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정형근, 박대현 기자] 한국 하키계가 지도자의 계약금 가로채기와 폭행과 폭언 논란에 신음하고 있다. 가해 혐의를 받는 감독과 코치는 피해 선수들을 찾아다니며 ‘사실 확인서 작성’을 강요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는 지난 17일과 19일 <하키 감독 '女선수 계약금 10년 이상 가로채기' 충격!>과 <"성 폭언, 폭행" 줄줄이…국대 출신 감독 '계약금 갈취' 후폭풍> 단독 보도를 통해 김해시청 A감독의 선수 폭행과 폭언, 계약금 편취에 대해 심층 보도했다.

A감독이 1993년부터 2019년까지 김해 소재의 한 대학에서 지도자로 재임한 시절, 실업팀에 입단한 여자 선수들의 계약금을 가로채고 선수 인권을 짓밟는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는 게 골자다.

보도가 나간 뒤에도 하키계 부조리를 고발하는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수십 년간 곪은 환부가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가해 혐의자들이 피해자에게 회유와 협박성 발언을 가하는 것이 추가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자신을 A감독이 지도한 김해 소재 대학 하키부 출신이라 밝힌 B씨는 "최근 스포티비뉴스 기사가 보도된 후 대학 시절 C코치로부터 연락이 와 '확인서'를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제보했다. 

B씨에 따르면 C코치는 계약금을 개인 용도로 쓰지 않고 하키부 전용 버스나 신입생에게 지급할 장비 구매 등에 썼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B씨는 "A감독이 김해시청으로 자리를 옮길 때 '버스는 C코치의 퇴직금으로 (여기고) 쓰겠다' 말한 적이 있다. 그 버스는 당시 학부모 14~15명이 100만 원 씩 내서 산 버스다. 당시에도 퇴직금으로 버스를 가져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4년 동안 함께한 선생님들의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 진실을 알고 싶다. 지금 너무 배신감이 들고 속상하다"고 전했다.

이어 "C코치에게 연락이 왔다. 확인서를 써달라고 했다"면서 "확인서에 담긴 세부 내용은 일절 설명 없이 (무작정) 쓰라고만 했다. 쓰고 싶지 않았지만 (C코치) 눈치가 보여 안 쓸 수가 없는 분위기였다. 다른 선수들 얘기를 들어보니 전부 다 반강제적으로 썼다고 한다. 주민등록증 앞뒷면 사진까지 찍어갔다"고 설명했다 

"(얼핏 본) 동의서 내용에도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4년 동안 옷과 장비를 지급받았다고 적시돼 있는데 (재학 기간) 받은 거라곤 운동복 1년에 2~3벌, 반팔과 반바지 2벌, 패딩과 얇은 패딩, 조끼 패딩뿐이었다. 스틱도 입학할 때만 받고 그 이후는 없었다. 이 정도 (물품을) 구매하는 데 그 많은 선수 계약금을 다 썼다고 주장하는 건 솔직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 학교 예산도 분명히 들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금 가로채기 이외에 추가적인 내용도 드러났다. B씨는 “대학교 다닐 때 학교 예산으로 나오는 카드가 있었다. 그런데 식당에서 단체로 밥을 먹으면 선수들이 먹은 것 이외에 계산을 한 번 더 하라고 했다. 식당 사장님께 물어보면 얼마 전에 A감독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와서 밥을 먹었다고 했다. 당시 추가 계산한 금액은 40만 원 정도 됐다.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 하키 선수들이 '2차 피해'에 노출되어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A감독 아래 있던 여자 선수들뿐 아니라 김해시청에서 뛴 적이 있는 남자 선수들도 ‘제보자’로 낙인이 찍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A감독이 김해시청 감독으로 부임한 직후 재계약에 실패한 한 선수는 “주위에서 다들 최초 제보자가 나라고 생각한다. 재계약 실패 후 A감독과는 아무런 교류도 없었지만 최초 제보자가 나인 것처럼 온갖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퍼트리며 이미지와 명예를 흠집을 내 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다. 진실이 밝혀지면 허위사실을 퍼트린 사람들에게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포티비뉴스는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최초 제보자와 상의 후 내막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번 사건의 최초 제보자는 ‘하키인’이 아니다. 체육인의 윤리 강의를 하는 최초 제보자는 하키 선수에게 이야기를 듣고, 하키계에 만연한 선수 계약금 가로채기와 폭행, 인권 침해 등 관련 내용을 취재진에게 전달했다.

최초 제보자는 “기사가 나간 후 억울하게 제보자로 몰리는 하키인들이 많은 것 같다고 들었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한하키협회는 “대대적인 개혁을 선언한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하키 환경조성에 나서겠다. 전수조사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A감독은 “제자들이 기부한 돈과 학부모의 돈을 합쳐 2700만원 상당의 미니버스를 코치 명의로 구입했다. 단 지도자가 직접 돈을 받은 적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C코치는 “돈은 나한테 들어왔다. 감독 선생님과 얘기 하에 집행했다”며 선수 계약금을 직접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스포티비뉴스=정형근, 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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