 뇌진탕과 이명 증상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박철우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때렸다. 

12년 전에도 이 감독의 폭행은 큰 문제였다. 이 감독은 자격 정지 징계 처분을 받고 코치직을 내려놨다. 하지만 징계 기간을 그리 길지 않았다. 2년 만인 2011년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 운영위원으로 돌아왔다. 국가대표로 국위 선양한 점이 인정된 결과였다. 

가해자인 이 감독에게는 2년이란 시간이 길게 느껴졌을 것이다. 또 충분히 반성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랬기에 최근 배구계의 학교폭력 사태를 지켜보며 "나는 선수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한다. 조금 더 배구계 선배로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한마디를 남겼을 것이다. 

▲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 ⓒ 곽혜미 기자
하지만 피해자인 박철우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18일 OK금융그룹전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남을 다시 한번 자청했다. "이상열 감독님의 기사를 보고 종일 힘들었다. KB손해보험의 감독이 됐을 때도 힘들었는데, 현장에서 마주칠 때도 힘든 상황에서 그런 기사를 보니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하며 괴로운 심경을 토로했다. 

박철우는 "이 감독이 대학 지도자 시절에도 선수에게 '박철우 때문에 넌 안 맞는 줄 알아'란 말을 한 것으로 들었다"고 알리며 "사과받고 싶은 생각은 없고, 보고 싶지도 않다. 프로배구가 언론에 나쁘게 비치는 게 싫지만, 정면 돌파해 이번 기회에 뿌리 뽑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말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최근 배구계는 온통 폭력 이슈로 얼룩져 있다. 지금은 배구계를 떠난 외부인들의 제보가 시작이었다. 흥국생명 이재영-이다영 쌍둥이는 10년 전 중학생 시절 지속적으로 동료 선수들을 괴롭힌 것으로 밝혀져 국가대표 무기한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OK금융그룹 송명근과 심경섭 역시 10여 년 전 학교폭력을 저지른 사실이 알려져 이번 시즌 남은 경기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박철우는 현직 선수가 현직 감독에게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이전 사례들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개인의 잘못이 아닌 배구계 전체의 문제로 커지는 상황이다. 배구계는 박철우의 말처럼 이번 기회로 오랜 기간 지나친 악행의 뿌리를 뽑을 수 있을까.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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