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멘탈적으로 성숙해 돌아온 SK 차세대 거포 임석진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속초, 김태우 기자] 팀 내에서 기대가 큰 유망주였다. 스스로도 욕심이 많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런 기대감과 책임감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나고 삼진을 먹을 때마다, 임석진(24·SK)은 땅을 쳐다보고 있었다. 얼굴은 고민 뒤범벅이었다.

2016년 SK의 2차 1라운드(전체 6순위) 지명을 받은 임석진은 ‘제2의 최정’이라는 화려한 꼬리표와 함께 입단했다. 다부진 체격에서 나오는 힘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군은 물론, 1군 시범경기에서도 번뜩이는 방망이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자신과 싸움에서 이기지 못한 임석진은 2016년 1군 11경기 출전을 끝으로 1군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당시를 떠올리는 임석진은 “타석에서 투수랑 싸워야 하는데, 타석에서 나와 싸우고 있었다. 전력으로 투수와 싸워도 이기기 힘든데 항상 나와 싸우고 있었다. 안 되면 땅만 쳐다보고 있었다”고 담담하게 말하면서 “실망도 많이 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실패를 했다고 생각한다. 느낀 게 많았다”고 인정했다. 결국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시작했다. 그렇게 팬들의 시야에서도 사라졌다.

그런데 그렇게 2년을 보낸 임석진은 이제 웃고 있었다. 2월 초 소집해제된 임석진은 곧바로 SK 퓨처스팀(2군)의 속초 캠프에 합류해 땀을 흘리고 있다. 어투부터가 유쾌해지고, 더 당당해졌다. “왜 안 될까”라는 말만 자신에게 끊임없이 묻고 있었던 이 유망주는 “군 생활을 하면서 멘탈적으로 많이 성장한 것 같다. 나 자신을 힘들게 했었는데, 안 되면 쉬기도 해봤다. 군에서 그렇게 내려놓는 연습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고 껄껄 웃었다. 어투와 성격이 확 달라졌다는 것을 대번에 느낄 수 있다.

마음만 가다듬은 게 아니다. 타격에서도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는 2년이었다. 임석진은 “타격 쪽은 마음껏 시도해본 것 같다”고 자신했다. 그리고 이제 군이라는 족쇄가 풀린 시점. 임석진은 그간의 울분을 그라운드에서 터뜨리고 있다. 빡빡한 훈련 일정이지만, 임석진은 “제대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내가 살아있구나라는 것을 느낀다. 땀도 흘리고, 형들과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며 야구를 하니 좋고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난 야구를 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강훈련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비결이다. 임석진은 다른 선수들과 조금 다른 프로그램을 수행한다. 김일경 코치가 매일 1시간씩 임석진에게 펑고를 때려주고 있다. 녹초가 될 만한 훈련 일정이지만, 임석진은 안 했다가 하니까 좋아지는 느낌이 바로 느껴진다“고 오히려 반색했다. 군에서 타격은 많이 시도해봤기에 이제는 수비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실 1라운드 지명, 유망주라는 ‘우대권’은 이미 사라졌다. 다른 선수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해야 한다. 임석진도 “잘하는 사람도 많고, 경쟁할 사람도 많다. 그렇게 너무 생각하면 어렵고, 주어진 일을 최선에 다하면 좋은 일이 있지 않을까. 하나하나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성장했구나’, ‘어른이 되어가고 있구나’는 것을 느낀다. 해볼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싶다. 주저하면서 실패하기보다는 돌려서 실패해보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새로운 멘탈을 장착한 최고 유망주가 좋아하는 야구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스포티비뉴스=속초,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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