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선수 시절의 류지현 감독(왼쪽)과 LG 코치 시절의 허문회 감독. ⓒLG 트윈스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친구 만나러 왔습니다.”

사령탑 부임 후 처음 사직구장을 찾은 LG 트윈스 류지현(50) 감독의 표정은 밝았다. 스프링캠프가 잘 진행되고 있고, 투타 신예들이 차근차근 적응해가고 있는 점도 만족스러웠지만, 이날 미소가 더욱 짙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동갑내기 친구’ 허문회(49) 롯데 자이언츠 감독과 처음 만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오늘 오자마자 친구를 보러 갔다. 요새도 종종 안부를 묻는다. 서로 감독이 처음 됐을 때도 축하를 주고받았다”면서 활짝 웃었다.

허문회 감독과 류지현 감독의 우정은 야구계에서 익히 알려져 있다. 1972년 2월생인 허 감독은 1971년생인 류 감독보다 호적상으로는 한 살 어리지만, 학교를 1년 먼저 들어가 동갑으로 지냈다. 학번 역시 90학번으로 같다.

각각 경성대와 한양대를 다닌 허 감독과 류 감독은 대학 시절 태극마크를 함께 달면서 더욱 가까워졌다. 그리고 1994년 LG 유니폼을 입고 함께 데뷔하면서 우정이 싹텄다. 원래 허 감독은 1994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 2차지명에서 1라운드로 해태 타이거즈의 부름을 받았지만, 본인을 비롯해 한대화와 김상훈 등이 포함된 4대2 트레이드가 12월 성사되면서 LG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 LG 류지현 감독이 5일 사직구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 고봉준 기자
묘한 인연이 계속된 둘은 데뷔와 함께 우승도 맛봤다. 허 감독은 주로 대타 요원으로 뛰면서 51경기에서 타율 0.304로 활약했고, 류 감독은 곧바로 주전 유격수로 발돋움해 신인왕까지 수상하면서 신바람 야구를 이끌었다. 그리고 이때 LG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제패가 이뤄졌다.

둘의 우정이 낳은 에피소드도 있다. 허 감독이 결혼식을 올릴 때 웨딩카를 끌어준 이가 바로 류 감독이었다. 허 감독은 “내가 당시 차가 없었는데 류 감독이 도우미를 자처해서 웨딩카를 몰아줬다. 또 여러모로 궂은일을 해줬다”고 고마움을 표하곤 한다.

이후 둘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30년 가까운 세월을 그라운드에서 보냈다. 류 감독은 줄곧 잠실구장을 지켰지만, 허 감독은 이동이 꽤 잦았다. 허 감독이 2001년 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으면서 잠시 헤어졌고, 2년 뒤 다시 트레이드를 통해 LG로 오면서 재회했다. 또, 2007년부터 2011년까지는 코치로서 한솥밥을 먹었다.

이렇게 오랜 기간 함께한 둘은 이제 사령탑으로 변신해 라이벌로서 맞닥뜨리게 됐다. 허 감독이 지난해부터 고향팀 롯데의 지휘봉을 잡았고, 올 시즌 류 감독이 친정팀 LG의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친구들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 친구의 사령탑 부임을 반긴 롯데 허문회 감독. ⓒ롯데 자이언츠
허 감독은 “류 감독과 처음으로 갔던 1993년 12월 오대산 극기훈련이 생각난다. 트레이드되고 하루 이틀 정도 있다가 합류했는데 얼음을 깨고 계곡물로 입수하는 등 지금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훈련을 많이 했다. 오늘 류 감독과도 옛날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웃었다.

이어 “류 감독이 지난해 부임한 뒤 바로 축하전화를 했다. 정말 좋은 감독이 되리라고 믿는다”고 진심 어린 응원을 보냈다.

류 감독도 화답했다. 류 감독은 “대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들이 감독이 됐다. 의미가 있다. 언제까지 같이 감독으로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훗날 좋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 싶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또, “우리 둘 모두 고향팀에서 감독이 됐다는 점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한편 두 친구의 첫 맞대결은 사령탑 ‘1년 선배’ 허 감독의 승리로 끝났다. 이날 롯데는 이대호의 결승타와 전준우의 솔로홈런을 앞세워 3-2로 이겼다. 물론 두 사령탑의 진짜 승부는 이제 시작이다.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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