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강인(한국)이 25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요시다 마야(일본)와 볼경합을 펼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서재원 기자] 이강인(발렌시아) '제로톱 카드'는 완벽한 실패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5일 오후 7시 20분 일본 요코하마 닛산스타디움서 열린 일본과 친선경기에서 0-3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10년 전 삿포로 참사의 재현이다.

킥오프 한 시간 전 공개된 선발 명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이강인이었다. 일본 현지 매체도 이강인의 벤치 대기를 예상했는데, 벤투 감독은 그를 깜짝 선발 카드로 꺼냈다. 나름의 승부수였다.

이강인의 위치도 이례적이었다. 그는 4-2-3-1 포메이션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서 있었다. 2선에는 나상호(FC서울), 남태희(알사드), 이동준(울산현대)가 위치했다. 이강인을 사실상 제로톱처럼 쓰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의 전략은 대실패였다. 스쿼드 차이에서 밀린 것도 있지만, 준비 자체가 소홀했다. 패스마스터 이강인을 중원이 아닌 최전방에 세우니 공격 전개조차 되지 않았다. 후방에서 무리한 빌드업을 고집하던 한국은 전반에만 허무하게 2실점을 내줬다.

익숙하지 않은 자리에 선 이강인은 치명적인 실수도 범했다. 전반 27분 상대 페널티 박스 지역 근처에서 공을 잡은 이강인이 무리한 페인팅 동작을 펼치다 공을 빼앗겼다. 그의 실수 한 번은 곧바로 일본의 역습으로 연결됐고, 가마다 다이치(프랑크푸르트)의 두 번째 골로 이어졌다.

벤투 감독은 하프타임 후 이강인을 벤치로 불러들이고 이정협(경남FC)을 투입했다. 본인의 전략이 실패했음을 인정한 꼴이다. 벤투 감독은 경기 하루 전 기자회견에서 "이강인과 정우영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염두하고 살펴볼 예정이다"라고 했는데, 아직 해답을 찾지 못한 모습이다.

이번 한일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 무리한 매치 성사라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유럽에서 뛰고 있는 이강인 역시 위험을 감수하고 힘들게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왔다. 그러나 이강인은 제로톱에 갇힌 채 45분 동안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쓰려고 호출했는가'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스포티비뉴스=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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