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종기(오른쪽)는 '글러브 터치'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스포티비뉴스=여의도, 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코리안 비스트' 안종기(더블드래곤멀티짐)는 그날을 기억하기 싫다.

지난해 7월 25일 더블지FC 04에서 글러브 터치를 하다가 <서커 펀치(sucker punch·기습적인 펀치)>를 맞았다. 시쳇말로 '선빵'에 당했다.

<글러브 터치>는 좋은 경기를 펼치자는 의미로 두 파이터가 싸우기 전 글러브를 맞대는 행동이다.

안종기는 그날도 1라운드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날벼락이 떨어졌다. 그걸 무시하고 날린 상대 김준교의 펀치에 다운을 당했다. 결국 2라운드 4분 18초 KO로 졌다.

지난해 프로로 데뷔하고 첫 번째 패배였다. "무패 행진을 달리다가 큰 무대에 가고 싶었는데…." 안종기의 큰 그림은 그날 서커 펀치로 흠집이 갔다.

물론 지난해 11월 더블지FC 05 리턴매치에서 김준교를 1라운드 리어네이키드초크를 꺾어 설욕했지만, 안종기는 앞으로도 상대와 글러브를 맞댈 생각이 없다. 조심 또 조심하기로 했다.

18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더블지FC 06 계체 및 기자회견에서 "과거는 기억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굳이 글러브 터치를 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 안종기(오른쪽)과 임용주가 계체를 통과하고 마주 섰다. ⓒ더블지FC 제공

안종기는 레슬링 자유형 국가 대표였다. 부천시청에서 실업 선수로 활약했고 국군체육부대도 다녀왔다. 레슬링 실력은 자타 공인 국내 최고 수준.

"레슬링을 기본으로 타격과 주짓수까지 잘 섞은 완성형 파이터가 되겠다.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의 경기를 자주 분석한다. 하빕을 참고해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 가겠다. 이젠 '글러브 터치 하다가 당한 파이터'가 아니라 '완성형 레슬러'라는 이미지로 팬들에게 기억되고 싶다"고 말한다.

안종기는 오는 19일 더블지FC 06 메인이벤트 임용주와 경기를 그럴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상대 임용주와 1년 전에 스파링을 한 적이 있다. 그때는 종합격투기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때여서 풀어 가는 데 힘들었다. 이젠 다르다. 타격을 많이 보완했다"고 자신했다.

"꼭 임용주에 맞춰 연습한 건 아니다.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파이터가 되기 위해 훈련을 많이 했다. 이번에 보여 주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안종기는 이번 프로 4번째 경기(전적 2승 1패)에서 이기면 더블지FC 웰터급 타이틀 도전권을 받을 수 있다. 올해 안에 챔피언 진태호와 맞대결을 희망한다.

임용주는 '코리안 원더보이'라는 링네임을 지녔다. 스티븐 톰슨처럼 스텝을 활용한 타격전에 능하다. 전혀 다른 스타일인 레슬러 안종기에게 시련을 안길 준비가 됐다.

"안종기와 스파링 하면서 국가 대표 레슬러는 다르다는 걸 느꼈다. 국가 대표 출신이라는 점을 리스펙트 한다. 그러나 종합격투기는 또 다르다. 안종기가 많이 보완됐다고 생각한다. 그에 맞춰서 열심히 싸우겠다"고 했다.

임용주는 존중의 마음을 담아 계체에서 먼저 악수를 청했다.글러브 터치를 하지 않겠다는 안종기의 말에는 "알겠습니다"라고 답하며 웃었다. 

더블지FC 06은 더블지FC의 올해 첫 대회다. 59kg 계약 체중으로 박현성과 김세현이 맞붙고, 페더급 차세대 주자 신승민과 방재혁이 대결한다.

이지훈 더블지FC 대표는 이날 계체에 앞서 '기회'라는 말을 강조했다.

"5경기나 취소돼 준비 과정에서 힘들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은 자기 관리를 잘한 프로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선수들이 가장 빨리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대회라고 자부한다. 파이터들이 케이지 위에서 진정성을 보여 주면 분명히 기회를 보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문석만 회장은 "아무리 좋은 칼도 쓰지 않으면 무뎌진다. 선수들이 무뎌지지 않도록 어려운 환경에서도 더블지FC는 정기적으로 대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더블지FC 06은 오는 19일 저녁 7시부터 스포티비2(SPOTV2)에서 생중계된다. 무관중 대회로 진행되며, 철저한 코로나19 방역 절차를 거친다.

