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백. 제공ㅣ리틀빅픽쳐스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아동학대 사건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요즘, 영화 '고백'은 시의적절하다는 말이 미안해질만큼 딱 맞는 타이밍에 나타난 영화다. 아동학대를 다루면서 제3자의 시선으로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먹먹한 무력감이 남아 씁쓸함을 안기는 작품이다.

24일 개봉하는 '고백'(감독 서은영)은 국민 1인당 1000원씩, 복지센터 계좌에 일주일 안에 1억원이 모이지 않으면 유괴한 아이를 죽이겠다는 전대미문의 유괴 사건과 함께 시작된다. '1000원'이 갖는 무게감에 대해 사람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사람들은 '고작 1000원이니까. 만약을 생각해서라도'라는 생각으로 돈을 낸 이들과 '유괴범에게 놀아날 순 없다'며 안 낸 이들로 양분된다.

그 사이 사회복지사인 오순(박하선)이 돌보던 보라(감소현)라는 아이의 아버지가 숨진 채 발견돼고, 보라 역시 어디론가 사라진다. 이 사건을 조사하던 신입 경찰 지원(하윤경)이 의문을 품게 되면서 이야기가 풀려나간다.

지원의 의심이 시작되면서 영화는 보라의 아버지가 사망하기 이전으로 돌아가 보라와 오순의 관계를 짚어나간다. 오순은 아버지의 학대로 의기소침해있는 보라를 구하기 위해 애를 쓰고, 번번이 학대 부모에게 밀려 어쩌지 못하는 현실에 분통을 터트린다. 학대를 당한 트라우마가 있고, 다혈질에, 아이들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지나치다보니 오순은 학대 부모들과 트러블을 자주 일으켜 센터에서 경고를 받는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오순이 느끼는 숨막히는 현실과 무력감에는 영화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녹아있다. 어떻게 보면 문제적 인물인 오순은 학대 아동들에게는 유일한 구원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오순의 모습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현실에는 오순이 없고, 지금도 어딘가에는 학대 당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영화는 단순히 아동 학대에 대한 경각심과 메시지를 강조하는 공익성 짙은 전개보다는 '1억 유괴사건'을 내세우고 사건의 흐름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편집으로 영화적 긴장감을 더했다. 엔딩에 힘을 싣는 장치를 마련한 것 역시 눈길을 끈다.

다만 구성이 매끄럽지 않고 편집, 색감, 음악 등 디테일한 요소들이 정돈되지 않아 몰입을 깨는 아쉬움이 있다. 엔딩 역시 힘을 준 것에 비해서는 회심의 한 방이 되지는 못했다. 물오른 박하선의 연기력이 이같은 허술한 구멍들을 보완한다. 감정 과잉인 오순 캐릭터에 몰입해 쉽지 않은 신들을 설득력있게 소화했다.

덕분에 극장 문을 나서며 유괴범이 제시한 '1000원'을 주제로 여러 생각할 거리와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의미있는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4일 개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99분.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bestest@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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