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는 미련 없이 옥타곤을 떠나기로 했다.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미련을 남기지 않았다.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2, 러시아)는 원래 계획대로 UFC 라이트급 타이틀을 반납하고 은퇴를 확정했다.

시인 이형기의 <낙화>처럼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아름다운 뒷모습이었다.

화이트 대표는 19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하빕과 만나 대화를 나눈 뒤 트위터로 "29승 무패. 하빕의 은퇴가 공식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하빕과 다정하게 찍은 사진도 올리고 "하빕의 경기를 지켜보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하빕이 UFC에서 했던 모든 일에 감사하다. 친구, 이제부터 다음 인생을 즐기기 바란다"며 작별을 고했다.

하빕의 전적은 29승 무패. 2008년 프로로 데뷔해 한 번도 지지 않았다.

2018년 UFC 라이트급 챔피언에 올랐고 당대 최고의 파이터들인 코너 맥그리거·더스틴 포이리에·저스틴 개이치를 차례로 이겨 타이틀 3차 방어까지 마쳤다.

하빕이 30승까지 채우고 떠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조르주 생피에르와 드림 매치, 코너 맥그리거와 재대결 등이 가능하다는 예상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하빕은 지난해 10월 개이치를 꺾고 발표했던 것처럼 선을 확실히 그었다. 아버지 압둘마나프가 세상을 떠났으니 이제 어머니에게 걱정을 끼쳐선 안 된다는 자신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또한 하빕은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다게스탄의 젊은 파이터들을 키우는 지도자로 전념한다. 이슬람 마카체프, 우마르 누르마고메도프, 우스만 누르마고메도프, 아부바카르 누르마고메도프 등 후배들의 코치가 된다.

자신의 별명을 붙인 종합격투기 대회 이글FC 대표로, 다음 세대들을 적극 발굴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하빕은 화이트 대표를 비롯해 UFC 전 직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좋은 사람들과 뜻 깊은 저녁 식사를 했다. 내 형제 화이트 대표와 UFC 전 직원에게 감사하다. 여러분들은 날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줬고, 내 인생을 바꿔 놓았다."

"화이트 대표, 당신이 나와 우리 아버지에게 보여 준 태도는 정말 잊지 못할 것이다. 내 자손들도 기억할 것이다. 오늘 속을 터놓고 남자 대 남자로 대화할 수 있어 좋았다."

하빕은 아쉬워할 팬들에게도 고개를 숙였다. "내 팀과 훈련 파트너, 그리고 팬들에게도 고맙다. 내 결정을 받아들이고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하빕은 종합격투기 레슬링, 특히 케이지 레슬링의 기술 수준을 한 차원 높인 파이터로 평가받는다. 다게스탄 파이터들이 UFC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길을 터준 선구자로도 역사에 남을 전망.

하빕이 반납한 타이틀은 찰스 올리베이라와 마이클 챈들러 중 한 명이 넘겨받는다.

화이트 대표는 이날 ESPN과 인터뷰에서 올리베이라와 챈들러가 오는 5월 16일 UFC 262에서 챔피언 결정전을 펼친다고 발표했다.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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