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설경구, 변요한, 이준익 감독. 제공ㅣ메가박스 중앙 플러스엠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이준익 감독의 열 네번째 영화 '자산어보'가 설경구와 변요한의 호흡으로 완성돼 공개를 앞두고 있다.

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 제작발표회가 25일 오후 5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이준익 감독, 배우 설경구, 변요한이 참석했다.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설경구)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변요한)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준익 감독은 정약전을 주인공으로 삼은 이번 작품의 기획 계기에 대해 우선 "'자산어보'가 한국사 시험에 자주 나오는 답이라고 하더라. '정약용이 쓰지 않은 책은?' 이라는 문제의 답이다. 정약용의 형이 흑산도에서 해양 생물을 기록한 어류학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5년 전 쯤에 동학이라는 역사 속에서 관심 갖다가 '도대체 왜 이름을 동학이라고 지었을까'를 생각하다가 서학, 천주학으로 쭉 쫓아가게 됐다. 그 중에서 저는 정약전이란 인물에 꽂혔다. 그가 갖고 있는 그 시대의 개인의 근대성을 '자산어보'라는 책을 통해 영화로 담으면 재밌겠다 싶었다. 제가 보고싶어서 찍은 영화다"라고 자신있게 소개했다.

설경구는 이번이 첫 사극이다. 그는 '자산어보' 참여 계기에 대해 "몇 년 전에 모 영화제 무대 뒤에서 감독님을 만나게 됐다. 무턱대고 '책 줘요'라고 했다. 사극을 준비하고 계시는데 아직 안 썼다고 하시더라. '나 사극 한 번도 안해봐서 해야된다'고 했다. 일단 써야한다고 하셔서 열흘인가 있다가 연락이 와서 책을 보내셨는데 그게 '자산어보'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시나리오를 본 소감으로 "처음엔 좀 떨어져서 봤다. 따지게 되더라. 두 번째 봤을 때 조금 마음을 넣어서 봤는데 눈물이 핑 돌더라. 여운도 있었다. 첫 리딩 때 감독님에게 '읽으면 읽을 수록 와닿고, 따뜻하면서 아프고, 여운이 있다'고 했더니 '이 책의 맛이다'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 긴장을 많이 했다. 저의 수염, 상투, 갓, 도포가 어울릴까 싶었다. 거기서 믿음을 못 주면 신이 갈 수록 믿음을 못 줄텐데 했다. 주변에 '어울리냐'고 물어보며 했다. 다들 용기를 줘서 촬영 했다. 특히 자연이 많은 도움을 줬다"고 감사를 표했다.

영화 '소원' 이후 8년 만에 설경구와 재회한 이준익 감독은 "설경구 씨와 다시 하게 된 것이 저에게 너무 큰 행운이고 행복이다. 다행히 본인이 책 달라고 운을 떼길래 '다행이다. 못 나간다' 했다. 현장에서 설경구 씨가 분장하고 나오면 어린 시절 10년 동안 같이 살았던 할아버지를 만나는 거 같다. 그게 너무 아련했다"며 "설경구 씨는 동물적인 에너지의 결정체다. 영화 내내 단 1초도 새지 않고 발산해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다. 좋은 친구 하나 사귀었다"고 말했다.

이어 "(설경구가)상투와 두루마기를 하면 조선 선비의 전형성, 설경구라는 배우가 잘생겼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심지어 잘생기기까지 했다. 난 매력적이라고만 생각했다. 나중에 영화 보면 안다. 어떤 컷은 '왜 이렇게 잘생겼지?' 한다. 다른 거 생각이 안 난다"고 설경구의 외모 역시 칭찬했다.

▲ 설경구. 제공ㅣ메가박스 중앙 플러스엠

이어 변요한은 "배경이 전라도다보니 사투리를 구사해야한다. 준비하다보니 어느 순간에 '이건 중요하지 않다. 창대의 마음을 알자'고 가보니까 그 나이에 변요한이 보는 시각이 아닌 장창대가 보는 시대를 어떤 식으로 바라볼 것인지 가게 되더라. 그것은 설경구 선배님과 많은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모든 걸 다 놔버리고 그 안에 자연스럽게 스몄을 때 시대를 바라보는 창대의 눈이 생기더라"고 작품에 임한 각오를 밝혔다.

