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배경은 용과 인간이 공존하던 쿠만드라 왕국. 생명체를 돌로 바꿔버리는 몬스터 '드룬'에 맞서 싸우다 스스로를 희생한 드래곤이 사라져버린 지 500년, 5개 나라로 쪼개져 서로 분열하던 인간들은 '드룬'을 부활시키고 만다. 쿠만드라 왕국의 화합을 꿈꾸던 아버지가 돌로 변한 뒤, '라야'는 전설의 드래곤 '시수'를 찾아 떠난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처음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무대가 된 동남아시아의 이국적인 풍경과 문화다. 달고 시고 맵고 짜고 쓴 5가지 맛이 모두 담겨 하나의 요리로 탄생하는 똠양꿍은 분열된 다섯 부족과 화합을 상징하는 중요한 소재. 풍요로운 물 세계는 알록달록한 특유의 색채와 문양과 함께 아름답게 담겨 시선을 붙든다. 독특한 건축양식과 의복의 디테일을 하나하나 살렸다.
디즈니 제작진은 주요 캐스트를 모두 아시아인으로 채우고, 사전 리서치를 위해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동남아 7개국을 직접 찾는 등 겉핥기에 머물지 않는 구성과 묘사에 공을 들였다. 애니메이터들도 서로 문답을 주고받으며 사원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고 문지방을 밟지 않는 디테일을 하나하나 만들어갔다는 후문이다.
일찌감치 홀로서기에 나선 동남아시아 출신 첫 디즈니 프린세스 라야는 노래하며 감정에 호소하는 대신 직접 몸을 부딪치고 칼을 휘두른다. 마법을 부리는 '겨울왕국'의 엘사와는 과가 다르지만, 디즈니 프린세스 역대 최강 전투력의 소유자라 할 만하다.
덕분에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액션영화를 방불케 하는 역동성이 돋보이는 판타지 영화로 탄생했다. 여느 디즈니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포인트지만, 정교하고도 화려한 액션은 실사 '뮬란'과는 비교되지 않는 보는 맛이 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전통 무술인 펜칵 실랏(Pencak Silat)과 필리핀의 무술 칼리(Kail), 아르니스(Arnis)를 참고해 격투 스타일을 만들었다는 '라야'의 움직임은 거칠고 박진감이 있다. 스타일 다른 또 다른 주요 캐릭터 '나마리'와의 대비도 볼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강력한 나 자신을 믿고 싸워 쟁취할 것을 외치는 영화가 아니다. 가장 어렵고 힘들 때, 내가 아닌 타인을 향한 '믿음'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의 메시지는 아름다운 판타지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유쾌한 낙천주의가 묻어나는 드래곤 '시수'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란 변하지 않는 가치를 상기시키는 캐릭터. 래퍼 출신인 아콰피타의 허스키 보이스에 넉살과 유머가 녹아 더 매력있다.
3월 4일 개봉. 전체관람가. 러닝타임 114분.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