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하키계가 지도자의 폭행과 폭언, 계약금 갈취, 제보자 색출 등 각종 난맥상을 드러낸 가운데 대대적인 내부 개혁을 선언한 대한하키협회가 본격 대응에 나선다.

대한하키협회는 18일 서울 송파구 하키협회 회의실에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가해 혐의자들의 징계를 논의한다.

앞서 지난달 20일 열린 이사회에서 단체 설립 이래 최초로 스포츠윤리담당 부회장직을 신설했다. 아울러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공정위원 전원을 비하키인으로 구성했다.

대한하키협회 이상현 회장은 "폭력과 불공정 문제는 하키인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면서 자신 역시 비하키인 출신인 만큼 인맥에 얽매이지 않고 이번 사안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스포츠타임 단독 보도로 수십 년간 곪은 하키계 환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현직 실업팀 지도자가 과거 대학 감독 시절 여자 선수들의 계약금을 장기간에 걸쳐 가로채 도마 위에 올랐고 폭행과 폭언, 인권침해 역시 만연하다는 제보자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이자 현재는 실업팀 지도자로 활동 중인 A감독은 과거 김해 소재 한 대학에서 1993년부터 2019년까지 감독으로 재직했다. A감독은 실업팀에 입단한 선수들의 계약금을 장기간에 걸쳐 가로챈 의혹을 받고 있다.

A감독이 대학 감독으로 재임한 동안 지도한 여자 선수들은 100명이 넘는다. 실업팀에 입단한 선수만 최소 수십 명으로, 선수들의 제보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피해 금액은 수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국내 체육계의 화두로 떠오른 지도자의 선수 폭행과 인권침해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2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와 체육계를 넘어 전사회적인 이목을 끌었다.

스포츠타임 보도 이후 하키계에 ‘폭력 미투’ 바람이 불었다. 여자 선수들이 중학 시절, 지도자의 무자비한 폭행으로 우울증에 시달리고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했다는 폭로가 터져 나왔다.

제보자 B씨는 스포츠타임과 전화 통화에서 "2005년부터 수원 소재 중학교 하키 코치로 재직 중인 C코치에게 중학생 시절 (정도 이상의) 폭언 폭행을 당했다. 그때는 물론 지금도 폭행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상욕은 다반사고 지하실에서 발로 차이고 밟히고 스틱으로 머리 맞고. 그런 생활이 일상이었다. 폭행을 견디다 못해 운동을 그만두겠다고 말하면 더욱 심한 폭행이 이뤄졌다"고 토로했다.

가해 혐의자들이 보도 이후 피해자에게 회유와 협박성 발언을 가한 것이 추가 확인돼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자신을 A감독이 지도한 김해 소재 대학 하키부 출신이라 밝힌 D씨는 "최근 스포티비뉴스 기사가 보도된 뒤 대학 시절 E코치로부터 연락이 와 '확인서'를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제보했다.

D씨에 따르면 E코치는 선수에게 걷은 계약금을 개인 용도로 쓴 게 아닌 하키부 전용 버스나 신입생에게 지급할 장비 구매 등에 썼으니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확인서에 사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D씨는 "확인서에 담긴 세부 내용은 일절 설명 없이 (무작정) 쓰라고만 했다. 쓰고 싶지 않았지만 (E코치) 눈치가 보여 안 쓸 수가 없는 분위기였다. 다른 선수들 말을 들어보니 전부 반강제적으로 썼다고 한다. 주민등록증 앞뒷면 사진까지 찍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A감독이 실업팀 감독으로 자리를 옮길 때 '버스는 E코치의 퇴직금으로 (여기고) 쓰겠다' 말한 적이 있다. 그 버스는 당시 학부모 14~15명이 100만 원씩 내서 산 버스다. 당시에도 퇴직금으로 버스를 가져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대한하키협회는 스포츠공정위에서 A감독과 C코치, E코치 등에 대한 징계를 논의한다. 협회는 진상조사와 사실 확인을 토대로 해당 사안에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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