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하키계가 지도자의 폭행·폭언, 계약금 가로채기 논란으로 신음하는 가운데 스포츠타임의 단독 보도를 접한 피해자들의 추가 제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대한하키협회가 18일 스포츠공정위를 열어 가해 지도자들의 징계 수위를 논의한다고 밝힌 가운데 스포츠타임은 피해 선수들의 목소리를 더욱 상세히 전할 계획입니다.

대학 시절, 현 김해시청 A감독의 폭행과 폭언 탓에 하키를 그만뒀다는 제보자 B씨는 그날의 기억을 힘겹게 털어놨습니다.

"제가 한 번 (새벽) 3~4시에 나가서 놀았어요. 다음날 쉬는 날이라. 물론 제가 잘못했죠. 그런데 그걸 가지고 '남자랑 그 시간에 만나서 뭔 짓거릴 하냐' 그런 식으로 모욕을 줬어요. '몸을 굴리고 다닌다'는 말도 들었고요. (새벽에) 뭐했는지 구체적으로 얘기하라고 A4 용지에 적으라고 강요도 했습니다."

"몸무게 관련해서도 정말 힘들었어요. 매일 아침 일어나면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뒤 표에 (그 날 체중을) 적어야 했어요, 모든 선수가 다. (...) '여자 선수가 뒤룩뒤룩 살쪄서 어떻게 뛰려 그러냐' '너가 뛰는 걸 보면 어디가 출렁거린다' 이런 성적인 모욕감도 줬고요."

▲ 한국 하키계가 일부 지도자의 폭언 폭행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B씨는 A감독이 과거 김해 소재 대학에서 감독으로 재임한 시절 해당 학교 하키부에서 현역 선수로 활동했습니다. A감독의 폭행과 폭언으로 인한 고통도 심했지만 선후배들도 감독에게 피해를 받아 정신적으로 힘들어 결국 하키를 그만두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4학년 언니가 (훈련 도중) 절 때렸습니다. 감독님도 다 보고 있었고요. 그때 (감독님이) 절 부르시더라고요. 선배가 때렸으니 감정적으로 하지 말고 (잠깐) 나와 있으란 건 줄 알았는데. (감독이) 제 골반을 발로 찼어요. '싸가지가 없다' '선배한테 대드냐' 분위기가 그렇게 된 거죠. 선생님은 (선배가 때리는) 장면을 다 보셨는데 절 때리시니까. (그때) '하키를 그만둬야겠다' 맘을 접었어요."

"그 날 감독님이 4학년 언니한테 '숙소 들어가서 미팅해라. 너네는 선배가 후배 하나 어떻게 하지 못해서 이런 상황을 만드냐. 잡아죽여서라도 정신머리를 뜯어고쳐라' 말씀하셨어요. (...) 그래서 밤 12시 넘어서까지 (선배들은) 미팅을 했죠."

"그런 상황에서 저도 감정적으로 힘들고 막 죽고 싶고 그랬는데 새벽에 짐 싸서 나오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요. 동기나 선후배들이 잠도 못 자고 (저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잖아요. 그래서 선배 언니 한 명 한 명 찾아가서 울면서 빌었어요. '죄송합니다' 말씀드리고 새벽에 짐 싸들고 숙소를 나왔죠. 저는 지금도 하키를 하고 싶고 하키에 대한 열망이 큰데 그런 계기로 운동을 그만 두게 됐어요."

또 다른 제보자 C씨는 B씨가 A감독에게 배를 걷어차이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고 전했습니다.

"시청 팀 2년차 때, 그러니까 A감독이 XX대 감독일 때죠. 그 분이 발로 여자애(B씨) 배를 차는 걸 봤습니다."

"(김해 소재 대학) 여자 (하키부) 운동장이 왼쪽에 있었습니다. 그 바로 뒷건물이 시청 팀 숙소였고요. 제가 방에서 운동장을 보면서 바로 목격한 거라서.”

“평소에도 (A감독) 폭언은 일상이었어요. 비하 발언도 심했습니다. 그때 상황은 (B씨가) 선배랑 트러블이 있었는데 감독이 그걸 보고 발로 찬 거였습니다. 그 여자애를. (하키계 내에서) 평소 들리는 얘기로도 비하 발언이 심했어요. 사람한테 (얘기하는 게 아니라) 짐승 취급하듯 얘기하는 식이었죠.”

또 다른 D 제보자도 "B씨가 해당 감독한테 인격 모독을 많이 당했었다"면서 “여자로서 창피한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폭행까지 당하자 결국 못 참고 그만두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키를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을 때도 A감독은 자신의 뜻을 관철한 진술서 작성을 B씨에게 강요했습니다. '남자친구와 사귀면서 하키를 그만두게 됐다'는 내용을 적게 해 학교 측에 제출한 것입니다.

"다 맞아요. 새벽에 나가서 잘못한 거 싹 적으라고 하고. 네가 선배한테 대들었던 것, 학교에 공헌하지 못하고 피해준 것, 골 못 넣는 것, 밖에 나가서 남자 쳐 만나고 그랬던 것. 사생활적인 부분까지 다 적으라고 지시했어요."

B씨는 하키를 그만두면서 반강제로 대학 자퇴서까지 제출해야 했습니다. 하키부 활동을 조건으로 해당 대학에 진학한 것인데 퇴부했으니 학생으로서 자격 역시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는 지도자로부터 온갖 부조리를 당해도 이 대학 하키부원들이 외부에 신고하거나 항의할 수 없는 배경으로 작용했습니다.

대학 때만이 아니었습니다. B씨는 경기도 수원 소재 중고교 시절부터 상습적인 폭언 폭행에 노출돼 있었습니다.

"여자애들이니까 실핀을 꽂잖아요. (당시 감독님이) 하키 스틱으로 '빠따' 때리듯 머리를 세게 때렸어요. 그러면 실핀이 머리에 꽂혀요. 저 같은 경우는 땀이 나는 줄 알고 혼나는 와중에 땀인줄 알고 닦았는데 피인 거예요. (피가) 귀와 목을 타고 흥건하게 흐른 거죠."

B씨는 특정 지도자의 폭행뿐 아니라 체육계 전반에 걸친 구조적인 문제도 지적했습니다. 중학 시절 선수 인권 관련 단체에 지도자 폭언과 폭행 사실을 신고했는데 며칠 뒤 코치가 해당 사실을 상세히 알아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선수를 향한 폭행, 폭언이나 계약금 가로채기 등 사안 자체도 심각하지만 이에 대한 하키계의 대응 체계 전반을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스포티비뉴스=정형근, 박대현, 배정호 기자
제보> jhg@spotvnews.co.kr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