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호는 수비 활용성과 빠른 발을 앞세워 1군 재진입에 도전한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폭설로 조기 종료된 SSG 퓨처스팀(2군) 속초 캠프 명단에는 전문 2루수가 마땅치 않았다. 내야수들이 죄다 1군 캠프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훈련은 어떻게 하고 있었을까. 조원우 퓨처스팀 감독은 손으로 2루를 가리키더니 “김경호가 있다”고 웃었다.

김경호(26·SSG)는 팬들에게 외야수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해 두산과 SSG의 트레이드 후 1군에서 56경기에 나갔다. 타율 0.286을 기록하며 정확성에 나름 장점을 선보인 김경호는 외야에서의 몇 차례 ‘슈퍼캐치’로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런 김경호는 속초 캠프에서 2루 수비에 매진하고 있었다. 조원우 감독이 2루와 외야 겸업을 제안했고, 김경호는 흔쾌히 이를 수락했다.

1군 외야가 두꺼운 만큼 뭔가의 경쟁력과 특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게 조 감독의 생각이었다. 알고 보면 김경호의 원래 포지션은 내야수다. 김경호는 “아마추어 때 원래 내야수였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프로에 가려고, 발을 살리기 위해 외야로 포지션을 바꿨었다”고 설명하면서 “나는 좋았다. 감독님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신 것이다. 이왕 할 것이면 제대로 해보고 싶어 준비를 많이 했다. 영상도 찾아보고, 많이 물어보기도 한다”고 미소 지었다.

내야를 소화하지 않은 시간이 오래된 만큼 쉬운 과정은 아니다. 그래도 뭔가를 배워가는 과정이 재미있다고 말한다. 김경호는 “조금은 빡빡하기도 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스텝 같은 것을 잘 몰라서 어색했는데, 김일경 코치님이 잘 가르쳐주셔서 재밌게 연습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미소 지었다. 그래서 김경호는 캠프에서 가장 바쁜 선수 중 하나였다. 외야는 물론, 내야 수비 훈련도 모두 하면서 땀을 흘렸다.

2019년 1군에 데뷔해 32경기에 뛰었다. 정신없는 트레이드 과정이었지만, 지난해 1군에서 56경기에 나갔다. 좋은 시기, 나쁜 시기 모두 있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기였다. 김경호도 “초반에는 잘 맞았고, 반대로 안 좋았던 시기도 있었다. 여기까지가 한계인가 싶다가도 조금씩 계속 하다 보니 후반에 나름 좋게 끝낸 것 같다”면서 “팀에 감사하다.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어주신 것 같았다. 한 단계 발전했던 것 같다”고 지난해를 총평했다.

올해는 경쟁이 더 치열해진 만큼 더 땀을 흘려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마른 체형인 김경호는 비시즌 동안 3~5㎏을 불렸다. 거포가 되겠다는 게 아니라, 잔근육을 많이 강화시키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는 “유연성, 기초체력 쪽으로 접근하려고 한다”면서 “타격에서도 조금씩 수정을 하면서 방향성이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재밌는 것 같다. 장점이자 단점이 헤드가 조금 빠른 편인데 타구를 센터나 유격수 쪽으로 보내면 더 좋을 것 같다”고 현재 상황을 짚었다.

김경호는 자신의 위치를 잘 안다. 더 정교한 타격을 갖춘 선수가 1군에 있고, 자신보다 힘이 더 좋은 선수는 1군에 많다. 곰곰이 생각한 김경호는 수비에서의 활용성, 그리고 도루로 자신의 경쟁력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김경호는 “지난해에는 신기하게도 포수들의 송구가 굉장히 좋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멋쩍어하면서도 “도루를 가장 잘하고 싶었는데 답답했다. 올해는 스타트를 중점적으로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아직 출발선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선수다. 반대로 말하면, 좋아질 것이 많은 선수다. 속초 캠프는 그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김경호 또한 “이번 캠프에서 하는 것이 전체적으로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1군 캠프 불발에 대한 아쉬움을 깨끗하게 지웠다. “작년에 비해 타구 방향이나 타구 속도가 많이 좋아졌고, 도루 스타트와 수비의 안정감 생겼다”. 김경호가 1군 리포트에 적고 싶은 이야기다. 그 과정은 알게 모르게 진행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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