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성용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상암, 이성필 기자] "승부는 어쩔 수 없죠." (박진섭 FC서울 감독)

"승리는 우리가 가져 갑니다." (김호영 광주FC 감독)

양팀 사령탑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난해까지 몸담았던 팀을 서로 바꿔 지휘하고 있다는 점에서 친정팀의 경기력에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승부는 승부였다. 팽팽한 흐름을 바꿀 자원이 있는 팀이 승점 3점을 맛볼 수 있었고 이가  주인공이 됐다.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5라운드 FC서울-광주FC전, 서로의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어 승부 예측이 쉽지 않았다. 

비기를 대기 명단에 숨긴 두 감독이었다. 박진섭 서울 감독은 미드필드의 핵 기성용을 대기 명단에 배치했다. 이날 기성용은 자신에게 초등학교 축구부 시절 동성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폭로자 측에 오는 26일 전까지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박 감독은 "두 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해 조금 피로도가 있는 것 같았다. 상대가 강팀이고 수비적으로 강해서 후반전을 집중해 하려고 한다"라며 벤치에서 시작한 이유를 전했다.

김 감독도 비슷했다. 장신 공격수 펠리페와 더불어 올림픽 대표팀을 이끄는 김학범 감독으로부터 처음 부름 받은 만 19세 엄지성을 역시 벤치에 대기시켰다. 돌파력이 좋은 엄지성이 서울 수비를 흔들어주기를 바랐다. 

노련한 기성용은 1-1로 맞선 후반 시작과 동시에 등장했다. 7분과 10분 연이어 슈팅하며 광주 수비를 흔들었다. 볼을 간수하고 전환하는 능력은 일품이었다. 같은 중앙 미드필더지만 오스마르 앞에 서서 볼을 배급하면서 슈팅 기회를 노렸다. 

기성용의 상황과 관계없이 팬들은 박수를 치며 응원했다. 기성용도 관중석을 보며 손뼉을 더 쳐달라고 독려했다.

광주는 27분 엄지성을 투입했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등장한 엄지성은 속도로 서울 수비를 무너트리겠다는 의도가 다분했다. 엄지성은 수비와 공격 진영을 자유롭게 오가며 활동량으로 서울 수비에 부담을 줬다.

그래도 노련한 기성용이 엄지성보다 더 나았다. 38분 윤종규의 패스를 받아 아크 오른쪽에서 왼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골문 왼쪽 구석을 갈랐다. 기술적인 슈팅이었다. 수비에 앞에 얽힌 것을 보고 머리 위로 넘긴 센스가 돋보였다. 인천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골이었다.

기성용의 흐름을 바꾸는 능력은 일푸이었다. 자신의 사생활과는 별개로 경기력으로 증명한 기성용으로 인해 서울은 2-1로 승리하며 귀중한 승점 3점을 수확했다. 

스포티비뉴스=상암,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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