이에 이준익 감독은 "요한씨는 굉장히 겸손하게 말한 것이다. 창대라는 역할에 대해 변요한 배우에게 정말 고맙고 감사한 게 있다. 시나리오에 창대라는 인물은 굉장히 짜증이 많고 기능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어느날 변요한씨가 '이 인물이 짜증을 계속 내는 건 아닌 거 같다. 제가 만들어보겠다'하고 현장에서 연기를 했다. 설명을 자세히 하지 않고 말을 꾸며내지 않는다. 그런데 몸으로 그걸 한다. 창대란 인물이 사실은 정약전은 기록에 더러 있다. 정약용의 둘째 형으로서 구구절절 자료들이 많다. 그 인물은 함부로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창대란 인물은 서문에 이름 몇개밖에 없다. 기록에 없는 부분을 시나리오 상에서 엄마, 아빠 가족관계를 만들어 낸 거다. 그 와중에 변요한이 창대란 인물을 설명하는 방식은 하나의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부족한 부분을 다 채워버린 거다. 시나리오에는 반 밖에 없었다. 나머지 반을 다 채워서 너무 감사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변요한. 제공ㅣ메가박스 중앙 플러스엠

'자산어보'의 특징은 '동주'에 이어 또 한 번 흑백으로 촬영된 영화라는 점이다. 이준익 감독은 이에 대해 "얼마 전에 '동주'라는 영화로 흑백을 시도했다. 적지 않은 성과로 큰 힘을 얻었다. 두 작품의 흑백은 다르다. '동주'는 일제 강점기가 갖고 있는 암울한 공기, 백보다는 흑이 더 차지하고 있다. '자산어보'는 어려운 시기고 유배까지 온 주인공이지만, 그가 만난 새로운 세상은 흑과 백 중에서 백이 더 큰 것이다. 선명하게 구별되는 것을 제가 찍으면서 알았다"며 "또한 어릴 적 1800년대 서부영화를 흑백으로 봤었다. 우리나라 영화의 1800년대를 흑백으로 보면 어떨까 싶었다. '서부는 그래? 우리는 이래'라는 약간의 호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잘 알려지지 않은 유명인을 조명하는 작품에 대해 이준익 감독은 "보통 영화를 할 때 위대한 분들을 주인공으로 한다. 저도 그랬던 적도 있다. 반대로 유명하지 않지만 같은 시대를 버티고 이겨낸 사소한 개인 같은, 그런 모습과 주변을 그리다 보면 그 안에 영웅보다는 내가 있고 나의 마음이 담긴 사람의 모습을 보는 거다. 그런 걸 하고 싶었다. 모두가 윤동주를 기억하지만, 그 못지않은 위대한 누군가 있고, 정약용이 있는가 하면 정약용 옆에 정약전이 있고 정약전 옆에 창대가 있다. 이렇게 아래로 가다보면 그 시대의 진실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가공된 영웅 보다는, 그런 거 때문에 영화를 찍는 거 같다"고 털어놨다.

끝으로 이준익 감독은 "정약전과 창대의 우정이 아닌 가치관에 관심을 가졌다. 정약전이 추구했던 그 시대의 가치관, 그 가치관을 현실에서 유배가서 포기하지 않고 구현해내려는 과정 안에서 창대란 어린 친구를 만난다. 나이 차이도 있지만 신분의 차이가 크다. 역할의 차이도 크다. 엄청나게 간격 있는 사이를 메꾸다보니 둘이 친구가 된 거다. 우정이 목표가 아니라 가치관을 추구하던 신분, 나이 격차가 벌어진 사람이 친구가 돼서 벗을 깊이 알면 내가 더 깊어진다는 대사가 나온 거다. 우정은 과정과 수단일 뿐 목표는 아니다"라고 작품의 메시지를 강조하며 기대를 당부했다.

'자산어보'는 오는 3월 31일 개봉한다.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bestest@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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