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동열 전 야구국가대표팀 감독(왼쪽)이 19일 기장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kt 신인 한차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kt 위즈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국보급 투수가 족집게 강사로 변신했다?

국내 전지훈련이 한창인 KBO리그 구단들이 최근 귀한 손님 한 분을 모시기 위해 분주하다. 주인공은 바로 국보급 투수이자 무등산 폭격기, 나고야의 태양으로 불리는 한국야구 전설 중의 전설. 선동열(58) 전 야구국가대표팀 감독이다.

선 감독은 최근 kt 위즈의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기장현대차드림볼파크를 찾아 후배들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선사하고 있다.

이번 인스트럭터 초빙은 kt 이강철 감독의 부탁으로 이뤄졌다. 둘은 1990년대 해태 타이거즈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왕조를 건설한 주역들로서 지금까지 3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선 감독의 4년 후배인 이 감독은 이번 국내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선 감독에게 일주일 정도 투수들을 지도해달라고 부탁했고, 선 감독은 흔쾌히 응했다.

이처럼 사령탑이 직접 초청장을 건넨 이유는 하나다. 다른 팀들보다 유독 많은 kt 영건들의 성장을 위해서다. 선 감독은 이날 소형준을 비롯해 심재민과 김민수, 류희운, 한차현, 박시영의 불펜 투구를 바로 곁에서 지켜봤다. 또, 수첩을 꺼내 자신이 느낀 점을 빼곡이 적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피칭이 끝나면 선수들과 1대1 대화를 나누며 노하우와 조언 등을 건네며 깊은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가장 큰 선물을 챙긴 이들은 역시 원포인트 레슨을 받은 kt 영건들이다. 어릴 적 TV로만 봤던 전설과 마주한 투수들은 모두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신인왕 수상자인 소형준은 “역시 아우라가 다르시더라. 감독님을 처음 봬 긴장이 많이 됐지만, 다정하게 이것저것을 알려주셨다. 또, 칭찬도 많이 받았다”고 활짝 웃었다.

올해 신인 한차현 역시 “감독님께서 내 투구를 봐주시길 원해서 오늘 불펜 투구를 자청했다. 감독님께선 ‘지금 하는 대로만 잘 준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선동열 감독은 누구보다 바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기장을 찾기 전에는 LG 트윈스의 초청을 받아 이천에서 후배들을 지도했고, 부산으로 내려와선 은사인 김응용 전 감독의 부탁으로 개성고 선수들과 만났다.

그렇다면 한참 아래 후배들을 바로 곁에서 지켜본 국보급 투수는 어떤 점을 느꼈을까. 이날 훈련 후 취재진과 만난 선동열 감독은 “LG와 kt 선수들을 보면서 오히려 내가 많이 배웠다. 요새 투수들은 2월 스프링캠프를 들어가기 전부터 몸을 착실히 만들어 오더라. 곧바로 경기를 뛸 수 있을 정도로 준비가 잘 돼 있었다”고 기특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또, “사람들은 선동열을 최고라고 불렀지만, 나 역시 일본으로 건너가자마자 교육리그까지 내려간 아픔이 있었다”면서 “후배들은 마운드에서 본인이 최고라는 생각을 가지고 던졌으면 좋겠다. 대신 연습할 때는 내가 가장 못 던지다는 생각으로 임하면 좋은 결과가 따라오리라고 믿는다”고 애정 어린 조언을 남겼다.

이제는 차세대 국보를 키우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선동열 감독은 23일까지 기장에서 머물면서 후배들과 뜻깊은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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