■ 더블지FC 06 계체 결과

[웰터급 타이틀 도전자 결정전] 임용주(77.10kg) vs 안종기(77.50kg)
[59kg 계약 체중] 박현성(58.65kg) vs 김세현(58.65kg)
[페더급] 신승민(66.10kg) vs 방재혁(66.15kg)
[라이트급] 뷰렌저릭(70.90kg) vs 김성권(70.85kg)
[라이트급] 이영훈(70.50kg) vs 김병석(70.70kg)
[페더급] 이경섭(66.10kg) vs 서동현(66.15kg)
[헤비급] 이호준(113.5kg) vs 아즈자르갈(101.8kg)

■ 출전 선수들 각오

이호준
예전에 '무고통 파이터'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제 맞기만 하는 엔터테이너가 아니라 진지한 파이터로 바뀌었다. 그런 의미로 전찬열 대표님에게 '백두산'이라는 링네임을 받았다. 난 후반에 경기가 잘 풀리는 타입이다. 5분 7라운드, 8라운드도 자신 있다. 내 체력을 보여 주겠다.

아즈자르갈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처음 한국에서 경기한다. 가라테 선수 출신이다.

서동현
평소대로 준비했다. 김동현 관장님이 2라운드 안에 피니시 하라고 지시했다. 2라운드에 끝내겠다. 상대가 사우스포 킥복서 출신이다. 나 역시 타이틀이 3개 있는 킥복서다. 타격전은 물론이고 그라운드에서도 자신 있다.

이경섭
타격과 그래플링 다 준비했다. 타격 준비를 조금 더 했다고 생각한다. 1라운드에 끝내겠다.

김병석
(윤다원에게 진) 패배자들끼리 만나서 웃기긴 하다. 경기 앞두고 긴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이번엔 긴장 푸는 연습을 많이 했다. 상대가 나이가 많이 어리더라. 하지만 그런 것 상관하지 않고 진지하게 싸워서 보내려고 생각 중이다.

이영훈
최근 경기에서 (윤다원에게) 허무하게 진 거 같다. 다시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전사처럼 싸움꾼처럼 싸우고 싶었는데, 이번엔 종합격투기 선수답게 그래플링 준비도 많이 했다. 타격도 준비 잘 했기 때문에 질 일은 없다. 빨리빨리 자주 경기를 치러 최연소 챔피언이 되고 싶다.

김성권
뷰렌저릭은 파워풀한 선수다. 나 역시 5승 중 4승이 1라운드 피니시다. 나도 파워풀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타격전에서 맞아서 아프면 태클 들어가겠다. 참을 만하면 계속 타격전 간다.

뷰렌저릭
(한국말로) 준비를 잘했다. 좋은 경기를 보여 주겠다. (타격으로 갈지, 그라운드로 갈지?) 그냥 경기를 봐라.

방재혁
링 중앙에 발 붙이고 난타전을 할 준비도 돼 있다. 전사의 피가 흘러서 문신으로 '전사'라고 적어 놓기도 했다. 신승민과 경기하게 돼 영광이다. 이번 대회 가장 화끈한 대결이 될 거 같다.

신승민
방재혁은 타격 센스가 좋다. 준비가 잘 됐고 자신 있다. 대표님이 멋진 경기 하면 기회를 준다고 하셨다. 기회를 받을 만한 실력을 증명해 보이도록 하겠다. (방재혁에게) 관중들이 환호할 수 있는 경기 해 봅시다.

김세현
출전 오퍼를 6일 전에 받았다. 급하게 감량도 하다 보니까 목소리도 쉬었다. 데뷔전에 박현성이라는 파이터와 더블지FC 무대에서 싸울 수 있어 영광으로 생각한다. 킥복싱을 오래 했다. 전국체전에서 3년 연속 금메달을 땄다. 그래플링 준비도 열심히 했다. 링네임이 투견이다. 목줄을 풀었다. 이제 싸우러 나간다.

박현성
이창호와 하고 싶었는데, 어깨 부상으로 이창호가 빠지게 됐다. 나보다 전적이 많은 플라이급 파이터와 붙고 싶었는데 좀 아쉽다. 이창호가 다 나으면 더블지FC에서 꼭 싸우고 싶다. 김세현에 대한 정보가 없지만 파이터라면 누구와도 싸워야 하기 때문에 상관없다. 오퍼를 받아 준 김세현에게 감사하다.

안종기
임용주와 1년 전에 스파링을 한 적이 있다. 그때는 종합격투기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때여서 스파링 뛰었을 때 힘들었다. 그때에 비하면 타격을 많이 보완했다. 임용주를 위해서 연습한 건 아니고 내가 되고 싶은 파이터가 되기 위해 연습을 많이 했다. 과거는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글러브 터치는 굳이 하고 싶진 않다.

임용주
국가 대표 레슬러는 다르다는 걸 느꼈다. 태클 압박과 힘이 다르더라. 국가 대표 출신이라는 점을 리스펙트한다. 그러나 종합격투기는 또 다르다. 안종기가 많이 보완됐다고 생각하고 그에 맞춰서 열심히 싸우겠다. (안종기가 글러브 터치를 하지 않겠다는 말에) "알겠습니다.(웃음)"

스포티비뉴스=여의도, 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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