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C서울전에서 골을 터뜨린 수원 삼성의 정상빈 ⓒ연합뉴스
▲ FC서울전에서 골을 터뜨린 수원 삼성의 정상빈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수원, 이성필 기자] 2004년, 한국 축구는 한 '축구 천재'의 활약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시아 축구연맹(AFC) 청소년 선수권대회(현 20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폭풍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바보로 만드는 골잡이 박주영(37, FC서울)의 등장에 환호했다. 특히 중국전에서 슈팅할 것처럼 하면서 속이고 시도하는 슈팅은 일품이었다.

박주영은 2005년 FC서울에 입단해 30경기에서 18골을 터트렸다. K리그 사상 첫 만장일치로 신인왕이라는 기억을 만들었다. 당시 네덜란드에서 열린 2005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 청소년 선수권대회(현 20세 이하 월드컵)에서도 나이지리아 수비를 바보로 만드는 골을 터트리는 등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박주영이 대중에게 확실하게 모습을 알린 17년 뒤, 그의 초년병 시절 활약을 보는 것 같은 신인이 등장했다. 2002년생인 정상빈(19, 수원 삼성)이 그 주인공이다.

정상빈은 2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6라운드 FC서울전에 당당하게 선발로 이름을 올렸다. 슈퍼매치라는 라이벌전의 중압감이 크게 느껴지고도 남았지만, 대범했던 정상빈에게는 그저 한 경기에 불과했다.

정상빈은 전반 15분 놀라운 볼 트래핑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서울 수비수 김원균의 균형을 무너트린 뒤 황현수 앞에서 왼발 슈팅, 골망을 갈랐다. 마치 상대편 박주영이 어린 시절 현란한 드리블로 골을 넣은 장면을 보는 것 같다.

놀라운 것은 정상빈이 지난 17일 포항 스틸러스와 첫 경기에서 이미 골맛을 봤다는 점이다. 미드필드 중앙에서 드리블하다 아크 정면에서 상대 수비 다리 사이로 영점을 잡듯이 오른발로 가볍게 슈팅해 골을 넣으며 3-0 승리를 이끌었다는 점이다. 서울전은 1-2 패배였지만, 정상빈 개인에게는 분명 멋진 장면이었다.

의욕이 너무 넘쳤던 정상빈은 서울전 전반 33분에도 열정 넘치는 드리블로 수비수를 힘들게 만들었다. 39분 허벅지 근육에 부상을 입어 니콜라오와 교체됐지만 20분 정도를 소화하고 교체하는 다른 팀들의 22세 이하(U-22) 상황을 생각하면 놀라운 활약이었다.

무엇보다 수원이 가장 기대하는 유스 매탄고 출신의 활약이라는 점이다. 수원은 권창훈(SC프라이부르크) 이후 유스 출신 스타가 등장하지 않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정상빈이 가뭄에 단비가 되고 있다. 꾸준한 활약을 해준다면 권창훈 이상의 스타가 될 가능성도 있다.

수원 관계자는 "정상빈은 173cm로 공격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보통 신장이지만, 스피드가 좋고 슈팅력도 있다. 이미 매탄고 재학 시절 연습경기를 통해 숱하게 시험해봤던 선수다. 프로에서 언제, 얼마나 빨리 터지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이렇게 준 기회에서 실력을 뽐내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데뷔전이었던 포항전에서 후반 22분까지 소화했던 정상빈이다. 이 관계자는 "프로축구연맹이 22세 이하 선수 의무 출전 규정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상빈은 그와 상관없이 활용 계획에 있었던 자원이다"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박건하 감독은 정상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정상빈은 지난 포항전과 마찬가지로 수비 뒤에 공간으로 파고 들어가는 움직임이 있다. 포항처럼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이가 어리니 과감하게 보여주는 것이 가능한 정상빈이다. 수원은 제리치, 김건희 등 장신 공격수들이 있지만,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는 능력의 공격수가 필요하다. 한석희가 부상인 가운데 정상빈이 등장한 것은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박 감독은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공격 자원에서 다른 유형의 스타일이다. 큰 힘이 될 것 같다. 기대를 할 수 있는 수확이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향후 리그 소화 과정에 정상빈의 중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상빈은 경기 후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향했다. A매치 휴식기에 잘 치료하고 보완하면 더 좋은 경기력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원으로서는 정말로 반가운 정상빈의 활약이다. 동시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이나 파울루 벤투 감독의 A대표팀 승선 가능성도 열어뒀다.
 


스포티비뉴스=수원,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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