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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미국적인가?" '기생충'길 걷는 '미나리'의 질문[이슈S]

네이버구독_201006 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2021년 03월 02일 화요일
▲ '미나리'가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출처|골든글로브 트위터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지난달 28일(현지시간) 제 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미나리' 아래엔 'USA'란 국적이 박혀 있었다.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유일한 미국 영화. 작품상을 노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영화 '미나리'는 무엇이 미국적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올해의 핫이슈가 됐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리 아이작 정)의 자전적 이야기가 바탕이 된 영화다.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온 한국인 이민자 가족이 아칸소 주 벌판을 일구는 이야기다. 트레일러에서 살아가며 땅을 그리고 삶을 일궈가는 가족의 이야기가 포근하고도 진하게 담겨 있다.

주연과 제작을 겸한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을 비롯해 한예리, 윤여정 등 우리에게 친숙한 배우가 대거 등장하지만 골든글로브가 친절히 다시 밝혔듯 '미나리'의 국적은 미국이다. 미국인 감독이 각존과 연출을 맡고, 미국제작사가 참여해 미국 현지에서 촬영했음에도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분류된 건 언어 탓이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는 대사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니면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분류한다는 규정을 들어 '미나리'에 작품상 입후보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러나 영어 비중이 30% 정도였던 쿠엔틴 타란티노의 '바스터즈:거친 녀석들'이 골든글로브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이력이 있고, 역시 영어가 절반에 미치지 않았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바벨'이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때문에 지난 후보 발표 당시부터 영어 규정이 유독 '미나리'를 문제삼은 데 대해 인종차별이란 비난이 일었다.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는 지난해에도 중국계 이민자 가족 이야기 '페어웰'을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배정한 바 있다. 백인에게 상대적으로 후한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가 아시아계를 차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영화 '미나리'의 외국어영화상 수상 이후에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나리'를 연출한 정이삭 감독은 미국인이고, 미국에서 영화가 촬영됐고, 미국 업체 투자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미나리는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만 올라 작품상 부문에서 경쟁할 수 없었다"고 꼬집었다. CNN은 "미국은 공용어가 없다. 인구의 20% 이상이 집에서 영어 이외의 언어를 사용한다"고 비판했다. LA타임스는 "'미나리'가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맞다, 미국 영화다"라고 짚었다. 앞서 '페어웰' 룰루 왕 감독은 '미나리'의 작품상 후보 배제 당시 "올해 '미나리'보다 더 미국적인 영화는 못 봤다. 이건 미국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좇는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다. '미국'을 그저 '영어를 말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구시대적 규정은 바뀔 필요가 있다"고 일침했다.

'미나리'를 만든 이유 자체라는 어린 딸을 안은 채 골든글로브 수상 소식을 전해들은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고 그들만의 언어로 이야기하려고 노력하는 가족의 이야기입니다"라며 "그리고 그 언어는 단지 미국의 언어나 그 어떠한 외국어보다 깊은 진심의 언어(Language of Heart)입니다"라는 수상소감으로 우회적인 심경을 밝혔다. 그는 "저 스스로도 그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물려주려고 합니다. 서로가 이 사랑의 언어를 통해 말하는 법을 배우길 바랍니다. 특히 올해는요"라고 덧붙였다. 

▲ DUBAI one LIVE 캡처. 제7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제공|판시네마

'미나리'를 둘러싼 후끈한 논쟁은 지난해 '기생충'을 둘러싼 '로컬' 논란을 연상시킨다. 높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같은 규정에 막혀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당시 수상의 기쁨을 맛봤다. 또 아카데미시상식은 "로컬" 시상식 아니냐 일침한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는 내내 화제와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보수적인 할리우드에게 질문을 던졌으며, '기생충'은 아카데미 시상식의 태풍이 되어 외국어영화 최초로 작품상 등 4관왕에 오르는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무엇이 미국적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 미국 영화 '미나리'의 질문 역시 골든글로브와 함께 시작된 오스카 레이스 내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는 오는 15일 공개된다. 시상식은 4월 25일이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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