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드업이라는 대표적인 전략이 없었던 축구대표팀 ⓒ대한축구협회
▲ 빌드업이라는 대표적인 전략이 없었던 축구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그토록 원했던 실전 경기였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의 전략은 제로에 가까웠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일본 요코하마의 닛산 스타디움에서 일본과 80번째 A매치를 치렀다. 지난해 11월 오스트리아 원정 멕시코, 카타르와 2연전 이후 치르는 경기였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황의조(지롱댕 보르도), 황희찬(라이프치히) 등 주요 전력이 빠졌어도 벤투 감독은 4-2-3-1 전형에 선수들을 끼워 넣었다. 이강인(발렌시아) 제로톱이라는 예상 밖의 전술을 들고나왔다.

그러나 늘 빌드업을 중시했던 벤투 감독에게 일본은 강한 전방 압박으로 맞섰다. 한국의 약점인 조직력 부재를 빠르게 깨겠다는 의도였다.

전방의 높이가 낮다 보니 후방에서 전방으로 한 번에 연결되는 킬러 패스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공격 2선의 평균 신장은 173.5cm였다. 낮은 패스로 볼을 소유하는 것이 필요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가끔 롱패스가 있었지만, 정확도가 떨어져 터치라인 밖으로 나가기 다반사였다.

일본은 한국의 패스길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볼만 잡으면 2~3명이 애워싸고 막았다. 공격으로 가고 싶어도 전환 자체가 쉽지 않았다. 미드필드에서 볼을 잡아도 다시 백패스로 스스로 시간을 지연 공격 전개가 쉽지 않았다.

백패스를 해도 마찬가지, 일본은 전체 대형을 올려 계속 불안을 유도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왼쪽 측면 수비수 홍철이 수호하는 공간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홍철은 볼을 뺏긴 뒤 전환 자체가 늦었다.

이따금 측면에서 전방으로 전진해 중앙으로 패스를 넣어도 마찬가지, 동료의 움직임이 아닌 무의미한 패스가 들어갔다. 벤치에서 특별한 대응을 해주지도 못했다. 39분, 후방 빌드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전체가 흔들리는 악순환이 있었다.

후반, 이강인, 나상호(FC서울), 조현우(울산 현대)가 빠지고 이정협(경남FC), 정우영(프라이부르크), 김승규(가시와 레이솔)를 투입한 뒤에는 조금 나아지는 듯 보였다. 이정협이 높이와 정우영의 스피드가 있어 기대가 가능했다.

전방에서 많이 뛰면서 볼을 소유하려는 것은 좋았다. 그렇지만, 볼이 쉽게 오지 않아 단절되는 느낌이었다. 7분 미나미노에게 두 차례 슈팅을 내주는 과정도 빌드업이 실패한 결과였다. 37분 실점의 빌미가 된 코너킥도 빌드업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선수 교체로 대응한 것 외에는 개선점이 보이지 않았다. 벤투 감독이 부임 후 줄기차게 강조했던 빌드업 축구의 실종을 보는 한일전이었다. 0-3이라는 점수가 투영한 냉정한 현실이었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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