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2일 일본 요코하마로 출국했다.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서재원 기자] K리그 현장을 그렇게 찾아 다녔는데도 소통은 없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에 대한 이야기다.

오는 25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예정된 한일전은 시작 전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10년 만에 치러지는 라이벌 한국과 일본의 친선경기라는 의미를 부여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 속에 무리한 평가전 추진이라는 팬들의 비난이 들끓고 있다.

벤투 감독은 한일전에 대한 논란을 스스로 키웠다. 이번 한일전 소집 명단 발표에 있어서 K리그 감독들과 협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지난 15일 한일전에 나설 24명의 명단을 공개했는데, 6명(최종 7명)이나 소집된 울산 현대와 어떠한 소통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벤투 감독의 불통에 대한 이야기는 불과 몇 개월 전까지 협회 전무이사를 지냈던 홍명보 울산 감독의 입에서 나왔다. 

홍 감독은 지난 16일 제주 유나이티드전을 앞둔 사전 기자회견에서 "홍철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 대표팀에 발탁됐다"라며 "K리그 각 팀에 있는 팀들과 대표팀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렸으면 좋겠다"라고 하소연했다. 홍 감독은 다음 경기에서 "뽑힌 인원수가 아니라, 선수 컨디션도 확인하지 않은 게 문제"라고 재차 강조했다.

뒤늦게 명단에서 제외된 미드필더 주세종(감바 오사카)의 선발도 문제였다. 주세종은 이달 초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치료 및 자가격리를 진행 중이었다. 

그는 벤투호가 일본으로 출국하기 하루 전날 밤에 시행한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아 명단에서 제외됐는데,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온 선수를 무리하게 차출하려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주세종의 역시 선수 컨디션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소통의 문제였다.

벤투 감독의 불통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었다. 과거에도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K리그 감독들과 소통이 없었다. K리그 감독과 선수 입장에서 차출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현장과 실무 경험을 두루 갖춘 홍 감독 정도가 되니 언급할 수 있는 민감한 문제였다. 

홍 감독의 소신 발언이 있었기에 FC서울 박진섭 감독도 "(벤투 감독이) 구단들과 소통을 했으면 한다. 홍 감독과 같은 생각이다"라고 의견을 밝힐 수 있었다.

K리그 현장을 매주 찾았던 벤투 감독과 이하 코치진은 이전까지 '부지런함' 또는 '열일' 이미지로 칭찬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기회를 통해 매주 현장을 찾았음에도 소통이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왜 그렇게 현장을 찾아갔나'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한 K리그 관계자도 "매주 현장을 찾아왔는데 선수 컨디션에 대한 상의 조차 없다는 점이 이해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전 감독들이 지휘봉을 잡았을 때는 문제되지 않았던 부분이다. 신태용(현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 감독은 K리그 감독들과 직접 소통했고,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에도 수석코치 또는 국내코치가 주로 해당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 벤투호에서 K리그 감독들과 원활한 소통을 해야 하는 인물은 최태욱, 김영민 코치였는데, 그 누구도 먼저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벤투 감독의 특별한 지시도 없었다. 결국 벤투 사단과 협회 모두가 간과한 부분이었다.

협회 관계자는 이번 벤투 감독의 불통 논란에 "과거 한국인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을 때와 비교해 K리그 감독들과 사전에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 앞으로 이런 부분에 있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며 소통에 부족함이 있었던 점을 인정했다.


스포티비뉴스=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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