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원태인(왼쪽)과 박해민이 3일 대구 롯데전에서 일일해설자로 변신했다. ⓒ삼성 라이온즈 유튜브
[스포티비뉴스=대구, 고봉준 기자]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연습경기가 열린 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게임이 한창인 구장 내 중계방송실에선 때아닌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바로 이날 경기의 일일해설을 맡은 선수들의 이야기꽃이었다. 주인공은 주장 박해민과 투수 원태인. 이날 롯데전을 뛰지 않은 둘은 경기 중반부터 마이크를 잡고 동료들의 플레이를 생동감 넘치게 중계했다.

올 시즌 KBO리그 10개 구단들은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전지훈련을 취소했다. 대신 국내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하게 됐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와 열악한 여건으로 어려움이 따르는 상황. 대신 구단들은 팬들에게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도록 묘안을 짜냈다. 3월부터 시작된 연습경기를 자체 생중계하면서 선수들을 일일해설자로 불러 재미를 더하기로 했다.

삼성은 이날 게임조에서 제외된 박해민과 원태인을 일일해설 1번타자로 섭외했다. 입담은 예사롭지 않았다. 중계석에서 구장을 바라보던 박해민은 “그라운드가 이렇게 넓은 데 왜 안타가 나오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또, 동료들의 좋은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일일해설다운 식견도 뽐냈다. 박해민은 “일부 팬들께서 우리 투수들이 연습경기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내면 비판을 하시곤 한다. 그러나 투수들이 아무 생각 없이 던지는 것은 아니다. 당장 아웃을 잡기보단 자기가 테스트하는 구종을 던지면서 개막을 준비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고 말했다.

후반부 투입된 원태인도 입담을 곁들였다. 원태인은 “오재일 선배가 FA로 오셔서 너무 좋았다. 이제 상대 타자로 만날 일이 없지 않느냐”며 천적 오재일의 합류를 반겼다. 또, “그런데 오재일 선배가 최근 라이브 배팅에서 감이 좋지 앟더라. 그래서 내가 공을 던질까 하다가 참았다”며 웃었다.

이날 중계를 지켜본 이들은 삼성팬들만이 아니었다. 롯데팬들은 물론 롯데 구단 관계자들도 관심을 가지고 시청했다. 롯데 역시 3월 연습경기를 자체중계하면서 선수들을 일일해설자로 부르기로 한 터라 귀를 쫑긋 세우는 눈치였다.

실제로 롯데 관계자는 이날 경기 후 선수들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섭외 작업을 시작했다. 당장 5일과 7일 사직구장에서 LG 트윈스와 연습경기를 치르는 만큼 이날 경기조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을 대상으로 일일해설 라인업을 짰다.

롯데 관계자는 “요샌 자체 생중계는 기본이고, 경기마다 선수들 2~3명을 섭외하느라 바쁘다. 경기를 뛰지 않더라도 훈련조와 대기조가 있어서 미리미리 섭외하지 않으면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도 팬들께서 자체 생중계를 좋아해 주셔서 보람이 있다. 선수들 역시 새로운 시각에서 야구를 볼 수 있어서 만족해한다. 비록 일반 생중계보다는 카메라 숫자가 적어서 아쉽지만, 그래도 최대한 구색을 갖춰서 연습경기를 중계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스포티비뉴스=대구,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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