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영은 현실에 감사하다.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내가 그때 널 잡았더라면 어땠을까?'

가수 싸이는 6집 수록곡 <어땠을까>라는 노래에서 지난 사랑을 추억했다. 떠나려는 연인을 붙잡았더라면 지금쯤 둘 다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궁금해했다.

'바람의 파이터' 김재영(37, 노바MMA). 노래 가사처럼 '그때 그랬더라면' 지금은 어땠을까?

김재영은 지난달 26일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서 열린 AFC(엔젤스파이팅) 15에서 도전자 안상일을 1라운드 47초 만에 펀치 TKO로 이겼다. 여전히 잘 다듬어진 칼날을 자랑했다.

그리고 이어진 승리 후 케이지 인터뷰. 여기서 김재영은 자신의 과거 실수를 털어놨다. UFC에 갈 수 있는 기회를 두 번이나 놓쳤다고 고백했다.

"(2008년) 데니스 강과 3차전을 앞두고 UFC 오퍼가 왔었다. 데니스 강을 이기고 가고 싶었다. (2013~2017년) 9연승을 달리면서 UFC 계약을 기다리고 있을 때, 러시아에서 오퍼가 왔다. 모두 만류했지만 피해가고 싶지 않아서 도전했다."

김재영의 과감한 선택은 결과가 좋지 않았다. 데니스 강에게 졌다. 러시아 ACB에선 9연승이 깨졌다.

김재영의 나이 만 37세. UFC는 이왕이면 젊은 파이터들의 영입을 선호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김재영이 UFC에 진출할 가능성은 줄어드는 게 사실이다.

그때 그러지 않았더라면…, 지금은 더 행복했을까?

▲ AFC 미들급 타이틀을 지킨 김재영.

그러나 김재영은 웃을 수 있다. 실수를 저질렀다고 해도, 충분히 행복하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주어진 현실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신의 아들에게 아버지가 보여 줄 수 있는 파이터로서 인생을 사는 법이었다.

"잘생긴 아들이 있다. 아들에게 이런 말을 해 주고 싶다. 살다 보면 내 생각과 다른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난다고. 그럴 때 주어진 상황에 감사하면서 희망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멋진 일들이 펼쳐진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

김재영은 AFC 미들급 챔피언이다. AFC에서 3경기 연속 1라운드 (T)KO승을 기록하고 있다. UFC에서 싸우지 못해도, 그에겐 충분히 '멋진 일'이다.

"두 가지 약속을 지키면서 살겠다. 하나는 은퇴하기 전까지 계속 강해지겠다는 약속이다. 다음 경기에 더 강해질 것이다. 그리고 AFC 챔피언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훈련하겠다. 그 누가 상대가 되더라도 싸우겠다. 다른 단체의 멋진 상대와 붙고 싶다."

26번 이겼지만 13번 지기도 한 김재영은 상대를 향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더블지FC 대표로 급하게 대체 출전한 안상일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갑작스러운 오퍼를 받아 준 동갑 안상일에게 고맙다. 어제 안상일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경기의 상대가 나라서 다행이라고 하더라. 오늘 경기가 안상일에게도 더 가치 있을 수 있도록 계속 멋지게 싸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1년 2월 26일.

목표와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그마저도 감사한, 파이터 김재영의 어느 멋진 날.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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